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딸루냐 음악당 근처에 까떼드랄(Catedral)이 있다. 한눈에 봐도 눈길을 끌 정도로 멋진 건축물이다. 중심가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사람들 보는 재미가 쏠쏠한 곳인데, 자주 나이든 악사들이 모여 거리 음악회를 펼친다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성당은 1298년에 하우메(Jaume) 2세에 의해 시작돼 1454년에 완공된 오래된 건축물. 건물 옆 좁은 골목으로 가면 싼타루치아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시간을 정해놓고 사람들을 들여 놓는다. 일반 성당에서 볼 수 없는 야외 정원이 있는 곳이다.
그 외에 찾을 곳은 피카소 미술관이다. 근 1시간 이상을 줄을 서야만 표를 살 수 있었던 곳. 이 미술관은 14세기의 옛 궁전을 수리한 곳이다.
피카소가 미술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14세-19세까지 바르셀로나에서 살았던 인연으로 이곳에 미술관이 생겨났다. 어린 시절의 습작과 함께 청색시대라고 불리는 청년기의 그림들과 벨라스케스의 ‘라스메니나스’ 재해석 연작, 만년의 입체파 작품 등 3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초보자들도 이해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그림이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그가 서남쪽 바닷가와 인접해 있는 ‘말라가’ 태생이라는 것과 그의 순수성과 젊은 시절의 장난끼가 엿보이는 그림 들.
게다가 그의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들을 부분적으로 떼어내서 영상으로 설명해주는 것도 이 미술관의 장점이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크로키 중에서 여자 나체상의 음부 밑으로 낚시대를 걸고 고기를 낚고 있는 모습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람블라스 거리. 이 거리는 까딸루냐 광장에서 콜롬부스 기념탑 앞에 있는 평화의 광장까지 이어지는 1km 정도의 거리인데, 노점이 있고 퍼퍼먼스를 하는 사람들을 여럿 만날 수 있다.
이 근처에 보케리아 시장이 있다. 과일, 야채, 빵, 생선 등을 수북히 쌓아 놓은 곳. 즉석에서 먹을 수 있게 포장돼 있는 과일을 사서 먹어도 좋고 각종 싱싱한 해산물을 쌓아 놓고 즉석에서 요리해주는 곳 등등. 상점마다 각자의 특색을 살려 놓고 있는 모습이 매우 흥미진진하다.
그 외에도 콜롬부스 기념탑을 스쳐 지나면 포트벨 항구를 만난다. 옛날에 바르셀로나의 최대의 상업 항구였고 지금은 여러 행사가 열리는 곳. 날씨가 흐린 바닷가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지만 바닷가 인접해 있는 도시에서 빼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
바르셀로나 여행은 이것으로 끝을 내면 안된다. 서편에 있는 몬주익 언덕(Montjuic)을 찾는 코스가 남아 있기 때문. 몬주익 언덕은 지하도 Paral-lel역에서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 다시 리프트를 타야 한다. 리프트를 타고 오르면서 시내 전경을 바라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
옛날에 유대인들이 모여 살았다는 곳. 현재 몬주익 성은 17세기 필리페 4세에 대항한 반란군에 의해 세워졌다. 성곽 위에 서서 항구를 본다. 제법 활기가 느껴진다. 큰 컨테이너를 실은 차량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아, 이곳도 일은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이다.
천천히 길을 따라 내려와 후안 미로 미술관을 찾으면 된다. 1975년 개관했다는 미로 미술관에는 미로 작품은 물론 신인 작가를 발굴해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미술관을 비껴 멀지 않은 곳에 박람회장이 있다. 박람회장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황영조선수 기념비를 만나기 위해서다. 도로변 한켠에 그가 조각된 돌표지석을 만나고 국기를 보게 된다.
당시 경기도 지사였던 임창열씨의 이름이 새겨진 것을 보면서 괜시리 눈시울을 적신다. 그렇게 다시 국립박물관과 스페인광장을 보면서 바르셀로나 여행은 종지부를 찍었다.

■ 투우와 플라멩고
사실 정열의 나라라는 닉네임이 붙은 스페인에서 투우를 보지 않고 가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투우는 시즌이 정해져 있는데, 바르셀로나도 투우장이 있다. 5월부터 시작해 주말에 열린다지만 2주에 한번 꼴. bull fighting이라고 한다. 잔인한 투우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는데 그것을 대변해주듯 대자보위에 누군가가 ‘stop’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었다.
투우는 비록 보지 못했지만 플라멩고는 봐야 할 듯. 플라멩고는 매일 구경할 수 있고 민박집을 통해 자그마한 바를 찾았다. 달콤한 과일 칵테일이 한병 나오고 초리서와 빵이 나온다. 무대에서 춤추는 무희는 세명. 나중에 탭댄서를 추는 듯하는 혼혈인듯한 흑인 남자 한명이 무대에 오른다. 거기에 기타리스트와 애절하게 노래를 부르는 여자다. 공연이라는 것은 동적이어서 시간 지날수록 열기가 깊어지게 마련. 연극처럼 무대는 손님에 따라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다. 플라멩고는 스페인에 가면 꼭 한번 봐야 할 일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날 밤의 열기가 지금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오늘밤에도 누군가가 춤을 추고, 누군가 그것을 지켜보면서 흥에 겨워 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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