최근 노동부는 중소기업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산업연수제도’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를 전격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같은 노동부의 방침은 ‘외국인산업연수제도’가 중소기업계에서 외국인력을 편법으로 데려와 노동력을 착취하고 불법체류자만 양산시켰다는 일부 인권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이들은 심지어 외국인산업연수제도를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주장한다.
연수취업제도는 과연 ‘노예제도’인가?

생산성 보다 임금 높아
최근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연구원이 공동으로 조사한 외국인근로자 임금실태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연수·취업자들의 평균임금은 국내근로자의 약 84%에 이른다. 즉 한국의 근로자들이 100만원 받으면 외국인근로자는 84만원 정도 된다는 얘기다.
그러면 외국인연수생들의 노동생산성은 과연 임금수준에 비해 어느 정도나 될까? 노동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의 생산성은 국내근로자에 비해 76%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생산성 격차는 언어, 문화 등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日, 내국인 임금의 절반 안돼
다른 나라에서는 외국인근로자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을까?
한국노동연구원과 중소기업연구원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외국인근로자의 평균임금은 내국인에 비해 약 26∼40% 정도에 불과하다.
대만은 내국인에 비해 절반이 조금 넘는 54%의 임금을 주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내국인의 30% 수준이다. 특히 싱가포르의 경우 외국인근로자에게 ‘최저임금’조차 보장해주지 않는다.
만일 국내 인권단체들의 주장대로라면 이들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국가는 세계 최고의 ‘악질 인권침해국가’이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 상식을 지닌 사람들은 이들 국가를 인권유린 국가로 말하지 않는다.

각종 인권보호 장치 구비
무엇보다 현 상황에서 외국인연수생들이 인권침해를 당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인연수산업제도가 93년 도입된 이래 지난 10여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관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고, 이를 통해 각종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우선 외국인연수생들은 최저임금 보장제도에서부터 근로시간 규정,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적용, 산재보험, 임금체불 보상 등이 철저히 보호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학계, 법조계, 재야 인사들로 구성된 ‘연수생권익보호위원회’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인권침해 사례 발생시 즉각 중재하거나 관계기관에 고발 조치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그래도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인권침해 가능성’에 대비해 ‘연수애로상담센터’도 만들었다. 센터에 각국 언어능통자를 배치하고 연수생의 각종 애로상담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불법체류자’
결국 문제는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불법체류자들이다. 대부분의 인권침해 사례들은 이들 불법체류자들에게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불법체류자 문제는 ‘고용허가제’를 시행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는 독일과 같이 고용허가제를 철저히 시행하고 있는 국가에서 불법체류자가 오히려 양산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잘 알 수 있다. 독일의 불법체류자는 750만명(96년말 현재)에 달한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기능실습제’를 실시하면서도 불법체류자의 수가 우리나라 보다도 적은 22만4천명(2001년말)에 불과하다.

해결책은 ‘제도 운영에’
이같은 사실은 결국 외국인근로자제도의 성패가 ‘제도 선택’의 문제가 아닌 ‘제도 운용’에 관한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될 경우 중소기업들은 다소 생산성이 떨어지는 외국인근로자에게 내국인과 똑같은 임금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외국인의 노조설립, 쟁의 발생 등도 감수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최근 국내 소비위축, 이라크전에 따른 유가인상과 원자재가격 인상 등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지금 살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중소기업인들은 전혀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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