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이다. 올 봄 군산시내 탐험을 하고 군산의 대표격인 선유도를 찾아가려고 하다가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어느새 가을을 훌쩍 넘기고 만다.
군산시내여행만으로도 나름 재미와 의미 있는 여행이어서 어느 정도는
군산의 속살을 들여다 본 듯 흐뭇했다.
가을 하늘 맑은 날, 선유도를 찾기 위해 군산에 발길을 내딛는다.

시원하게 뚫린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온다. 강풍이 불면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아슬아슬한 서해대교를 건너고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을 경계로 하는 금강교를 건너면 군산나들목이다.
나들목을 나와 시작된 군산 여행은 하루로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러니 선유도까지 합세한다면 제법 많은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할 일이다. 몇 년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선유도로 가는 여객터미널이 군산항이라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널찍한 터미널은 여행 비수기라서 인지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이미 한번의 선유도 여행에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유람선을 이용했는데, 선유도에 잠시 잠깐 발을 내딛고 자전거를 빌려 탔다가 몇미터 못가서 포기하고 말았고, 유람선을 타고 섬 한바퀴 돌고 다시 돌아나온 기억 뿐이다.
당시 유람선에 탄 아낙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를 불러대고 춤을 춰대는 통에 머리가 지끈 거릴 지경이었다. 그저 주마간산으로 본 선유도가 못내 아쉬웠는데, 이번에야 제대로 된 여정을 즐기게 된 것이다.
배안에는 의자는 물론 누워 잠을 청할 수 있는 방도 있다. 피곤한 몸은 방에 드러눕자 잠이 들었고, 어느새 선유도 선착장이다. 한달전쯤 생겨났다는 선착장은 처음 도착했던 곳은 아니다. 물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이다. 민박집에서 마중을 나왔고 짐을 풀고 섬 여행을 떠난다.
서해의 거친 조류를 타고 앉아있는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 전북 군산시 옥도면). 이 곳의 원래 이름은 군산이었다. 고려시대 수군진영을 두고 군산진이라 불렀다. 조선 세종때 진영이 인근의 육지로 옮기면서 지명까지 가져 갔다.
그래서 이 섬들에게 옛 고(古)자를 앞에 넣은 새 이름이 붙여진 것. 군산은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섬만 해도 63개. 그 중에서 개야도, 죽도, 연도, 어청도, 야미도, 신시도,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 대장도, 관리도, 방축도, 명도, 말도, 비안도, 두리도라는 16개의 섬에서만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중에서 여행의 백미는 ‘선유 8경’을 지니고 있는 선유도(옥도면 선유도리)를 꼽는 것이다. 약 2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고군산군도의 한가운데에 위치하며, 군산항에서는 약 50km 떨어져 있다. 군도에서 세 번 째 큰 섬이며 선유도해수욕장이 있다.
선유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는 것은 마이산을 닮은 망주봉과 은빛 모래밭이 기러기가 내려 앉은 듯한 모습이라 붙여진 평사낙안(平沙落雁)이다. 하지만 물이 다 빠져나간 그곳에 드러난 황랑한 갯벌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중간 시멘트 길을 사이에 두고 해수욕장이 나뉘어져 있다.
여름이면 인파로 북적대는 해수욕장은 인적 없이 그저 한적한 바닷가 모습뿐이다. 모래언덕의 끝에는 선유도의 상징인 선유봉이 있다. 마치 두 신선이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이다.
망주봉은 마이산처럼 돌 봉우리 두개가 비스듬히 이어져 있다. 유배지의 신하가 임금을 기다리다가 돌이 되었다는 전설에서 망주봉이라고도 불린다. 망주봉 너머에는 진월리가 있다. 진월리에는 제법 넓은 갈대밭과 경치 좋은 몽돌밭이 있다.
그렇게 오랜만에 눈인사를 한다. 이곳이 또 달라진 점은 카트다. 자전거로만 섬 여행을 즐겨야 했던 곳이 카트를 운전하면서 섬을 돌아다니면 되는 일이다.
주변의 무녀도는 물론이고 장자도, 대장도도 다리가 놓인 덕택에 네 개의 섬을 한꺼번에 둘러볼 수가 있다. 해를 따라서 카트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우선 장자교를 건넌다. ‘가재미’와 ‘장재미’가 합쳐 ‘장자도’라 불린다는 마을을 지나고 짧은 ‘대장교’도 건넌다. 멋진 펜션 뒤켠 산길을 따라 그다지 많은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코스다.
새로 만든 등산로를 따라 산길을 오르고 거대한 바위를 타고 올라서면 어느 지점에서 발아래 풍광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마치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장재도, 장재대교, 망주봉 등등. 맑은 가을 하늘과 어우러져 한마디로 선녀가 되는 듯한 착각이 드는 선경이다. 선유도 여행에서 빼놓고 지나친다면 매우 아쉬울 풍경이다.
이 산에 눈길을 끄는 바위 하나. 커다란 띠를 두르고 있는데 대장도 할매바위다. 이 바위는 장원급제를 하기 위해 떠난 남편을 아이를 업은채 기다리다가 남편의 변심에 돌이 되어버린 슬픈 사연이 있는 곳이다.
하산길은 반대편길을 택하면 된다. 폐가가 있는데, 오래전에는 개인절집이 있었다는데, 소원이 이뤄진다는 토속신앙이 흐르는 곳이다. 그곳에서도 할매바위가 보인다. 길을 내려와 카트를 타고 부산하게 무녀도 쪽으로 향한다. 낙조를 보기 위함이다.
무녀도는 고군산군도에서 네 번째로 넓은 섬. 춤을 추는 무녀의 모습을 닮았다해서 붙여졌다. 이곳은 이미 1950년대 초에 16만여평의 간척지를 일구었고, 지금도 군도에서 가장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두께 2m에 이르는 패총이 이 곳에 있다. 어쨌든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환상적이다. 사진보다 더 아름다운 낙조. 그렇게 하루 해가 저물고, 선유도의 하룻 밤이 지나치고 있다.
이른 아침 망주봉 근처에서 일출을 바라본다. 포인트 없는 밋밋한 바다 너머 산위로 떠오르는 일출은 그다지 색다르지 않다. 대신 바닷가 뚝방에 눈길을 잡아 끄는 해당화. 그 어느 곳에서 보는 것보다 열매 빛이 아름답다.
이번 여행길에서는 아쉽게 유람선 여행은 할 수 없다. 배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 바닷가에 무수히 장식된 부표와 작업하는 어부들의 부산한 손길을 바라 보고, 점점히 떠 있는 섬들에 둘러 쌓인 해무를 감상했다. 문득, 신선이 그곳에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묘한 신기루가 느껴진다. 심한 몸살로 앓아 누운 섬 여행이었지만, 언제 다시 한번 올 수 있을까를 기약하는 마음은 선유도의 매력에 폭 빠져 있기 때문이리라.

