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하면 대나무, 대나무 하면 담양이 떠오른다. 수도권에서 5시간 남짓 달려 담양에 이르자 댓바람에 섞인 죽향이 은은히 번져온다. 코끝이 상쾌하다. 담양은 어딜 가나 대나무를 만날 수 있다. 마을이 있는 곳에 대숲이 있고, 대숲이 있는 곳엔 마을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담양은 대나무의 고장이다.
담양 여행은 크게 대나무와 관련 시설이 모여 있는 읍내 쪽과 호수와 산이 있는 북부, 문화유산이 즐비한 남부로 나눠 돌아보면 경제적이다. 한 지역을 돌아보는데 반나절쯤 걸리므로 1박 2일 정도는 잡아야 한다.
길손은 먼저 금성면 봉서리 병풍산 줄기 고지산 아래에 펼쳐진 대나무골 테마공원(www.bamboopark.co.kr)으로 간다. 담양읍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순창 쪽으로 가다 ‘석현교’ 다리를 지나 표지판을 보고 오른 쪽으로 빠지면 된다. 그림 같은 담양호를 중심으로 추월산과 금성산성이 자웅을 겨룬 곳에 거대한 대숲이 들어섰다. 이곳의 대나무숲은 담양 최대를 자랑한다. 부챗살처럼 펼쳐진 3만여 평의 야산에는 맹종죽과 왕죽, 분죽, 조릿대(산죽) 등 각양각색의 대나무가 사이좋게 어우러져 있다. 청량한 대숲 바람을 마시며 삼림욕과 죽림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문의: 061-383-9291.
대나무골테마공원에서 나와 읍내 향교리에 있는 죽녹원으로 간다. 대나무골테마공원이 광활하다면 이곳은 아기자기한 멋을 풍긴다. 돌계단을 오르니 빽빽하게 들어선 대숲 사이로 꼬불꼬불 산책로가 나 있다. 바람도 잠시 휴식에 들어간 오후 3시 무렵의 대숲길은 그윽하고 감미롭다. 대숲길 저 만큼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는 것만 같다. 대나무로 만든 정자(쉼터)에 앉아 하늘로 치솟은 대 줄기를 바라본다. 댓잎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눈부시다.
죽녹원 앞에는 담양천을 따라 느티나무, 엄나무, 개서어나무, 푸조나무, 음나무, 벗나무, 갈참나무, 이팝나무, 팽나무 등이 죽 늘어선 관방제림(官防堤林, 천연기념물 제366호)이 펼쳐져 있다. 수령 200년을 헤아리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세월의 깊이를 말해준다. ‘전국 아름다운 숲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던 이 숲길은 조선 중기 인조 때 성이성(成以性) 이란 부사가 영산강 상류인 담양천의 홍수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고 둑을 쌓은 것으로 풍치림 가운데 원형이 가장 잘 보전돼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철따라 독특한 풍광을 보여주는 이 둑길은 영화와 드라마, CF 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숲 냄새를 맡으며 산책을 즐기기 아주 좋다.
대나무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담양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 있으니 바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다. 1970년대 초부터 묘목을 심어둔 것이 지금과 같은 울창한 가로수길이 되었다. 2차선의 양 옆에 줄지어선 메타세쿼이아는 7-8월에 그 잎이 가장 무성해져 진초록의 자연터널을 만든다. 중국이 원산지인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는 미국에서 개량된 수종으로 우리나라에는 드물게 퍼져 있다.
담양에서 순창으로 이어지는 24번 국도는 담양이 자랑하는 드라이브 코스 1순위다. 공룡시대부터 살았다는 메타세쿼이아 수 천 그루가 도로 양쪽으로 멋진 그림을 연출한다. 아무리 봐도 멋있는 길이라 사진 한 컷 담아둘 만하다. 인근에 있는 금성산성은 우리 아픈 역사를 돌아보게 해준다. 장성의 입암산성, 무주의 적상산성과 함께 호남의 3대 산성으로 꼽힌다. 산성 정상에 오르면 앞으로는 무등산과 추월산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건너다 뵈고, 발 아래로는 드넓은 담양들녘과 아름다운 담양호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특히 이른 아침, 산성에서 바라보는 운해는 천하절경 그 자체다. 담양호를 따라가는 29번국도 왼쪽으로는 전라남도 5대 명산의 하나인 추월산(해발 731m)이 우뚝하다. 정상에 오르면 푸른 담양호가 두 눈 가득 들어온다. 담양호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
담양은 가사문학을 꽃피운 정자촌(亭子村)이기도 하다. 가사문학은 우리나라 고유의 문학으로 4 .4조 연속체의 운문과 산문의 중간 형태다. 담양에는 선비들이 시문을 짓고 학문을 논하던 여러 개의 누정(樓亭)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면앙정(免仰亭), 송강정(松江亭), 명옥헌(鳴玉軒), 소쇄원(瀟灑園), 환벽당(環碧堂), 취가정(醉歌亭), 식영정(息影亭), 송강 정철의 별서(別墅) 등을 들 수 있다. 봉산면 제월리 제월봉 높은 언덕에 있는 면앙정은 가사문학의 선봉인 송순(1493-1583) 선생이 창건했다. 자신의 호를 따서 지은 정자는 정면 3칸, 측면 2칸이며 전면과 좌우에 마루를 두고 중앙에는 방을 배치했는데, ‘땅을 내려다보고 하늘을 쳐다본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풍수지리학상 뛰어난 터라고 평가받는 이 정자에 서면 담양 들판이며 멀리 추월산과 무등산이 아스라하다. 고서면 원강리 언덕에 있는 송강정은 관직에서 물러난 송강 정철이 은거한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유명한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을 저술했다.
