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중간재 수출입 비중 G7 중 1위... 무역분쟁 발생시 생산차질 우려 커
경총, 수출도 일부국가에 집중
한국이 미국, 일본 등 주요 7개국(G7) 보다 중간재 교역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간재 수출이 일부 국가에 집중돼 글로벌 무역 분쟁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9일 발표한 ‘우리나라 중간재 수출입 집중도 국제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수출액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67.6%로 집계됐다.
이는 영국(57.1%), 미국(53.6%), 일본(53.5%), 독일(48.5%), 이탈리아(43.6%), 프랑스(43.0%), 캐나다(41.3%) 같은 G7 국가와 비교해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의 수입액 중 중간재 수입 비중도 50.5%로 41~48% 수준을 보인 다른 주요국에 비해 높았다. 한국이 소재·부품 등을 수입해 반도체, 이차전지, 석유제품 같은 중간재로 가공 후 수출하는 산업에 특화됐기 때문이다.
중간재는 최종 소비재의 생산 과정에 투입물로 사용하는 재화를 의미하며, 교역 물품은 가공단계에 따라 ‘1차 산품’ ‘중간재’ ‘최종재’ ‘기타’로 분류한다.
실제로 한국의 수출 상위 3개 품목은 메모리(720억달러·10.5%), 프로세서와 컨트롤러(359억달러·5.3%), 석유제품(347억달러·5.1%) 등으로 모두 중간재다. G7 국가들은 내수시장 규모가 크고 자동차(독일·일본), 항공기(프랑스), 의약품(독일·이탈리아·프랑스) 같은 최종재와 석유(미국·캐나다) 같은 1차 산품이 주력이라는 점도 한국 중간재 수출입 비중이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요인으로 판단했다.
최근 5년간 한국 중간재 수출 국가 집중도는 1164포인트에서 1007포인트로 156포인트 하락했다. 특정국 의존이 완화되고 수출국 다변화가 뚜렷하게 이뤄진 것을 의미한다. 주요 수출국 비중은 중국(23.7%), 미국(14.2%), 베트남(8.9%) 순으로 조사됐다. 수입 국가 집중도도 1149포인트에서 1126포인트로 23포인트 낮아졌다. 주요 수입 국가는 중국(27.7%), 일본(10.1%), 미국(9.7%) 등이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고, 특히 최종재보다 중간재 교역에 더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다른 국가의 핵심 소재·부품 수출 통제나 제3국 간 무역 분쟁이 발생하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생산 차질을 겪을 위험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미·중 갈등 등 통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수입 시장 다변화, 기술역량 강화, 국내 생산 기반 내실화 등의 대책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간재 수출입 국가 집중도 : 중간재 수출입이 일부 국가에 어느 정도 집중 됐는지 보여주는 지표. 집중도가 높을수록 특정·소수 국가에 교역이 집중됨을, 반대로 낮을수록 여러 국가와 고르게 교역함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