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이후 한국기업이 중국 청도에 대거 진출해 기반을 잡아가고 있다.
현재 중국 산동성에 투자한 한국 기업 가운데 40% 이상이 산동성에 투자하고 있고 산동성에 투자한 기업 가운데 50% 이상이 청도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청도에 거주하는 한국인만도 7만명이 넘는 상황이고, 항공과 여객선이 수시로 운행되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 청도라고 하는데, 여행사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다녀왔다.
여름 휴가 특집으로 4회에 걸쳐 시리즈로 산동반도를 소개한다.
맞춤여행을 원한다면 고구려 여행사(019-204-0893)를 통하면 유용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무거운 안개가 짓누르고 있는 청도, 그래도 바닷바람이 시원
이번 여행의 시작은 배에서 시작된다. 인천여객터미널 제2부두에서 일명 위동페리호(www.weidong.co.kr)를 탔는데,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만난 프런트의 첫 인상은 마치 호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장 저렴한 이코노미석도 침대칸이다. 가족들이나 연인들이 오면 괜찮을 곳이다.
청도항에 도착했을 때는 안개가 자욱하다. 여행사를 통해가이드 역할을 한다는 젊은이를 소개받고 택시를 잡아탄다. 바닷가와 인접해서일까, 아니면 중국땅이 전부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시야를 무겁게 내리깔고 있는 안개와 맑지 않은 공기, 훈훈한 열풍까지 가세해 기분이 좋아질 리가 없다.
중국 택시는 한국하고는 많이 틀리다. 차 자체가 낡은 것은 기본이고 차안도 지저분하고 답답하게 쇠창살로 가려져 놓았으며, 심지어 유리창으로 운전석을 뒤덮고 있다. 얼마나 많은 차량 범죄가 일어나면 그렇겠는가 싶으면서도, 현실을 모르는지라 그저 칙칙한 택시가 마땅치 않을 뿐이다.
가이드는 일단 먹거리 단지로 안내를 했고 양고기 전문점이라는 식당을 찾는다. 鍋富城(0532-85667768)이라는 곳이었는데, 분위기는 현대적이지만 음식은 신통치 않다. 다시 택시를 잡아탄다.
청도의 대표적 여행지라고 할 수 있는 노산이라는 곳을 찾아가는 길이다. 근 30~40분을 달려가는 긴 거리다. 해안가에 접어들면서 길이 절묘해진다. 깍아지를 듯한 벼랑길을 따라 가는 아름다운 해안드라이브길인 것이다.

기암이 펼쳐지는 노산 자락엔 도교 성지가 즐비
목적지인 노산(라오산)의 도교사원을 구경하려고 차에서 내렸다. 한눈에 바라봐도 노산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산정을 뒤덮고 있는 바위들. 날씨가 흐릿하지만 그 돌들에는 사람들이 크게 써놓은 글자는 선명하다.
노산(1,133m)은 태고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봉이 거봉(巨峰)이다. 기암 기봉들이 바다를 이루고 산, 바다, 산림, 하늘이 함께 어우러져 ‘해상명산제일’로 불리는데, 옛말에 “태산의 구름이 아무리 높아도 동해의 노산(라오산)만 못하다”라는 말이 전해올 정도로 멋지다는 것이다. 이 노산에서 흘러내려오는 광천수를 이용해 청도 맥주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산행을 하지 않는 이상 모두 그림의 떡이다. 케이블카를 탈 수도 있으니 꼭 산행을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당 입구에는 어김없이 과일을 파는 상인과 가이드들이 진을 치고 있다. 과일점에서 요상하게 생긴 것들이 진열돼 있어 호기심을 자아내게 했는데,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사든 과일은 한마디로 호박 맛이다. 순전히 관광객들에게 눈속임을 하는 중국인들의 기질이 우리네 60~70년대와 많이도 닮아 있다.
노산사당을 구경하기 위해 들어서면서 집요하게 붙어대는 여성 가이드 한명을 돈으로 샀다. 챙 넓은 모자와 청바지를 입고, 나름 꾸민 그녀는 미시족처럼 보인다. 그녀가 사당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면 조선족 가이드가 다시 설명해주는 식이다.
수령 오래된 은행나무, 측백나무 등을 보면서 사당의 연륜을 읽는다. 무엇보다 야생차나무가 흔하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 곳에 버티고 살았을까? 보기에도 오래된 듯한 참으로 귀한 차나무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그리고 옛날부터 도교의 본거지였다는데, 과연 노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노자는 오얏나무(李木) 아래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오얏을 의미하는 이가 성이 되었다고 한다. 도덕경을 통해 볼 때, 노장사상의 핵심은 ‘무위자연’에 있으며, 그것이 ‘도’(道)라는 개념으로 집약된다.
노자의 깊은 사상을 단지 몇 줄로 집약할 수 있겠는가. 어쨌든 지금도 그 문중들이 대를 이으며 이곳에서 수련을 하고 있다. 사당 곳곳에서는 세월의 흔적을 감지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주변에 해마다 맥주축제가 열린다는 청도 잔교의 맥주성이나 소청도, 석노인 해수욕장 등도 꼭 연계하는 것이 좋다.