조선 중기의 명원(名苑)이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별서정원(別墅庭園)의 하나로 꼽히는 소쇄원은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룬 남도 답사 1번지로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입구부터 훤칠하게 솟은 대나무들이 길동무가 돼 준다. 소쇄원의 원래 주인은 양산보(1503-1557)로서 그는 정암 조광조(1482-1519)가 기묘사화로 귀양을 가게 되자 처가에서 가까운 이곳에 집이 딸린 정원을 짓고 여생을 보냈다. 각 건물이 보여주는 여유로움과 멋, 운치, 수수함은 옛 선비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방문객들을 접대하는 광풍각(光風閣)을 비롯해 주인이 사랑채로 쓰던 제월당(霽月堂)과 그 옆의 오곡문(五曲門), 초가지붕으로 만든 대봉대(待鳳臺) 등 하나같이 고풍스럽다. 대봉대에 앉으면 들뜬 마음이 착 가라앉으며 편안해진다. 문명에 찌든 몸과 마음이 새롭게 깨어나는 느낌이다. 오곡문으로 들어가는 길 옆 담장에는 ‘소쇄처사양공지려(瀟灑處士梁公之慮)’라는 글귀가 보인다. ‘소쇄원을 만든 양산보의 오두막집’이라는 뜻이다. 정원에는 소나무, 대나무, 버들, 단풍, 등나무, 매화, 은행, 오동, 동백, 치자, 철쭉 등이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소쇄원과 얼마 안 떨어진 곳엔 담양의 또 다른 정자, 식영정과 환벽당이 있다. 광주호의 푸른 물이 내려다보이는 식영정은 송강 문학의 산실이다. 16세기 중반 서하당 김성원이 스승이자 장인인 석천 임억령을 위해 지은 정자다.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이 정자는 사선정(四仙亭)이라고도 하며 송강 정철이 ‘성산별곡’을 탄생시킨 곳이기도 하다. 식영정 밑에는 부속건물인 부용당과 서하당이 조용히 방문객을 맞는다. 소쇄원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가사문학관이 있다. 내부에는 송순의 면앙집과 정철의 송강집, 친필 유묵 등 유품들이 전시돼 있다. 가사문학관 바로 앞 강 건너에는 송강 정철이 관직으로 나가기 전인 16살부터 27살까지 김성원 등과 함께 김윤제를 스승으로 모시고 학문을 닦던 환벽당이 있다.
가사문학관에서 화순온천 쪽으로 가다 보면 마치 드라마 촬영 세트장처럼 한옥 여러 채가 눈에 들어온다. 한국전통문화를 연구 계승시키고자 건립한 ‘향원당(香遠堂)’이다. 이곳에서는 우리 고유의 생활예절과 다도, 궁중· 사찰음식 만들기, 한식문화와 한식 상차림, 푸드 코디네이션 등을 가르친다. 외국인을 위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며 숙박도 가능하다. 문의 061-381-8101. 이곳에선 광주땅인 무등산도 지척이다.

