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이슈] 美연준 경고에 ‘AI 거품론’ 재점화... 엔비디아 호실적에도 뉴욕증시↓
뉴욕증시가 엔비디아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기술주 중심의 매도세에 휘말리며 일제히 하락해 금융시장에 ‘AI 거품론’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AI 랠리’는 연준(Fed) 고위 인사의 발언과 미국 연준의 12월 기준금리 동결 움직임으로 인해 급격하게 힘을 잃었고, 시장은 위험회피 기조로 돌아섰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0.84% 하락했고,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1.56%, 2.16% 떨어졌다. 반도체 중심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대 급락하며 약세장을 주도했다. S&P500에서는 하루 만에 2조달러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은 엔비디아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실적 발표에 힘입어 개장 직후 급등세를 나타냈다. 나스닥은 장중 2% 중반대까지 오르며 위험자산 선호가 되살아나는 듯했다. 9월 비농업 고용지표 조사 발표에서 실업률이 4.4%로 소폭 상승한 점도 12월 금리 인하 기대를 자극했다.
그러나 연준의 12월 금리 결정에 참여하는 리사 쿡 연준 이사가 이날 인터뷰에서 “여러 시장에서 자산 평가가 역사적 벤치마크 대비 높다”,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히면서 안 그래도 쌓여가던 ‘AI 버블론’에 불을 지폈고, 기술주 전반의 투매가 일어났다.
AI 중심주들의 고평가 논란은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이어져 왔다. 일각에서는 AI 기업들이 발표하는 성장률이 현재의 주가 수준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경계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부 기업의 매출채권(미수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실적의 ‘질(質)’에 대한 의문을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불안 요인들이 겹치며 투자자들은 단기 차익 실현에 나섰고, 기술주 전반이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 18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인터뷰에서 AI 버블론에 대해 “투자 주기를 거치면서 과하게 쏘는 순간들이 있다”며 “인터넷 산업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분명히 과도한 투자가 많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AI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이 같은 순간을 지나면서 이성적인 부분과 비이성적인 요소가 모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글을 포함해 면역이 있을 회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AI 산업 전반이 과평가된 투자 사이클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 19일(현지시간) 공개된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 중 많은 이들이 지난달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다음번 금리 결정 시기인 12월 회의에서 금리동결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비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반해 몇몇 참석자들은 경제 상황이 각자의 예상에 맞게 변화하면 12월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의사록은 소개했다. 이러한 기준금리 동결 관점은 주요 기술주 등 자산 가격 하락세에 불을 지폈다.
글로벌 AI·반도체 대형주의 급락은 국내 증시에도 부담 요인이다. 특히 국내 반도체 장비·부품 기업들은 엔비디아·TSMC·미국 빅테크 기업과 공급망을 공유하고 있어, AI 투자가 조정될 경우 실적 기대치에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트코인 또한 9만달러 아래로 밀리며 위험자산 전반의 위축이 심화된 점도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