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산(532m, 동두천시 소요동). 해마다 가을 단풍축제를 하는 곳. 일명 경기의 소금강이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치를 자랑하는 곳이다. 게다가 1호선 전철이 소요산역까지 운행되니, 최근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드는 근교 나들이 코스인 것이다. 하루 정도 넉넉한 시간 갖고 산행을 하고 나면 매우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암벽과 육산이 겹쳐 있어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트레킹 하기에 큰 무리는 없다.

전철 개통으로 한결 가까워진 느낌
벼르고 벼른 소요산 산행이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이곳의 풍치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몇해를 그냥 훌쩍 넘기고 말은 것이다.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한다. 1호선 전철이 개통한지 2006년 12월. 얼마되지 않았지만 전철이 연결된다니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웬걸, 새벽에 출발해 소요산역에 도착된 시간은 정오를 앞두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을 출발점으로 한 전철의 종착지는 의정부, 주내, 동두천 등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소요산과 가장 가깝다는 동두천역에서는 30분 간격으로 전철이 운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리 정보를 알았다면 동두천 중앙역 즈음에서 내려 버스를 타는 것이 훨씬 빠른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입구가 조금은 변했지만 낯설지는 않다. 축제(10월 27-28일)를 앞두고 있었지만 입구의 애기단풍은 아직도 초록색이다. 전철에서 만났던 무수한 등산객들은 어디로 흩어졌는지, 의외로 길목이 복잡하지도 않다. 가을 가뭄이 긴 탓인지, 소요계곡도 거의 물이 말라 있다.
소요산이란 이름은 매월당 김시습이 자주 소요를 했다고 해 붙여졌다고 한다. ‘경기 소금강’이라고 쓰여진 일주문을 지나고 이내 널찍한 공터에 벤치 몇 개가 놓여진 자리에 원효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원효대사가 수도 한 곳이라서 ‘원효대’라는 이름이 붙은 양쪽으로 치솟은 암벽. 멋진 기암이 턱 버티고 있지만 물줄기가 약해서 아름다움은 느낄 수 없다. 산길을 따라 오르면 등산로가 양갈래로 나뉜다.
자재암 방면과 공주봉, 정상의 의상대(536m)로 나뉘는 갈림길이다. 대부분 자재암 코스를 선택하고 돌계단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면 자재암(031-865-4045)을 만난다.

정상에 오르자 절정의 가을 단풍이

자재암은 원효대사가 요석 공주와 기거했던 곳으로 많은 승려 시인들이 거쳐 간 곳으로도 유명하다. 거대한 바위산 협곡위에 암자가 있어 요새처럼 삭막한 느낌도 들지만 아직도 원효스님의 자취가 원효대, 요석공주궁지, 원효폭포 등 지명에 남아 있어 감회가 새롭다.
원효대사가 요석공주와 인연이 맺은 후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하기 위해 찾은 곳이다. 후에 요석공주가 아들 설총과 함께 입구에 절을 짓고 원효의 환속을 기다렸으나 원효는 단호히 거절하고 정진을 거듭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절집은 어수선하다. 대웅전 옆쪽으로 건물 공사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협곡에 들어선, 좁은 절터는 공사의 기계소리와 울긋불긋 연등을 달아 놓아 정신이 산란스럽다.
그 와중에 아름다운 청량폭포와 그 옆 하늘 향해 오른 멋진 기암에 눈길을 빼앗긴다. 20여m 높이의 웅장한 청량폭포도 가뭄으로 실줄기처럼 약한 물줄기를 내려 꽂지만, 가을 단풍이 아우러진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다. 폭포 위를 감싸고 있는 봉우리 위에 달이라도 뜨면 어떠한 미사여구로도 표현할 말이 없을 듯하다.
폭포 옆 나한전이라고 불리는 자그마한 굴 옆에 약수가 있다. 산행을 하려면 이곳에서 필히 물통을 채워 넣어야 한다. 산행길에서는 약수터를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산행 시작이다. 중백운대와 선녀탕으로 오르는 길이다. 중백운대를 우선 목적으로 한다. 의외로 경사도도 높고 뾰족한 바위들이 솟구쳐 산길 오름이 더디다. 숨이 턱턱 차오르는 것을 느끼고 훔씬 땀방울을 흘리지만, 기분은 묘하게 좋아진다.
등산객들을 위한 쇠철봉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가파른 산행을 하고 나면 능선이 나선다. 대충 평평한 공간을 찾아 싸온 점심상을 차린다.
정상부근에는 단풍이 절정을 달리고 있다. 안개가 자욱하지 않았다면 멋진 가을산 정취에 더 많이 빠져 들었을 것이다.
상백운대, 칼바위 능선을 따라 걷다, 나한봉 0.5km라는 팻말을 사이에 두고 선녀탕 길로 하산한다. 늦은 출발 탓에 더 이상 시간 소모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햇살이 가려지면서 붉은 단풍은 더 색깔이 진해진다. 먼지 풀석거리고 다리는 힘이 풀렸지만 하산 길이 지루하지 않다. 모자에서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땀이 많이 흐른다. 다리는 무겁지만 기분은 시간 지날 수록 개운해진다. 바로 이것이 산행의 묘미인 것이다. 시도하기가, 어렵지만, 이렇게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자재암에 이르러서 큰 한숨을 몰아쉬고 아주 가벼운 걸음걸이로 소요산 역을 향하면서 하루해를 마감한다. 모처럼 운동부족이었던 몸이 개운해지고 나른하면서도 행복한 피로가 밀려온다.

*자가운전:동두천시-3번 국도(전곡 방향) 이용. 소요산 주차장. 차를 두고 전철을 이용해도 좋다.
*별미집과 숙박:주변엔 토속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산채비빔밥, 한식전문 식당촌이 형성돼 있다. 그 외 소요산 역 건너편에 있는 화락(031-867-0181)은 생긴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산행후에 들를 수 있는 제법 괜찮은 음식점이다. 오리고기를 비롯하여 동태탕 등 메뉴가 다양하고 후식으로 칡즙을 주는 것도 특색이 있다. 그 외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면 동두천 시내의 송월관(031-865-2428, 떡갈비)을 찾으면 된다. 숙박은 신북온천을 이용하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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