짝뚱 찌모루 시장과 맥주 거리를 보고
그리고 청도에는 유명한 짝퉁시장이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국가라서 모든 것이 오후 5시경이면 일찍 문을 닫는 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짝퉁시장으로 유명한 곳이 일명 찌모루 시장이라고 하는데, 가방, 신발 등이 나름대로 괜찮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다지 눈에 띄는 것은 발견할 수 없다.
중국시장은 상표권에 제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알 길은 없다. 시장 근처의 노점 꼬치구이집에 자리를 틀고 앉아 양고기와 돼지고기 등을 구워 놓고 시원한 청도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인다. 꼬치구이는 생각보다 맛이 좋다. 여름철에는 해산물 꼬치보다는 양고기나 돼지 오돌뼈 구이를 먹는 것이 좋다. 특히 오돌뼈구이는 고소하면서도 맛이 좋다. 이것으로 청도 여행을 끝낸다면 너무나 미진한다.
청도는 1889년 독일에 점령된 이래 스페인, 러시아, 일본 등의 지배를 받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당시 지었던 집들은 관광상품이 됐고, 그 이후로도 그 집들을 표방했는지 비슷한 건물들이 많아서 마치 중국땅이 아닌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도시 전체가 유럽의 어느 도시를 연상케 할 정도로 다양한 유럽풍의 건물들이 즐비하고, ‘세계 건축 박물관’이란 이름에 걸맞게 러시아촌 일본촌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런 풍경을 한 눈에 보려면 우선 소어산공원이나 신호산 정상을 찾으면 된다.

청도 맥주 축제 구경하고 전신 마사지로 피로 풀고
청도 맥주 박물관도 찾아봐야 한다. 이곳도 일찍 문을 닫아 걸지만 야경은 낯과 비교할 수 없다.
청도 맥주의 역사는 1903년 독일계 이민자가 처음으로 청도 양조장을 세우면서 시작됐는데, 청도 양조장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양조장 중 하나였다고 한다. 무엇보다 청도에서는 매년 8월(둘째주 토요일부터 16일간)에 맥주 축제를 연다. 1991년부터 시작된 맥주 축제는 석노인 해수욕장 및 청도 총영사관 근처에서 열린다.
청도 여행 끝 마무리는 낭자발골보건이라는 발마사지실(0532-82630973)이다. 가이드가 청도에서는 제일 잘한다고 안내한 곳이다.
사실 여행 떠나기 전에 원고마감으로 온 몸은 굳어 있었고 내심 속으로 남자가 해주는 영원히 한번도 못하고 말지도 모를 전신마사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청도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곳에서 웃돈을 더 얹어주어야 한다는 베테랑에게 전신을 맡기기로 한다. 일단 발 마사지와 조금 다르다. 샤워를 하고 나면 가운을 걸치게 하고 방으로 안내를 한다. 남자를 기대했지만 웬걸 여자다.
그 여성은 근 1시간 넘게 온 몸을 부드럽게 만지면서 혈을 풀어주었다. 어깨가 많이 결린다는 시늉을 했더니 아예 자기 몸체를 올려서 발꿈치로 강하게 혈을 풀어낸다. 한마디로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인 듯하다. 가벼워진 몸 상태로 경복궁(0532-83862449)이라는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식당을 찾아 늦은 저녁을 먹는다. 오리요리와 낙지볶음 등.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앞에 두고 나니 군침이 돈다.
한국에서도 제법 잘한다고 할 정도로 음식에서는 손맛이 느껴진다. 300위안 정도 하는 숙박동은 방이 작아 보잘것 없는 모텔 수준이었지만 그다지 불편함은 없다. 어쨌든 이 집의 조식으로 먹은 순두부 백반도 맛이 좋았는데, 일반 관광객들이 아침부터 많이 찾아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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