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김법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장
과기부 등 4개부처가 출연해
2025년까지 대형사업비 지원
출범 4년 맞아 10개과제 선정
기업 지원용 9개 플랫폼 운영
대·중기 간 상생생태계 조성
글로벌시장 진출방안도 모색
기업-규제기관 간 중개 역할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풀고
원격진료 합법화 서둘러야”

김법민 단장이 이끄는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은 글로벌 수준의 의료기기를 연구·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과기부, 산업부, 복지부, 식약처로부터 1조 20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출연 받아 의료기기 연구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통합지원하고 있다.
김법민 단장이 이끄는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은 글로벌 수준의 의료기기를 연구·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과기부, 산업부, 복지부, 식약처로부터 1조 20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출연 받아 의료기기 연구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통합지원하고 있다.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이사장 이재화)이 지난 26일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제16회 ‘의료기기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해마다 번갈아 가며 개최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1년 현재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연평균 10.2%의 성장률을 기록해 세계평균인 5.9%의 2배 수준이며 시장규모는 9조원 이상으로 세계 10위권이다.

이에따라 글로벌 고령화 사회에서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가진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과기부·산업부·복지부·식약처 등 4개부처가 출연해 규제 통과부터 시장 진출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이 2020년 출범했다. 4년차를 맞은 사업단은 2025년까지 6년간 1조 2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비를 지원받아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뉴스>가 김법민 사업단장을 지난 22일 사무실에서 직접 만났다.

-  사업단 발족 후 어떤 성과들이 있었나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교수인 제가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리 학생들이 가고 싶어할 만한 의료기기 기업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망 때문이었다. 그래서 몇 년에 걸쳐 사업단을 기획했고 사업단이 출범한 지 만 3년이 됐다. 그동안 산업체⋅학교⋅연구소⋅병원 같은 여러 기관의 많은 관심과 지원으로 여기까지 왔다.

사업단에서는 식약처 과제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451개의 신규 과제를 지원하고 있는데, 그 중 10개의 대표적인 성과를 소개하는 성과보고회를 처음으로 개최한다. 현재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좋은 결과가 예상되는 10개 과제를 선정한 것이므로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앞으로도 성과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국내 의료기기 제조업체가 4000개를 넘었다. 그중에는 의료기기 사업화 경험이 많은 기업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기업도 섞여 때문에 성공사례도 나오고 있지만 이해도 부족에 따른 실패사례도 많이 나오고 있다.

-  사업단 운영 관련 어려웠던 점은

의료기기 쪽에서는 이렇게 큰 사업단은 처음이었으므로 조직을 갖추고 안정화되기까지 관리 측면이 어려웠다.   

또 다른 어려움은 국내에 굉장히 다양하고 좋은 의료기기 기업들이 많이 있는데, 상당수가 신생 기업으로서 의료기기 사업화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그 기업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사업화 성과를 위해 필요한 과정을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돕는 것에 많은 인력을 동원해야 했던 점이 힘든 과정이었다.

이를 위해 우리 사업단을 포함해 정부부처, 규제기관인 식약처, 첨단복합단지를 포함한 시험기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보공단까지 많은 기관과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고 효과적으로 기업들을 도와줄 체계를 갖춰야 했다.

의료기기는 품목이 워낙 많기 때문에 각각의 특화된 분야에서 전문성 있는 컨설팅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그럼에도 지금은 상당 부분 안정되면서 여러 형태, 여러 단계에 걸쳐 지원이 진행되고 있고, 남은 기간 동안 두드러진 성과가 나올 거라고 본다.

-  기업과 규제기관 간 중개역할은 어떻게 수행했나

사업단은 기업을 지원하는 9가지 형태의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그중 가장 수요가 많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분야가 중개기관 역할이다. 경험이 적은 기업들의 경우, 의료기기로 분류되지 않는 제품을 만들거나 규제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는 탐색형 임상이 필요한데도, 이에 대한 고민 없이 진행하다가 마지막에 문제가 생겨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규제에 관련된 이슈를 점검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많이 강조했다.

