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에는 몇 개의 섬이 있을까? 정확하진 않지만 신안군에서는 머릿속에 기억하기 좋게 하기 위해 1004(천사)개라고 알려주고 있다. 그 많은 섬은 몇 개년의 계획으로 연육교가 이어지고 있다. 무안 해제면을 잇는 지도 연육교를 건너가 사옥도 지신개선착장으로 가면 증도 가는 철부선이 있다. 선착장에서 섬은 지척이다. 마치 강화도 보문사를 가는 정도의 거리로 바다 너머로 길게 섬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증도는 신안군 증도면에 속한 섬이다. 먼 옛날 물이 없다고 해서 시리섬(시루섬)이라 불리다가 전증도와 후증도가 연육되면서 증도라 이름된 섬. 증도는 목포에서 서북쪽으로 33㎞ 떨어져 있고, 지도읍 남쪽 12㎞ 지점에 있어서 무안쪽에 더 가까이 있는 것이다.
북쪽에 사옥도, 동쪽에 병풍도, 남쪽에 암태도가 있다. 그곳이 지난해 슬로우시티로 지정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섬을 가장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오래전, 서해안 해저 유물이 발견된 곳이라고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 섬을 이 겨울, 썰렁하기 그지 없는 그 바닷가를 찾은 것에는 딴 이유는 없다. 꼭 여행이라는 것이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철 지난 바닷가에 딱히 볼거리가 없음에도 증도로 향하는 관광인파는 제법 많다. 가보지 않은 섬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가슴 한켠으로 쓸려 오지만, 신안 앞바다의 대명사로 일컫는 염전 작업이 멈춰진 이곳, 그리고 갯벌 체험을 할 수 없는 이곳에 생동감이 뒤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배에 오른다. 흔한 갈매기떼조차 보이지 않지만, 배 뒤켠에 펄럭이는 태극기가 묘한 감동을 준다. 소금간이 느껴지는 흙탕빛 바닷물이 배의 율동에 몸을 뒤척이면서 일렁거린다. 하냥 맑은 겨울 하늘은 푸른 빛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그날. 섬은 하냥 한가롭기만 하다.
우선 찾는 곳은 2007년 개관한 소금박물관. 염전으로서는 최초로 근대문화유산(제361호)으로 등록된 곳이다. 건물은 원래 있던 것에 모양을 내서 옛 모습은 박물관 내의 천장을 보면서 살펴봐야 할 정도로 꾸며 놓았다.
천일염전에 대한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내용들을 해설사는 유창하게도 잘도 설명한다. 천일염은 요새 참으로 관심을 끄는 것 중 하나다.
박물관을 비껴 검은 건물이 길게 이어진 소금창고로 발길을 옮긴다. 소금창고를 보면 왠지 아련한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염전은 화려함보다는 초라함과 인생 막장 같은 느낌이 든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자신을 뒤돌아보거나, 방황하거나 오갈데 없이 떠돌아다니는 장면이 주로 이런 곳에서 촬영되곤 했었던 것 같다. 텅빈 염전이지만 소금창고에는 천일염 포대로 가득 들어차 있다.
염전을 바라보면서 남쪽의 대조도를 잇는 제방길을 따라 간다. 높지 않은 산들, 그 산들 사이에 제법 넓은 평지가 있다. 주민들이 어업보다 농업에 치중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교통은 정기여객선과 도선이 운항된다.
교육기관으로는 초등학교 2개교, 중학교 1개교가 있다. 증동리 삼정봉 남쪽에 당할머니를 모시는 제단이 있는데, 이곳에서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안녕과 풍년을 비는 제사를 올린다.
한때 제사를 소홀히 해 마을의 소년들이 이름모를 병에 걸려 죽은 일이 있었는데, 정성스럽게 제사를 올리자 그런 일이 없어졌다고 전해 지금도 매년 정성껏 제사를 지내고 있다.
증도에서 가장 큰 마을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잠시 골목길을 따라 걷는다. 옛 향기를 읽으려는 심사인데,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없다. 그저 낮은 지붕들, 등 구부러진 할머니가 골목길을 걷는 모습 등등. 그저 지나치게 한갓져서 눈마저도 썰렁해지는 풍치를 볼 뿐이다.
방축리 도덕도 앞 송, 원대 유물매장해역(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74호)을 찾아본다. 이 바다는 600여년간 바다 속에 잠들어 있던 송, 원대 도자기 등 23,024점의 유물들이 발굴되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곳이다.
도덕도 앞 해상은 수심이 20~24m이며 조류가 세찬 곳이어서 당시 이곳을 항해하는 중국선박이 풍랑을 만나 침몰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물은 이 지점의 해저 갯벌에 묻혀 있던 침몰선박과 주변에 흩어져 있는 것을 인양해 낸 것.
이어 증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짱뚱어다리도 찾는다. 우전해수욕장 좌측 편 갯벌위에 475m의 목교.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지만 목교 중간에는 계단이 있어서 들고 올라서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다리를 건너서도 인적 뜸한 그곳은 썰렁하다. 해거름을 기다려서 멋진 낙조라도 본다면 조금은 나아질, 그런 곳이다.
바다 모래 사장으로 마치 동남아에 온 듯한 방가로가 길게 이어진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야자수와 짚으로 엮은 듯한 비치 원두막이 어우러져 이국 정취를 물씬 풍겨내는 그곳. 흰 모래사장에 내 발자욱을 남기면서 차가운 겨울 바람을 맞이하면서 멀리 바다에 시선을 고정시켜 보는 것. 동적인 모양새는 없지만, 그저 한갓진 겨울 여행이 왠지 뜻깊다.
관광객들을 위해서일까? 아니면 자기를 위해서일까. 그게 이 순간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호박고구마와 굴구이를 해주는 젊은 남자. 커피 물 끓이는 주전자는 나무 연기에 새까맣게 그을려 있다. 텅비어서 더욱 좋은 섬 여행. 바로 소소한 이런 재미 때문은 아닐까?
한번도 보지 못한 고맙습니다라는 촬영지인 화도. 해당화가 많이 핀다고 화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그 섬. 본섬과 화도는 1.2km정도 떨어져 있는데 현재는 노두로 연결돼 갯벌과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어 있다. 하지만 지금 이 계절엔 그저 촬영지라는 이름을 달고 있을 뿐이다.
끝으로 염전의 주역을 맡고 있다는 태평염전을 찾는다. 국내 단일염전으로 최대규모(4.6k㎡)로 한해 1만 6천톤의 천일 소금을 생산해 내는 곳. 소금 가공품을 파는 공장 옆으로 전망대가 있다. 그 전망대 앞으로 많은 소금창고와 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개울에는 부석거리는 갈대가 서걱서걱 소리내면서 고개 짓하면서 하늘하늘 흔들어 대고 있다.

■여행정보
- 찾아가는 방법:서해안고속도로-북무안IC-현경,지도방면으로 난 24번국도 이용-지도읍-지신개선착장-증도. 혹은 호남고속도로-장성-고창간 고속도로 이용해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는 것도 방법이다. 지신개 선착장(061-275-7685)에서 증도까지 배로 10분 소요.
- 별미집과 숙박:증도읍내에 있는 이학식당(061-271-7800)의 백반이 괜찮다. 숙박은 엘도라도 리조트(061-260-3300)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레저타운이다.

■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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