담양의 맛-떡갈비와 대통밥
담양은 대나무로 더 알려진 고장이지만 맛(음식)도 그에 못지않다. 떡갈비와 대통밥이 그 주인공으로 어느 음식점에 가든 고유의 맛을 자랑한다. 떡갈비는 쉽게 말해 쇠고기를 다져 만든 모양이 떡을 닮아 그렇게 부른다. 덧붙이자면 기름을 다 발라낸 갈빗대에 칼로 다져놓은 갈빗살을 인절미 모양으로 갖다 붙인 것이다. 이 인절미 모양의 갈빗살을 숯불에 구우면 먹음직스러운 떡갈비가 탄생한다. 떡처럼 베어 먹어야 제 맛이 나는 음식인데 쫀득쫀득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한우 갈빗살의 부드러움과 양념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그 맛이 잃었던 식욕을 되돌려준다. 지금이야 누구나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이지만 떡갈비는 본래 궁중에서 임금이 즐기던 고급요리다. 임금이 줏대 없이 갈비를 손에 들고 뜯을 수 없다는 뜻도 숨어있다. 떡갈비는 지역에 따라 그 요리법이 다르다. 6백50년 전 노송당 송희경 선생이 처음 개발했다는 담양 떡갈비는 다진 쇠고기살을 쓰지 않고 잡고기를 전혀 섞지 않아 그 풍미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쇠고기 갈빗살을 골라 등심 부위에 잔칼질을 한 후 3번에 걸쳐 양념을 고르게 바르고 갈비뼈 위에 올려놓고 굽는데 이렇게 여러 번의 손길을 거쳐 완성된 맛은 때깔이 곱고 부드러워 입에 살살 녹는다. 한편, 떡갈비에 역시 이름값을 하는 대나무통밥을 곁들이면 금상첨화. 이 두 음식은 이른바 찰떡궁합으로 통한다. 하지만 값이 만만치 않다 보니 거개의 사람들은 한 가지 음식만으로 만족한다. 대통밥은 말 그대로 대나무에 찹쌀, 은행, 콩, 밤, 대추 등을 넣고 죽염으로 간을 맞춘 다음 한지로 뚜껑을 봉한 뒤 가마솥에 1시간 이상 찐 것이다. 여기에 구수한 된장찌개와 죽순까지 가세하면 입 안으로 죽향(竹香)이 스며들어 뒷맛이 아주 개운하다.

◆길잡이(지역번호 061)=대중교통: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담양행 고속버스 출발. 3시간50분 소요. 대구에서 담양을 경유하는 광주행 직행버스 운행. 3시간 40분 소요. 광주에서 담양행 버스 20분 간격으로 운행. KTX 서울(용산)-광주행: 1일 8회 운행. 광주-서울(용산)행: 1일 8회 운행. 철도공사 예약센터 1588-8545(www.korail.go.kr).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1번 국도-장성호수 북안-담양. 호남고속도로 동광주나들목-887번 지방도(광주교도소 방향)-담양고서사거리-광주댐-식영정-가사문학관-소쇄원-향원당. 담양읍-887번 도로(담양교 옆길)-5km-오래천 대추교-제월리 삼거리-면앙정. 광주종합터미널에서 가사문학관을 운행하는 225, 125번 버스가 수시로 있다. 또 101번 버스가 면앙정과 송강정 입구를 지나 담양읍내로 들어온다. 담양읍내에서 대나무골 테마공원과 추월산행(가마골) 버스 하루 9회 운행. 88고속도로 담양 나들목-24번 국도(순창 방향 약 5Km)-석현교 건너 바로 우회전-2Km-대나무골 테마공원. 매주 토요일 담양 군청이 제공하는 버스 투어(대나무박물관→죽녹원→담양호→메타세콰이어길→소쇄원)를 이용해 각 지역을 돌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금은 초등학생 이상 1만원(점심 포함). 예약 필수. 문의: 담양군청 문화레저관광과(380-3141-4). 광주종합버스터미널(062-360-8800-14), 담양버스터미널(061-381-3233).
◆맛집과 잠자리=담양읍내에 죽순요리와 대통밥, 떡갈비를 내놓는 식당이 여럿 있다. 송죽정(383-4921, 대통밥), 죽향(382-0684, 대통밥), 한상근대통밥(383-9779), 죽림원(383-1292, 대통밥), 유진정(381-8500, 대통밥), 신식당(382-9901, 떡갈비), 민속식당(381-2515, 죽순회), 덕인관(381-2194, 떡갈비) 등이 유명하다. 광주호 앞의 전통식당(382-3111)은 남도 한정식을 제대로 차려낸다. 40여 가지에 이르는 반찬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다. 담양읍내에 시설이 깔끔한 여관이 많다. 담양댐 근처에 있는 담양리조트(www.damyangspa.com, 380-5111)는 숙박은 물론 온천탕까지 갖췄다. 담양군 직영의 가마골펜션(383-2180)에서도 묵을 수 있다. 8- 10평으로 4인 가족 1박에 6만원을 받는다. 이외에 가마골관광농원(381-9999), 죽림홀펜션(383-3446), 황토흙집(381-5885), 파레스호텔(381-6363) 등이 있다.

글: 김 초 록(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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