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형 임금 개편 등 없인 정년연장 사회적 합의 어렵다
[국회미래연구원 제3회 인구포럼] 정년은 20%를 위한 제도…직무급 전환 필요 日, 기업 선택권·임금조정 병행 등 참고해야
[중소기업뉴스 이권진 기자] 국회미래연구원은 19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사회적 합의–한국의 과제와 일본의 경험’을 주제로 제3회 인구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선 초고령사회 진입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정년연장 논의가 기존 연공형 임금·고용구조와 충돌하며 제도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개회사에서 김기식 국회미래연구원장은 “정년연장이 일부 노동자에게만 적용되고 다수의 중고령자가 정년 전에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현실에서 단순한 제도 보완으로는 인구위기를 넘을 수 없다”며 “노동 생애주기 재설계와 임금체계 전환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축사를 전한 안호영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은 “7년 만에 초고령사회가 된 상황에서 정년연장 논의를 미룰 수 없으며 첫 단추는 사회적 합의”라며 “고령화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7년 뒤에는 부족한 노동력만 89만 명에 달하고, 15년 후에는 잠재성장률이 0%에 이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발제에서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년은 전체 노동자의 20%에게만 의미가 있고, 50대 초반에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중고령층이 절대 다수”라며 현행 제도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이어 “정년연장만으로는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없으며, 이미 존재하는 비정규직을 ‘양질의 일자리’로 전환하고 연령별 차별 해소, 사회보험 개편, 고령자 고용 정상화 등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한국 노동시장의 연공형 임금체계와 무(無)체계적 임금구조가 이중적으로 작동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직무급은 정년·임금 두 문제를 함께 해결할 단일한 임금질서”라고 설명했다.
직무급은 연공서를 기준으로 임금이 자동 상승하는 기존 체계와 달리, ‘어떤 일을 맡고 어떤 책임을 지는가’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다.
동일한 직무에는 같은 임금을 적용해 기업의 인건비 증가를 억제하고, 고령 근로자의 숙련·역할 변화에 따라 합리적으로 임금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년연장이 불러오는 비용 부담과 청년·중고령층 간 임금 왜곡을 동시에 완화할 수 있어 연공 중심의 현행 임금체계를 대체할 핵심 대안으로 평가된다.
두 번째 발제에서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상석연구원은 일본의 제도 변화를 소개했다. 일본은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과정에서 기업에 ‘65세까지 고용기회 확보’를 의무화하되 정년 연장·계속고용·정년 폐지 중 선택을 허용해 기업 부담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김 연구원은 “정년연장과 정년폐지 과정에서도 기업들이 임금구조를 유연하게 조정하며 비용 부담을 관리해왔다”며 “한국도 단일 모델 강제가 아닌 기업 선택권, 점진적 전환, 연금과 고용제도의 정합성, 동일노동 동일임금 가이드라인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민병덕·김형동·정혜경 의원을 비롯해 한국노총·경총·한국노동연구원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고령자 고용 확대가 기업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지는 점,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기회와의 균형, 연금 개혁과의 연동 필요성 등이 주요 쟁점으로 논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