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체험여행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비슷한 형태의 농촌체험마을이 속속 만들어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터다. 특히 지역의 특색을 잘 살린 곳은 일부러 소개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체험을 즐긴다. 그중 한군데가 임실의 숲골 치즈마을(063-642-6544, www.soopgol.com, 임실읍 금성리)이다.

‘느티나무 마을’이라는 팻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하천변 양옆으로 이파리 성성한 나무가 심어져 있다.
20여년전 나무를 베어버렸더니 좋지 않은 일이 연이어져 다시 조성하기 시작한 나무다. 초록이 무성해지면서 휘감아 도는 하천길이 제법 운치있다. 10여분 정도 걸어서 안쪽으로 들어서면 자그마한 조립식 건물이 나선다.
필자는 치즈마을이 워낙 유명해서 근처에 있는 유명 우유농장에서 시작한 것인줄 알았다. 그런 선입견 탓에 자그마한 조립식 체험장이 의아스러웠는데, 이곳의 시작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친환경 공동체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치즈마을의 시작은 1963년 임실치즈를 창설한 지정환 신부와 1968년대초 임실제일교회 심상봉 목사를 중심으로 출발했다.
당시 풀무원의 친환경농업과 나눔의 생활에 대한 정신적 영향을 바탕으로 공동체마을을 지향했고 1987년 예가원 공동체를 조직해 세농가가 함께 살았다.
그러나 공동체는 오래가지 못하고 이후 1989년 13농가의 부부가 바른농사실천농민회(이하 바실농)를 조직해 미작반, 과채반, 축산반 등으로 유기 농산물을 생산하면서 친환경농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농업의 활로를 모색해 나갔다. 이러한 노력은 당시 토대가 부족한 소비자 의식이라는 벽에 부딪혀 경영적자를 안고 2003년 해산하고 말았다.
이후 바실농은 향후 진로와 방향을 모색하면서 6농가가 참여한 가운데 영농조합법인 예가원으로 전환해 친환경 농업을 시작했으며, 이러한 노력은 결국 2002년 12월 농림부 녹색농촌체험마을과 농협중앙회 팜스테이 마을로 선정되면서 지금의 치즈마을로 거듭나게 된 것이라고 한다.
대규모가 아닌 여느 곳에서도 볼 수 있는 농촌마을인 것이다. 86가구 216명이 살고 있는 치즈마을은 낙농과 유가공으로 특화됐다. 낙농과 초원을 주제로 한 치즈마을은 2004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했다.
농림부의 지원을 받아 방문자센터, 각종 체험장 등을 설립하고 마을 사무장 제도를 도입했으며, 치즈의 원조인 임실의 특성을 살려 숲골 유가공연구소와 연계해 지역조직화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국 최초 목장형 유가공 공장인 ‘숲골 요구르트’에서 신선한 우유를 공급받아 도시민치즈만들기 체험행사를 매번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조립식 체험장 건물 옆 구릉지는 잔디썰매를 타거나 송아지 우유주기 등의 체험장으로 이용된다. 아직 새끼 티를 벗어나지 못한 송아지는 우유병을 들이대면 힘좋게 사람들을 쫓아 다닌다. 송아지 우유주기가 끝나면 뒤이어 모짜렐라 치즈 만들기 체험이 시작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체험을 즐긴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일사분란하게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각각 가족들이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들면 플라스틱 우유병과 저을 수 있는 볼과 칼 한자루가 상위에 놓여진다.
진행자는 슬라이드를 틀어놓고 여러 가지 설명을 덧붙이고 체험객들의 관심을 유발하기 위해서 이곳에서 만든 요구르트를 상품으로 내어건다.
우유를 빨리 발효시키기 위해 유산균과 응고제를 넣고 기다리는 동안 여러 가지 퀴즈를 내면서 테이블마다 요구르트 한병을 선물한다. 요구르트 또한 이곳에서 만든 것으로 용량이 많고 맛도 좋아 흔히 보는 것하고는 비교할 수 없다.
실제로 숲골 요구르트와 치즈는 생활협동조합(생협) 등을 통해 먹거리를 장만하는 사람에겐 낯설지 않는 제품이란다.
2000년 2월 판매를 시작했는데 생협과 유기농 관련 쇼핑몰, 서울 일부 백화점에서 팔린다. 요구르트는 탈지유가 아닌 신선한 원유를 사용하고 유기농 과일즙을 넣어 만든다. 유통기한이 포장후 10일로 다른 제품에 비해 짧은 편이다. 3개월간 발효시킨 치즈는 가공치즈와 달리 유산균이 살아있다. 생각밖으로 제품은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아 구입하고 싶은 욕망을 갖게 한다.
체험 시간은 1시간이상 이어진다. 아이들은 선물을 받기 위해 눈을 초롱거리고, 손을 들고 ‘저요 저요’소리를 높혀간다. 퀴즈를 풀며 한참 즐겁게 놀다 보면, 어느새 우유가 뭉글뭉글한 순두부처럼 변해 있다. 굳기 시작한 치즈덩어리를 잘 저어주지만 우유가 굳어 치즈가 되는데는 시간이 적당치 않아 미리 만들어 놓은 치즈를 다시 테이블마다 놓아준다. 치즈 덩어리를 적당하게 칼로 자르고 뜨거운 물을 부어서 쳐대면 부드러운 치즈가 된다.
치즈 실이 많을 수록 좋은 치즈가 되는 것. 체험객들 여럿이서 치즈를 길게 늘어뜨려 보기도 하고 뭉치기도 하면서 매우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스트레칭을 해야 치즈향이 고루 퍼진 쫄깃쫄깃하고 맛있는 치즈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마치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치즈가 신기한 듯 감탄사를 연발하고 재미에 쏙 빠져든다. 중간중간 고다치즈를 슬라이스해서 맛을 보게도 하고 치즈두부전을 부쳐 내어 놓기도 한다. 외국치즈의 고리타분한 맛이 적어서 우리 입맛에 적당히 맞는 맛있는 치즈제품이다.
그리고 직접 모차렐라 치즈를 올린 식빵과 함께 유산균이 살아 있는 요구르트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간식거리가 된다. 그리고 적당히 부드러워진 치즈는 각자 400g씩 포장해가면 되는 일이다.
모두들 체험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치즈 한 덩어리까지 챙기니 입은 귀에 걸린다. 체험이 끝나면 잔디에서 썰매를 타기도 하고 공장을 방문하기도 하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체험비는 일부 군의 지원을 받아 1인당 2만원 내외로 즐길 수 있으며 미리 예약해야만 자리가 있을 정도라는 것을 기억해두면 좋다.
체험객은 물론이고 이곳에서 만들어낸 제품이 큰 인기를 얻어 갈수록 수익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 덕분에 임실군은 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지방과학기술혁신 지원 대상에 선정돼기도 했다.
또한 치즈마을에서는 낙농체험 뿐만 아니라 계절마다 농사체험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5~6월이면 유기농 벼를 재배하는 논에서 오리와 우렁이를 방사해 체험토록 하고 있으며, 가을에는 벼 수확과 고구마캐기, 겨울에는 눈썰매타기, 새끼꼬기, 민속놀이, 보름달 축제 등을 즐기도록 하고 있다. 그저 가볍게 가족 손 붙잡고 체험하기에 좋은 프로그램임은 확실하다.

■찾아가는 방법=호남고속도로 전주 IC-26번 국도 전주방향-17번 국도 남원방향-임실역 지나자마자 느티마을 입구로 좌회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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