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과 개성공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개성공단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그가 개성공단 개발을 현대에 맡기면서 한 발언들은 얼마나 큰 기대를 갖고 있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개성은 현대화로 영원히 남는 도시로 만들어야 합니다.”“개성공단은 시범적으로 서울식이든, 미국식이든 마음대로 개발해 보세요.”“행정만 우리가 틀어쥐고 나머지는 현대가 다 알아서 하세요.”그는 개성공단이 북한의 수많은 유휴실업자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공단운영을 통해 축적한 외화 자본을 토대로 제2, 제3의 경제특구를 만들어 경제를 재건하고자 구상했다.
그는 초기에 현대 관계자들에게 “개성공단을 현재의 2,000만평에서 2억 평까지 넓히자”고 제안할 정도로 의욕을 보였고 마음이 급했다. 그가 조바심을 낸 이유는 남한은 물론 중국과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경제력 격차 심화에 따른 심각한 체제위기감 때문이었다.
사실 그는 개성보다는 신의주 개발에 더 강한 집착과 의욕을 보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엇비슷하게 보였던 중국과의 경제력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자존심 회복 차원에서도 신의주를 먼저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김 위원장은 1999년 현대와 협상시 공단 후보지로 신의주를 먼저 제안했다. 하지만 현대가 현지를 조사한 결과 여러 가지 조건이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자, 김 위원장은 마지 못해 개성을 공단 후보지로 내놓았다.

처음엔 신의주개발 원해

현대가 신의주를 거부하자 2002년 네덜란드계 중국기업인 양빈을 특별행정구의 초대 장관으로 임명하고, 지금도 파격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신의주행정특구 기본법을 승인한 데서도 그의 집요함을 엿볼 수 있다. 이 기본법에 따르면 신의주특구는 2052년 말까지 50년 동안 입법·행정·사법 등 3권은 물론 자체적인 개발·이용·관리권, 대외사업권·여권발급권 등을 갖는 특별구역으로 개발 및 관리되며, 금융·산업·관광 등을 중심으로 외국자본과 기술 유치를 도모하게 돼 있다.
신의주행정특별구도 경제특구에 속하고 북한의 주권 아래 놓이지만, 홍콩특별행정구와 같은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를 모델로 해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받고 있어 개성공업지구나 금강산관광특구와 근본적으로 다른 특징이 있다.
신의주 대신에 개성을 선정한 배경에는 2000년 5월 스스로 ‘천지개벽’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감탄한 상해 등 중국 경제특구의 발전상을 목격한 뒤 중국 지도자와 전문가들로부터의 청취한 조언이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개성공단은 강택민 주석이 추천

당시 강택민 주석은 홍콩과 인접한 심천경제특구의 성공사례를 지적하면서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개성을 바람직한 입지로 추천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2000년 8월22일 현대와 ‘공업지구 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제3항에 “신의주에는 북남철도가 연결되는 대로 지역 특성에 맞는 공업지구를 건설하기로 한다”는 조항을 넣게 한다. 이는 김 위원장이 신의주공단 조성계획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남북 정상이 서명한 공동선언 제5항 중 ‘남과 북은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공동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보수 문제를 협의·추진하기로 했다”는 내용은 유심히 지켜볼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머리 속에는 개성-신의주 철도를 연결해 가까운 미래에 남한 자본에 의해서 신의주를 중국 경제특구보다 발전된 경제특구로 만들려는 구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실제로 개성공단이 현대와의 합의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면 몇 년안에 개성공단의 성과를 발판으로 신의주 공단 개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의 돌출과 북미관계가 악화되면서 개성공단 개발은 몇 년 지체되었다. 그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개성공단 개발 속도가 늦다고 불평한 것도 그의 깊은 고민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다시 신발끈을 동여메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결단을 내렸다.
정상회담에서 개성-신의주 철도의 공동이용뿐 아니라 개성공단 1단계 조속 완공 및 2단계 개발착수, 문산-봉동간 철도화물수송 시작, 통행·통신·통관 문제 해결 등을 약속함으로써 개성공단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개성공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북한경제 재건을 위한 종합적 구상의 성패를 좌우할만큼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 개성공단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북한의 처지를 감안하면 갈수록 남한 입주기업들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임을출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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