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줄고 원자재가격은 오르는데 제품판매가격은 떨어지고 그나마 제품을 만들려 하니 사람구하기는 더더욱 힘듭니다”
전통 중소제조업체들이 인력난,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매출감소, 유가인상에 따른 원자재가 상승,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압력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깊은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업체들중 상당부분은 중국 등 해외로 공장을 옮겼거나 이전을 계획중이며 심지어 사업을 접을 계획까지 하고 있다.

내수부진에 인력난까지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 소재 C사. 이 회사는 사출·프라스틱제품의 코팅을 전문으로 하는 전통제조업체다.
이 회사는 최근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
“매출이 이전보다 5분의 1로 감소했습니다. IMF때는 지금에 비하면 호황이라 할 수 있죠. 매달 5천만원씩 까먹고 있습니다.” 회사대표인 ㅇ사장은 이같이 하소연했다.
그는 “직원이 현재 30명인데 최소 20명의 인력이 모자라는데다 이중 23명이 평균 55세 정도의 여성”이라면서 “노래방 등의 유흥업소가 성업하면서 여성주부 인력이 대부분 그곳으로 빠져나가 젊은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제품을 개발하려 해도 과연 인력이 제대로 충당될까 두려워 투자를 못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앞으로 3년이 지나면 국내제조업은 모두 끝난다”고 했다.
특히 그는 “해결책은 오직 외국인인력을 과감히 도입해 중소제조업체들이 탄력적으로 외국인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ㅇ사장은 20일 중국으로 떠났다. 회사공장의 상당부분을 중국으로 이전하기 위한 절차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납품단가 인하압력 여전

인천 남동공단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D사.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 정도인 이 회사는 최근 들어 매출이 10%가량 준 데다 거래 대기업체의 납품단가 인하압력으로 경영수지가 크게 악화됐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10년새 수익성이 무려 70% 가까이 줄어 현재 마진율은 3% 정도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그래도 최근 2년간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 부실사업의 상당부분을 아웃소싱하고 인력을 크게 감축(110명→84명)했기 때문에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값싼 중국제품이 들어오면서 대기업들이 이를 핑계로 가격을 후려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은) 낮은 품질 때문에 중국제품을 사실상 사용하지는 않습니다.”(ㅇ사장)
ㅇ사장은 “대기업의 이같은 횡포는 경기가 살아날 때는 심해지고 (경기가) 침체되면 좀 덜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들이 ‘재고 없애기 운동’의 하나로 추진하는 JIT(Just in Time) 시스템도 사실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재고를 모두 떠맡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겉으로는 줄어든 것 같지만 대기업의 3개월이상 만기어음 발행 관행도 여전하다”고 털어놓았다.
20일 이 회사에는 베트남의 투자당국자 6명이 방문했다. ㅇ사장이 국내 조립라인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기 위해 현지에 투자를 문의했기 때문이다.

유가인상으로 채산성악화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에서 화장품원료 및 세제를 생산하는 S사. 매출액이 100억원 정도인 이 회사는 지금까지 내수위주로 경영을 해왔지만 최근 몇 달새 내수 침체가 의외로 커 수출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 회사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최근 수출이 30% 증가하는 등 성과를 올렸지만 새로운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원유가격 상승과 함께 세제의 원가가 최근 들어 5∼10%나 올랐기 때문이다.
“매출 감소를 우려해 원가상승분을 자체 해결하려다 보니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회사는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 환율상승의 부담도 큽니다.”(ㅇ사장)
게다가 이 회사는 거래업체인 코리아나가 부도위기에 있어 앞날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ㅇ사장은 “방문판매 위주인 코리아나가 가계대출 부실과 맞물려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4∼5억원 정도의 자금이 물려있어 걱정만 앞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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