■자가 운전:서해안고속도로 군산IC 이용. 원하는 동선에 따라 여정을 잡으며 되며 선유도 여객선은 해망동을 지나 팻말따라 가면 된다. 참고로 열차를 이용해도 좋다. 올해 안으로 장항-신군산역을 연결하는 기찻길이 연결 될 예정이다.

■별미집과 숙박:선유도 내에 대부분 민박도 하고 직접 잡는 자연산 횟감을 먹을 수 있는데, 그다지 빼어난 편은 아니다. 대부분 이곳에서 잡히는 물고기이므로 물때에 따라 풍요로움이 달라질 수 있다. 그 외 군산 맛집으로는 군산횟집(063-442-1114), 내고향꽃게장(063-453-0608, 063-453-0808), 어복쟁반국수로 알려진 압강옥(063-452-2777-8) 등이 있다. 서해안 옹고집 장집(063-453-8877)에서 된장찌개를 먹어도 좋다. 숙박은 예전과 달리 시설이 매우 좋아졌다는 점을 기억하면 된다. 바다여행(063-465-4399)은 음식 맛은 떨어지지만 숙박동은 깔끔하고 따뜻하다. 직접 밥을 해먹을 수도 있다.

■여객 이용안내:군산 연안여객선 터미널(063-442-0115, 6, 혹은 계림해운(063-467-6000)에서 대략 1시간 10분 ~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물때 등 자세한 정보는 선유도 닷컴(www.sunyoudo.com)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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