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지사 백령도까지 갔다면 인근에 있는 대청도와 소청도 여행은 필수 코스라 할 수 있다. 어쩌면 홍도 갔다가 으레 흑산도를 들르는 코스라고나 할까. 가보지 않은 섬에 대한 막연한 환상. 언제 다시 이곳을 따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대청도에서의 하룻밤을 결정했다.

백령도에서 오후 배를 타고 20~30여분 지나니 대청도 선진포구에 도착하게 된다. 공사가 한창인 부두 주변. 대청도 선착장은 백령도보다는 관광객이 많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인지 큰 활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거기에 백령도보다는 느낌 적으로 긴장감이 적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제복 입은 군인들이 많지 않음이다.
대청도는 행정지명으로 보면 백령도, 소청도, 연평도, 소연평도 등과 함께 서해 5도의 하나이며, 전략적으로나 전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섬이란다. 섬 전체는 북동에서 남서쪽으로 길게 자리잡고 있으며, 남부의 삼각산(343m)이 최고봉이다. 대청도 또한 본래 장연군을 거쳐 옹진군에 속해 있었는데, 갑오경장 후 한때 대청도 도장(島長)을 배치하기도 하였으나 뒤에 다시 백령면의 대청리, 소청리로 되었다가 광복 후 옹진군에 편입된 곳이다.
섬 여행이란 것이 늘 그렇듯이, 섬 이동을 도와줄 수 있는 민박집 차가 선착장에 기다리고 있다. 선진리를 지나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선다. 한눈에 보기에도 지독하게 한적하게 느껴지는 마을. 시골마을에 있는 전형적인 민박집인 것이다. 의외로 찾는 사람들이 많은지, 본채 이외에도 여러 동의 민박동을 만들어 놓았다. 짐을 내리고 찾은 곳은 옥죽동 사구다.
일명 ‘모래언덕’. 태안의 사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크다. 마치 사막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사구일 뿐이다. 고운 모래질이 큰 고분같은 모래언덕을 만들었다. 이 사구는 원래 있던 것이 아니라 인근에 있는 해변에서 바람결에 모래가 날라와 생겨난 것이다. 고운 모래질 앞에서는 맨발을 벗고 걸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언덕길을 오르면서 지압을 하는 건강 여행지지만, 복병이 있다. 가녀린 풀숲에 맺힌 열매는 마치 송곳보다 더 강렬하기 때문이다. 척박한 모래질에서 사는 식물이라 성질도 고약한 듯하니 가을철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사구 언덕길에 오르면 옥죽동 해변과 농여해변이 보이는데, 그다지 매력적인 바다는 아니다.
대신 대청도에는 매력적인 해변이 몇 군데 있다. 바로 지두리 해변이다.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바닷가 옆에 잘 지어놓은 샤워장 등의 시설물이다. 지금은 피서객 빠져나간 썰렁한 바다지만, 여행객들은 옷을 걷어 부치고 바닷물에 발 담그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이곳 말고도 좋은 해변이 또 있다. 바로 사탄동 해변이다. 얼핏 듣기에는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는 해안 이름이다. 하지만 풀이해보면 모래사자에 여울탄자를 쓴, 모래와 여울이 어우러진 멋진 해변이라는 섬 앞모양이 ‘새 입’을 닮은 아주 멋진 해안 풍경이다. 아주 한적한 사탄동 바닷가에서 두 명의 낚시꾼을 만나지만, 그들의 그물망은 아직 텅 비어 있다. 잠시 폐선처럼 보이는 배를 바라보기도 하면서 철지난 바닷가를 만끽하다 사탄동 해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서 본다.
이곳에서 낙조를 보면 멋질 일이지만, 운 사납게 하루종일 맑던 날씨는 오후가 되면서 안개가 자욱해졌다. 전망대를 벗어나 독바위를 지나치는 해안길. 가던 길을 멈추지 않을 수 없다. 깍아지를 듯한 해변 시멘트길은 머지 않아 아스팔트로 바뀌기 위해서 공사중이지만, 아름다운 해안길의 눈요기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달려오다 민박집 주인은 어느 집 앞에 차를 세운다. 해병에게 너무 잘해서 군인들이 할머니 초상화를 그려 놓은 집. 해병대 할머니 집인 것이다. 집을 비운 할머니를 만날 수 없었지만, 그림속의 인자하게 웃고 있는 할머니의 인심은 보지 않아도 느껴진다. 그렇게 차는 다시 선진포구를 달려오고 그곳에서 차를 멈춘다.
소청도를 가봐야 하기 때문이다. 섬은 그저 배안에서 봐야 한다. 꿀렁꿀렁, 파도에 멀미가 나고, 수심이 얼마나 깊은지, 푸르디 푸른 바닷물이 배안으로 쳐들어 온다. 그래도 이곳이 서해인지 동해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인 맑은 바닷물은 백령도나 대청도 내내 볼 수 있는 풍치다. 배안에서 소청도의 모습을 보는 것은 분바위, 마치 분칠을 한 것처럼 하얀 바위라고 그런 이름이 붙었는데 멀리서 봐도 하얗다. 그리고 또 하나 볼거리는 소청등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1908년)로 설치된 곳이란다. 철지난 바닷가, 그래서 더욱 섬을 깊숙이 느낄 수 있는 것 아닐런지.
■여행정보
- 배편 : 백령도와 같다.
- 현지교통 : 대청공용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며 대부분 민박집에서 안내해 준다.
- 맛집과 숙박 : 선진포구에 가장 많은데 필자는 엘림민박(032-836-5997)에서 숙식과 교통편을 이용했다.
- 민박 문의 : 대청면사무소(032-836-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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