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상생금융지수 도입 더이상 미뤄선 안돼
4대금융그룹 실적 ‘역대최대’ 금융권 ‘이익편중’ 논란 재점화 담보 위주 대출관행 이제 그만 기술력·사업성 중심 평가 시급
중소기업계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삼중고를 겪는 가운데, 4대 금융그룹은 올해 3분기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대출 이자 이익이 늘고 증시 호황에 따른 수수료 수익 등이 확대된 결과다. 금융권의 ‘이익 편중’ 논란이 재점화되는 가운데 중소기업계는 실질적인 금융지원 확대와 상생금융의 본격화를 촉구하고 있다.
신용도 낮은 中企 ‘자금경색’
지난달 30일 각사 공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이 5조5000억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각 금융사별로는 KB금융 1조6860억원, 신한금융 1조4235억원, 우리금융 1조2444억원, 하나금융 1조1324억원이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 금리가 비교적 높게 유지되며 이자 이익이 크게 줄지 않았다. 여기에 증시 활황에 따른 펀드·신탁 수수료 수익이 늘면서 실적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5조8124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고치다. KB금융(5조1217억원), 신한금융(4조4609억원), 하나금융(3조4334억원), 우리금융(2조7964억원) 순이었다. 올해 말 연간 순이익은 18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안정적인 담보대출과 우량기업 중심의 대출 관행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중 담보·보증 비중은 2015년 66.7%에서 2024년 9월말 80.7%까지 증가했다. 즉 잠재력은 크지만 담보가 부족하거나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대출 문턱이 높아 자금 공급이 위축된 것이다.
‘이자놀이’보다 ‘투자’ 힘써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금융권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에 매달릴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야 한다”며 “기업이 살아야 나라 경제가 살고 또 더 많은 국민이 투자해야 기업이 산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한 중소 제조업체 대표는 “은행의 수익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졌다는 뜻”이라며 “실적보다 책임의 무게로 보고 은행의 공공성과 상생 책임을 되새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중소기업 인식은 지난해 3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을 위한 의견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은행이 추구하는 최우선 가치에 대해 응답기업의 70% 가 ‘은행의 이익 창출’이라고 답했다.
또 은행의 이자 이익이 ‘경제 활성화 및 기업지원에 사용됐을 것’이라고 묻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응답(52%)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응답(15%)에 비해 3배 이상 높았다. 은행이 실효성 있는 기업지원보다 수익성에 치중하고 있다는 인식이 뚜렷했다.
중소기업계는 이번 4대 금융그룹의 실적발표를 계기로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가 조속히 도입되길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제안한 상생금융지수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일환으로 지난 8월 발표된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에 반영됐다.
상생금융지수는 금융회사의 중소기업 지원 및 상생협력 실적과 중소기업의 체감 만족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계량화한 지표를 말한다.
실적평가 항목에는 △중소기업 대출 지원 △대출 조건 개선 △기술신용대출 등 혁신금융 실현 △은행의 동반성장 의지가 포함됐다. 체감도 조사는 △금리 △만기연장 △기술·관계형금융 △공정거래 만족도 등을 반영한다.
근거 법안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안’은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며,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
中企 상생금융지수 조속히 도입돼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 9월 19일 금융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상생금융지수가 기업의 기술력·사업성·성장가능성 등을 정확하게 평가해 자금 배분의 기준으로 작동해야 한다”며 “과거 동반성장지수가 대기업들에게 동기부여를 줬던 것처럼 금융권에도 중소기업과의 상생 노력이 제대로 평가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최근 열린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학술대회에서 “은행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려면, 은행의 영업방식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은행이 기존의 영업망 외에 중소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지원하는 전담조직을 갖추고, 중소기업 신용평가 모형을 구축하는 등의 가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시중은행의 사회공헌활동과 구분되는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를 조속히 도입해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