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는 참으로 먼 곳이다. 용산역에서 목포행 KTX를 타고 4시간을 가서, 하루에 한번 운항하는 오전 8시 배에 올라야 한다.
이른 아침이라서 저녁에 출발해 목포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목포에서 배를 타고 흑산도까지 2시간을 갔다가 그곳에서도 거친 풍파를 헤치고 2시간 30분을 더 가야 가거도라는 섬에 도착하게 된다.

길고도 긴 여로, 가거도 섬에 도착

여름철, 특히 우기철의 섬은 자욱한 안개로 뒤덮힌다. 해무와 바람 등으로 시시각각으로 기상변동이 생기는 곳. 가거도 1구(대리)에 내렸을 때는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해무가 끼어 있었는데, 사람들을 기다리는 차들인지, 아니면 필요한 물자를 받으려는 것인지, 선착장에는 트럭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배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서 오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선착장에서 미리 예약해둔 민박집 주인이 나와 기다리고 있다. 섬누리 쉼터(061-246-3418, 011-9663-3392, sumnuri.com)의 박재원사장이다. 섬 햇살에 약간 그을리긴 했지만 얼굴은 곱상하면서도 잘 생겨, 섬 사람들의 투박할 것 같은 예상을 뒤엎는다.
서로 경비를 아끼기 위해서 모인 6명의 인원은 짐 싣는 트럭 뒤칸에 올라타기도 한다. 1구를 떠나 2구(항리) 민박집으로 가는 길은 차 한대가 지나칠 수 있는 시멘트 포장길인데, 울창한 숲이 둘러 쌓여 가는 길이 운치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나무들은 주로 상록수림이었는데, 후박나무가 대부분이었다. 후박나무 군락지 섬이 가거도였던 것이다.
안개가 자욱한 바닷길이 지나고, 이내 가파르면서 구불거리는 도로를 따라 내려오니 벼랑길 위에 자리잡은 민박집이 나선다. 집 왼편 산등선이에도 민가가 몇채 눈에 띈다. 요새 유행하는 멋진 펜션을 지었다면 마치 외국의 별장이라도 찾아온 듯한 위치일텐데, 집은 연노란색으로 멋없이 지어져 있었지만 개 중에서는 가장 크다.
짐을 부리기 위해 안쪽으로 들어섰을 때 서성거리는 여인은 한눈에도 너무 젊어서, 그녀 또한 섬 분위기와는 멀리 떨어진 듯한 느낌이다. 얼굴에 주름지고 구릿빛 피부를 가진, 고향집 할머니가 한사람이라도 있을 것 같았지만, 이 집에는 이 부부와 이제 초등학생인 딸 둘 뿐이다.
수선화 닮은 여주인은 점심을 차려낸다. 당시 한참 잡히고 있다는 날치라는 물고기를 구워내고, 젓갈 냄새 전혀 안나 서울식, 혹은 경기도식의 김치류 등이 깔끔하게 차려진 밥상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전라도의 깊은 맛 나는, 고리탑탑한 젓갈류도 없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순전히 남편 하나 믿고 이 낯선 섬에 내려왔다는 여인은, 70년대 여인처럼 다소곳하다. 마치 섬등반도에서 내려온 선녀같은 모습이다. 10년정도 됐다고 하니 그 동안의 이야기가 어디 한줄 글로 이어지겠는가? 어쨌든 이 민박집에서 3박4일을 보내면서, 총 9끼니를 먹었는데, 한끼마다 새로운 요리가 나오는데, 한마디로 진수성찬이었다는 점이다.

해무에 뒤덮힌 섬등반도에 올라

부른 배를 소화시키기 위해 쉬고 있는 일행들을 뒤로 하고 무작정 산길을 따라 오른다. 몇채의 민가를 지나고 ‘극락도 살인사건’의 촬영지였다는 폐교를 거쳐 제법 가파라 보이는 계단을 따라 오르면 산능선이에 빈 초소가 서너군데 있다. 지금은 군인들이 없지만, 한동안 이곳에, 중국의 조선족이 난파하는 사건이 있은 후로 세워지게 되었단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민박집 박사장의 구수한 입담으로 상세하게 듣게 된 내용이다. 어쨌든, 생각보다 섬등반도는 보기보다 힘겹지 않다. 능선은 4봉, 5봉으로 이어지지만, 바람이 많고 자갈돌이 많아서 끝까지 탐험하기는 쉽지 않다.
짙은 해무 속으로 사람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가거도 초등·중등학교에 있다는 선생님들이 흑산도에서 본교에서 온 교장선생님 일행을 안내하기 위해 온 것이란다. 그들은 자그마한 민박집(061-246-5513)의 옥상에 앉아 해삼에 술을 한잔하면서 기꺼이 여행객들에게도 후한 인심을 베풀었다.
이 집은 고깃배가 있는지, 주로 낚시객들이 많이 찾아와 고기도 잡고, 한아름 싣고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어쨌든, 그날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해질 무렵에는 선창에 나가 낚시대를 드리우고 통발을 바닷속에 던져놓고, 날치 그물을 치면서 보냈다. 민박집에서 날치회 비빔밥을 먹고 그렇게 섬의 하루가 지나간다. 전기도 들어오고, 비록 방마다 욕실이 갖춰져 있지는 않지만 뜨거운 물도 나오고, 세탁기도 있어서 빨래도 가능하며, 기지국이 있어서 핸드폰도 잘 터져, 큰 불편함은 전혀 없다.

# 우리나라 최서남단, 가거도

우선 여행 전에 가거도는 어떤 곳인가를 알아야 할 것 같다. 일제시대 이후 행정지명이 ‘소흑산도’로도 불렸지만 이 섬의 옛 이름은 ‘아름다운 섬’ 가가도(嘉佳島)다. 그 후 1896년부터 ‘가히 살만한 섬’이란 뜻의 가거도(可居島,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로 불렸다.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위치하고 있다.
그 외에 중국과 가까운 섬으로 중국까지는 435㎞로 상해가 가깝다. 새벽이면 중국에서 닭이 홰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는 옛말도 있다. 30여 년 전만 해도 중국 배가 무시로 드나들었고 지금도 폭풍이 불면 중국어선의 피항지 노릇을 하고 있다.
섬의 중심부에 신안군 섬에서는 가장 높은 독실산(639m)이 솟아 있으면 대리, 대풍리, 항리 3개의 자연마을로 형성돼 있다. 예전에는 워낙 먼 곳이라 주로 바다낚시터로 알려져 낚시꾼이 찾았지만 지금은 최남단 마라도, 최동단 독도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꼭짓점을 밟아보려는 여행자들이 이 섬을 찾기 시작하고 있다.
특산물로는 소흑산도에서만 생산되는 뿔소라가 있다. 가거도 산 전체가 후박나무 서식지로 후박나무 껍질을 채취해 소득을 올리며 각종 약초가 많이 자생하며 흑염소를 방목해 키운다. 낚시를 하지 않더라도 가거도를 보려면 최소한 섬에서 2박3일 정도는 시간을 소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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