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보니 빌딩 사이로 희미하게 일출이 떠 있다. 빌딩 숲속을 솟아 오르는 해는 희뿌연 안개가 끼어 마치 낙조처럼 희미했지만, 낯선 도시에서 만난 해가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일행과 같이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택시를 잡는다. 중국인이 극찬하던 몽산이라는 곳이 목적지였는데, 직통으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차 시간이 맞지 않아 임기라는 곳에서 다시 차를 갈아타기로 한 것이다.

고속버스 타고 임기로, 택시 타고 몽산으로

고속버스는 시간에 맞춰 바로 떠나지 않고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기다려 준다. 중국 화장실의 더러움은 터미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위에 칸이 없고 옆에만 막혀 있는, 화장실 안은 진한 암모니아 냄새로 인해 둔한 후각임에도 토악질을 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너무 지저분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데, 화장실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이후로는 화장실 가는 것이 노이로제가 될 지경이다.
어쨌든 고속버스에는 안내양이 있었고 물을 먹을 수 있는 정수기도 붙어 있다. 비스킷도 한봉지 준다. 그렇게 하염없이 달려가다가 휴게소에서 잠시 차를 멈추었는데, 우리네처럼 먹거리를 파는 곳은 없었고 단지 화장실이 전부다. 손님들이 화장실 가는 동안 바로 옆에 서 있는 버스쪽으로 다가갔다.
언뜻 보기에도 완행버스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사람들이 버스에서 버스로 짐을 싣기에 여념이 없다. 내용물은 알 수 없지만 짐작컨대 농산물인 듯하다. 한 푸대라도 더 실으려는 모습이 신기해서 잠시 카메라를 들이밀었는데, 웬걸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몰려들기 시작한다.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온다. 만약 혼자였다면 금방이라도 몰려와 카메라를 집어 던질 것 같은 생각이다. 그래서 중국여행은 여자 혼자서는 절대로 가지 말라는 것이 그냥 뜬 소문은 아닌 듯하다.

한국기업가들이 관심 갖고 있는 임기에서 노점에서 만두를 먹고

휴~우 하는 한숨을 몰아쉬고 조금씩 엉덩이가 아파오기 시작하고 지루해질 무렵 차창밖으로 중국의 소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마을이 비껴가고 있다.
이곳 임기시는 청도와 일조(르자오)사이에 위치해 있는 도시인데, 현재 임기시에는 현재 한국 기업가들도 많이 진출해 있는 상태라고 한다. 한마디로 투자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건 알 수 없고 터미널에 버스가 매우 많다는 점이다.
이곳 임기시는 중국에서 천하제일시장으로 꼽히는 도매시장을 갖고 있는데 이 시장의 하루 유동인구가 무려 22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만큼 인구 유동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무수한 차량 이동인 것이다. 중국 전통적인 모습은 곳곳에 널려 있다. 터미널 주변에 노점상들이 죽 이어진다. 그곳 어느 한집의 나무 의자에 앉아 만두와 국수를 시켜 먹는다.
사실 날도 더워 파리가 들끓고 너무 지저분한 상황이었는데, 만두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여인네들의 얼굴이 친근하면서 순박해보여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취해진 행동이다.
물만두는 먹을 만한 정도였지만 속이 짜서 결국 젓가락을 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수나 볶음밥에도 손을 미칠 수 어쩔 수 없는 일. 워낙 날 더운 여름철에는 속을 상하지 않기 위해 짜게 한다지만, 중국 대부분의 음식들이 짠 것은 이런 난전뿐만이 아니었다.
어쨌든 그곳에서 몽산이라는 곳까지는 거리가 상당했는데, 결국 시간을 아끼기 위해 택시를 잡아타기로 한다.

차량으로 밀 타작을 하는 곳

택시를 타서는 먼저 가격을 조율해야 하는 것은 기본. 몽산까지 200위안이라는 돈으로 타협을 봤는데 의외로 운전사는 순수히 응한다. 실제로 가보니 꽤 먼 거리여서 그 돈만으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어쨌든 운전사는 돈 욕심에 운전을 하기로 한 듯하다. 길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도로변에 밀대가 온통 점령을 했는데, 태연스럽게 택시가 그 위를 지나친다는 점이다. 조선족 가이드의 집안도 농사를 짓기 때문에 잘 아는 내용이라면서 설명을 한다. 차가 타작을 도와주면 경비가 절약되기 때문에 으레 이렇게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적인 시각으로 볼 때는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처음 택시를 잡아 탔을 때 차 밑에 검불이 잔뜩 끼어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연유였던 것이다. 주로 밀 농사가 대부분인지, 사람들은 밥 대신 전병을 주식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야채 몇 개 넓적한 밀전병에 둘둘 말아 요기를 하는 사람들을 흔하게 만났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은 쌀밥을 지을 줄 모른다고 했는데, 밥은 윤기가 없었고, 뚝뚝 떨어질 정도로 찰진 기운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쨌든 큰 기대를 걸었던 몽산까지 두 번 이상 주유구를 열어야 도착할 수 있었는데, 정작 입구부터는 차량 통행이 어렵다. 케이블카와 버스가 있었는데, 차량 이동을 하기로 한다.
아름다운 폭포나 계곡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하여튼 사람이 없어서 한참이나 기다려서야 차량이 이동했는데, 길은 가파르지만 딱히 특징이 없다.

인근 사람들이 주로 찾는 몽산은 멋진 트레킹 코스

산정에는 안개가 끼어 있어서 시야를 어둡게 하고, 계곡도 눈에 띄지 않는다. 단지 6월 초순이라서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그 비릿한 꽃 향을 풍겨내고 있다는 것 뿐이다. 버스 이동을 하고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좌측에 정자 한기가 있고 우측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사진 포인트를 찾기 위해서는 산정까지 올라가고 싶지만 기사가 기다리고 있으니 그것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노산의 도교 사당처럼 이곳에도 자그마한 사당이 있었다.
초를 팔고 기도하고 제복을 입은 수련생(?) 들이 있는데, 왠지 한국적으로 따지만 개인 절집같은 느낌이다. 바로 밑에는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제를 지낸다는 ‘우왕묘’라는 전각이 넓게 펼쳐지고 있다.
그만큼 이곳이 물이 귀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듯하다. 그것을 뒤로 하고 조금더 올라가면 청도몽산여관이 나선다.
산장에서 하룻밤 자면서 정상 산행을 하곤 한단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유명 관광지가 아니어서 한적해서 좋은 곳이며 밤나무가 많아서 초가을 산행지로는 괜찮을 것 같다. 그외에 물이 작아서 가물 때에는 실망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곳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벽돌을 천속에 넣고 긴 장대를 걸고 양쪽에 벽돌을 담고 오르내리는 인부들이다.
우리나라도 차량 통행이 안되는 곳에서는 이렇게 수작업으로 하지만, 그것도 일종의 관광상품이다. 아직도 이렇게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애처롭게 느껴진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