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용허가제’가 전격 도입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바로 중소기업의 경쟁력 상실과 국내산업의 공동화다.
고용허가제란 기업이 필요한 해외인력을 정부로부터 허가받아 도입하고 1년 이내에서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의 특징은 고용조건에 있어 국내근로자와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고용허가제가 도입될 경우 우선 임금상승 부분을 감수해야 한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용허가제 도입시 1인당 임금이 최소 월 37만2천원 정도(약 40%)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외국인근로자에게 상여금, 퇴직금, 국민연금, 연·월차수당 등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용허가제 도입시 외국인근로자들에게 노동 3권까지 허용해야하기 때문에 이들이 각 국가별로 노조를 결성, 분규를 일으킬 경우 중소기업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임금 40% 추가상승

그렇다고 고용허가제를 실시한다고 해서 중소기업들이 외국인력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실시되는 ‘외국인연수취업제’와 동일하게 정부가 매년 외국인근로자의 총도입 규모를 제한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필요한 외국인의 일부만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또 자금·시간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직접 해외로 나가 외국인을 고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결국 인력도입 전문기관을 이용, 외국인근로자를 선발하는 방식도 지금의 제도와 거의 흡사하다.
오히려 우려되는 것은 중소기업이 해외인력 충원시 반드시 ‘노동시장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는 점 때문에 고용탄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테스트’란 중소기업이 공공기관에 구인신청을 하고 일정기간이 지나야 외국인을 도입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인들이 내국인을 못구하기 때문에 외국인을 쓰는 것인데 구인신청을 일정기간 하라는 것은 필요없는 요식행위만 하나 더 만들 뿐”이라고 말한다.

고용탄력성 더 떨어져

고용허가제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임금상승을 제외하고는 현 외국인연수제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현재 ‘외국연수취업제도’하에서도 외국인근로자들은 국내근로자의 약 84% 임금을 받고 있다.(2002년 중소기업청·중소기업연구원 자료)
가뜩이나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주변 경쟁국들에 비해 고비용 저효율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내국인의 100% 임금을 지불하게 된다면 경쟁력 제고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건 불보듯 뻔하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과 중소기업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은 외국인근로자의 임금을 내국인의 26∼40% 수준에서 지불하고 있으며 대만은 내국인임금의 54%, 싱가폴은 내국인임금의 30%를 각각 지급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에서 인쇄업을 하는 A사 대표는 “외국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한채 비용만 추가로 늘어난다면 결국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해외로 내쫓아

고용허가제, 외국인연수취업제를 따지기 이전에 우리는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외국인근로자 운영제도’의 설립 취지를 되돌아볼 시점에 와 있다.
외국인근로자 제도가 왜 만들어졌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산업공동화를 막아보려는 취지가 아니었나?
그러나, 이런 목적은 간데 없어지고 이제 외국인근로자만을 위한 제도로 탈바꿈하려 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정작 ‘중소기업’은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근로자의 인권은 최대한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명제가 ‘대한민국 국민의 권익·보호’ 보다 앞서서는 곤란하다. 적어도 정부에게는 더욱 그렇다.
한국경제의 각 분야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풀뿌리 중소기업의 존립 없이는 경제발전 뿐만 아니라 사회안정도 기대할 수 없다.
정부는 이제 냉철한 이성을 견지하고 290만 중소기업인들이 생존을 위해 부르짖는 ‘신음소리’에 고개 숙여 귀기울이는 노력이 어느 때 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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