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 백령도. 웬지 뉴스에 자주 접하는 지명이라는 것, 그곳에 가면 민간인보다는 군인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뱃길로 족히 4시간 이상을 달려가야 하는 것은 배멀리 심한 사람에게는 큰 부담감으로 다가설 수밖에 없다. 지난해 백령도 가려 했다가 풍랑 탓에 결항이 되었고, 결국 포기하고 만 그곳을 이 가을 다시 찾아 나선다.

오전 7시 10분경, 심한 배멀미를 각오하고, 미리 약 마시고 귀에 차단제 붙이고 백령도 항 배에 오른다. 백령도는 본래 황해도 장연군에 속했으나 광복 후 옹진군에 편입됐다. 원래의 이름은 곡도인데, 따오기가 흰 날개를 펼치고 공중을 날으는 모습처럼 생겼다 하여 백령도라고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14번째로 큰 섬이었으나, 최근 화동과 사곶 사이를 막는 간척지 매립으로 면적이 늘어나 8번째로 큰 섬이 됐다는 그 곳에 긴 여행작가 생활동안 찾지 못하고 이제야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백령도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심청각. 1999년 10월에 만들었다는 심청각 전시관이다. 지붕 처마가 나비처럼 올라간 한옥으로 지어놓은 2층 건물인 심청각 전시관 앞마당에 심청이의 조형물이 만들어져 있다. 치마를 펄럭이며 인당수의 시퍼런 물이 무서워 고개를 옆으로 돌린 얼굴을 한 조형물인데, 평소 상상했던, 연꽃 속에서 하늘하늘 가녀리게 피어 올랐을 것 같은 심청이 조형물이 아니라, 굵은 장단지에 버선을 신고 개량 한복을 입고 독립운동을 했을 것 같은, 마치 ‘열사’같은, 튼실한 처녀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 만들어졌든, 얼굴이 무어 그리 중요하겠는가. 바닷길 너머가 북한 땅이고, 중국어선 몇 척이 눈앞에 다가설 듯 있다는 것이 현실일 뿐이다. 그리고 머릿속에서는 자꾸 몽산포 타령이 생각나는 것이다.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금일도 상봉에 님만나 보겠네/에헤야 에헤야 에헤야 에헤야 에헤-야/님만나 보겠네

그곳을 나와 백령도 성당(백령면 진촌리)과 중화동교회를 찾고 두무진 유람선 여행을 한다. 섬 여행의 필수 코스라고 할 수 있는 유람선 여행. 두무진이라는 이름은 뾰족한 바위들이 많아 생긴 모양이 마치 머리털 같다고 하여 두모진(頭毛鎭)이라 부르다가 후에 장군머리 같은 형상이라 하여 두무진으로 개칭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유람선은 나름 멋진 기암이 펼쳐진 곳으로 움직인다.
특히 출발지점과 인접해 있는 선대바위가 이곳에서 가장 볼거리. 선대바위는 1612년(광해군 5) 이대기가 ‘백령도지“에서 “늙은 신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극찬했을 정도란다. 배는 선대바위 이외에도 여러 가지 형태의 바위들을 보여준다. 코끼리바위, 장군바위, 신선대, 형제바위 등. 유람중에서도 급하게 카메라를 숨겨야 하는 곳도 있다. 군부대 막사다. 깍아지른 듯한 기암 밑에 방호벽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 유람선에서 또 하나 백령도의 특징을 살펴 볼 수 있는 것이 물범바위다. 1982년 천연기념물 제331호로 지정된 지정된 백령도의 점박이 물범은 3월에서 11월까지 이곳에서 서식하다가 12월부터 3월사이에는 중국 랴오둥성 발해만의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는다고 한다.
유람을 끝내고 다시 산길을 따라 오른다. 낙조를 보기 위함이다. 선대바위쪽 위에서, 혹은 아래서 낙조를 지켜본다. 하루종일 안개가 낀 날씨는 다행히 나름대로 멋진 노을을 펼쳐주고 사그라졌다.

■이 신 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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