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한 해의 끝머리에 서 있다. 시간의 한 귀퉁이에서 옛일을 돌아보고 내일에 대한 희망을 품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해가 바뀌면 세상의 풍경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가슴 벅차게 시작한 새해의 첫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이라니.
그 누구 할 것 없이 힘든 삶을 살아온 한 해이기에 새해를 기다리는 마음은 각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낙조와 해돋이가 아름다운 곳에서 지난 삶을 돌아보고 새해의 희망을 품어보자. 이곳에선 때(12월 31일, 1월 1일) 맞춰 해넘이 해돋이 축제도 열린다.

겨울 풍경화 속으로, 서천땅에서 보는 해넘이와 해돋이
충남 서천은 서해안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서해안고속도로와 바로 연결돼 교통편도 좋다. 일출이 떠오르는 곳은 마량포(馬梁浦). 마을 어귀 언덕에 오르자 차가운 갯바람이 훅 달려든다. 눈앞에 펼쳐진 초승달 모양의 해안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마량포는 여행자들에게 별난 갯마을로 통한다.
서해안인 데도 석양은 물론 바다에서 떠오르는 아침해를 맞을 수 있으니, 별난 마을로 통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마량포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건 독특한 지형 구조 때문이다. 양쪽에 바다를 품고 있어 같은 자리에서 등만 돌리면(350도 각도)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비인만을 감싸고 길게 돌아간 해변은 동쪽으로 장구만을 두고 금강하구로 이어진다. 해는 비인만의 띄섬과 장구만의 개야도 사이에서 떠오른다. 비인만은 군산 앞바다 인 장항에서부터 보령땅 대천해수욕장으로 올라가는 길 중간쯤에 활처럼 굽어 돌아나간 땅을 말한다. 해가 뜨는 곳은 겨울과 여름이 다르다. 11월 22일부터 다음해 1월 20일경까지는 동남 방향에서 뜨지만 하지가 가까워올수록 다시 정동 쪽 방향인 산 위에서 떠오른다.
해양박물관에서 3분 거리에는 수령 500여 년을 자랑하는 동백나무 숲(천연기념물 제169호)이 있다. 숲 언덕에는 동백정이란 정자가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 바다와 낙조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환상적이다. 바로 옆에 거대한 화력발전소가 들어서 풍경의 반은 잠식해 버렸지만 사철 풍기는 매력 때문인지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동백정 옆에는 수 백 그루의 우람한 해송이 바닷바람을 받으며 늘어서 있다.
동백정을 보고 인근에 있는 홍원항에도 들러보자. 잔잔한 바다와 들고 나는 어선들, 끼룩대는 갈매기들의 합창이 정겹다. 배가 들어오면 포구는 활기가 넘친다. 해질 무렵, 홍원항에서 바라보는 해넘이 또한 장관이다. 하나 둘 들어오는 고깃배 사이로 주황빛 노을이 걸쳐지면 바다는 한 폭의 풍경화가 된다.
홍원항 바로 위에는 춘장대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다. 겨울 춘장대는 쓸쓸하다. 춘장대에서 위쪽으로 더 올라가면 부사방조제를 지나 보령땅으로 접어들게 된다.

아리랑 가락이 들려오는 진도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라는 진도. 진도 여행은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와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를 잇는 진도대교를 건너면서부터 시작된다. 국내 최초의 사장교로 건설된 진도대교에서 바라보는 낙조와 야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진도대교 아래, 바닷물이 강물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울돌목(한자로는 명량)은 이순신 장군이 왜적과 싸워 대승을 거둔 곳이다. 진도대교 끝머리에 붙어 있는 녹진휴게소에서 바라보는 진도대교의 위용이 놀랍다. 이순신 장군은 저 빠른 물살을 이용해 왜군을 크게 무찌를 수 있었다. 그 유명한 명량해전이다.
진도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지산면 가치리에서 가학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변에 있는 세방리 낙조대다. 진도를 찾은 이들이라면 꼭 한번 들러볼 만하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매일 저녁, 일몰 무렵이면 낙조를 감상하려는 여행객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섬(주지도(손가락섬), 양덕도(발가락섬), 가사도 등) 사이로 하루를 마감하는 붉은 해가 떨어지는 광경은 여행객들과 사진작가들에게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한편, 진도 앞 바다에는 섬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새떼처럼 섬들이 많이 떠 있다는 조도와 이 섬에 딸린 관매도는 진도 팽목항에서 갈 수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관매도는 일명 ‘전설의 섬’이라 불릴 만큼 많은 이야깃거리와 깨끗한 자연경관을 지닌 보물섬이다. 조도는 상· 하조도, 관매도 등 유인도 35개와 무인도 119개로 이루어진 조그마한 섬이다.
진도는 때 묻지 않은 섬답게 각종 무공해 특산물이 많이 난다. 궁중 진상품이었던 독거곽(미역)을 비롯해 돌김, 톳, 다시마, 우뭇가사리, 전복, 멸치 같은 해산물과 불로장생의 명약으로 알려진 구기자, 피보다 붉고 진한 홍주, 쌉싸름한 맛이 일품인 대파 따위의 농산물이 그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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