아울러 ‘제품화 지원 거버넌스’를 만들어 통합 포럼을 연간 여러 번에 걸쳐 개최했고 ‘규제기관 전담 데스크 활성화 협의체’를 만들어 식약처, 심평원, NECA, 첨단 복합단지 규제 전문가들이 참여해 두 달에 한 번씩 모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업으로부터 온라인과 전화로 규제 문의 관련 수요를 받으면 사업단에서 내용을 확인하고 걸러준다. 그중에는 규제기관에 물어볼 필요가 없는 내용도 많다. 검토를 하고 필요시 기관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형식으로 지난해 말까지 192건의 상담을 완료했다. 식약처 사전상담과에서도 지금까지 총 14개 기업에 대한 상담을 진행했다.

또 지난해에는 5가지 분야에 대한 규제 마일스톤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각 단계에서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 체크할 수 있게 만들었다.

-  그간 지원한 의료기기 과제들은

그간의 사업 내역을 총 4개 분야로 나눴다. 첫 번째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제품 분야로서, 초음파, 치과, 광학의료기기, 엑스레이, 체외진단기기 등 이미 산업 기반이 있는 상품들에 대한 명품화 과정을 지원했다.

두 번째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걸맞은 새로운 제품 개발 분야다. AI 의료기기, 디지털 치료기기, IoT 웨어러블 기기 등에서 개발이 많이 진행된 상태다.

세 번째는 의료 공공 복지와 관련된 제품들이다. 휠체어 등 일상생활에서 장애인, 고령자, 사회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분야가 있다. 장애인 분들이 값싼 외국 제품을 많이 쓰고 있는 현 상황을 바꾸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단의 10대 대표 성과에는 두경부 진단 PET 장비, 인공췌장 인슐린 펌프, 인공지능 MRI 진단 보조기기 등 높은 품질의 제품들이 포함돼 있다. 이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제품도 있으며, 우수한 품목에 대해서는 임상학회에도 적극적으로 연결시켜주고 있다.

-  디지털 헬스케어 및 원격 진료에 대한 생각은

디지털 헬스케어는 모든 의료기기에 적용되는 분야라고 본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잠재력이 있다고 보는 이유는 기존의 법으로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진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독일의 디지털헬스케어법(DVG)은 위해도가 높지 않은 분야에 대해 시장 진출을 도와주는 것이고, 우리나라도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인 ‘통합심사제도’를 운영해 2개의 허가 제품이 나오게 됐다.

현재 시장을 선점한 대형기업이 없기 때문에 실제 환경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시장에 선진입할 수 있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보고 있고, 특히 의료 인프라가 약한 국가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격 진료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20년째 시범사업을 하고 있고,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불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이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룡기업이 곧 생겨날 텐데 미루면 미룰수록 넘어서야 할 벽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IT 기술 등을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좋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  대·중소기업 상생 생태계 구축을 위해 추진하는 부분은

사업단은 대·중소기업 간 상생 생태계 구축을 위해 출범 시점부터 다양한 노력을 추진해왔다.  9개 기업 지원 플랫폼 중 5번째인 시장진출 지원 플랫폼이 대·중소기업 간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시장진출 지원 플랫폼은 현재 구축 및 기획 단계지만, 연구개발 성과의 글로벌 시장 진출 방향 수립에 있어 대기업 무역상사 연계를 통한 대·중소기업 상생 생태계 구축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기기 분야와 관련성이 높은 플랫폼 대기업들과도 연구개발 협력방향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 앞으로도 사업단은 대·중소기업 간 협력 연구개발 등을 통한 상생 생태계 구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김법민 단장은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학사 △텍사스A&M대학교 대학원 생체공학 박사 △연세대학교 의공학부 부교수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정책심의위원회 위원장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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