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는 현재 수많은 종류의 소재들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금속, 세라믹, 고분자소재에서부터 의약품과 OLED와 같은 유기소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들이 개발돼 산업의 역사를 바꾸어 왔다. 현대문명이 이들 소재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특히 고분자 소재의 경우 20년대 학문적인 터전이 마련된 이후 약 70여년 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매우 빠른 성장을 해왔으며 많은 분야에서 기존의 금속이나 세라믹소재들을 대체하고 있다.
이미 인류의 모든 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 고분자산업이 최근에는 전도성 고분자의 출현으로 인해 새로운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다.
또 최근 100년간 의약품의 개발로 인해 천연두, 폐결핵, 매독, 디프테리아, 소아마비 등을 퇴치하고 각종 세균성 질환 및 독감, 홍역, 간염 등의 발병률과 이에 따른 사망률을 감소시켜 1900년 47세이던 인류의 평균수명을 지난 2000년 80세로 두 배 가까이 연장하는 데 공헌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이러한 소재산업의 경쟁력이 바로 국가의 경쟁력이었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지금 국가간에 벌어지는 경제전쟁의 핵심 또한 소재산업이다. 최근 일본은 일반기계, 자동차 및 디지털 가전 등의 분야에서 양호한 실적을 보이며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주력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의 탁월한 경쟁력은 핵심소재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반도체와 LCD/PDP 패널 등 IT산업의 핵심소재 분야에서 일본의 소재 관련 업체들은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디지털가전의 경우 일본은 완제품에서는 한국과 대만 등의 기업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으나 소재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여전히 높은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인구가 7백만밖에 되지 않은 유럽의 작은 나라인 스위스가 높은 국민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순이익이 72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4위의 제약기업인 노바티스를 키워 온 기술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증가할수록 대일본 무역역조가 더 심화되는 것은 우리의 산업이 일본의 소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FTA로 인한 제약산업의 위기 또한 의약품소재를 전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재의 대외 의존성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고수익의 창출은 불가능할 것이며 선진국으로의 도약 또한 불가능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80년대 이전부터 소재산업의 필요성을 깨닫고 이들 산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다. 1980년대 후반에는 연구개발비 투자가 10조원을 넘어섰고 이러한 투자를 바탕으로 국민소득 2만불시대를 달성한 것이다. 이것은 국민소득 2만불시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할 부분이다.
우리도 현재 부품소재산업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이들 산업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부품소재산업은 수입대체를 주 목적으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국내의 대기업이 사용할 수 없는 차세대 신소재인 각종 전자소재나 신의약품의 개발에 대한 투자는 아직도 인색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의 실질적인 경제성장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소재산업의 벽에 부딪쳐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반도체를 아무리 많이 수출한다고 해도 이것만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
국민소득 3만불이 넘는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독보적인 소재산업을 가지고 있고 그들이 산업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는 선진국의 소재를 모방하거나 대체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새로운 소재를 창출하고 산업의 역사를 선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 조건인 것이다.

김경수
(주)카이로제닉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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