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만 의원, 피해 中企 간담회
“국회, 기울어진 운동장 바꿔야”
특허청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

중기부⋅특허청⋅공정위 등 공조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제안

자율에 맡겨선 피해구제 한계
관련 입법안 강력한 추진 시급

재단법인 경청과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이 공동으로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이디어 및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 구제를 위한 피해기업 국회 간담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앞줄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 장태관 재단법인 경청 이사장과 피해기업 대표들이 기술 아이디어 탈취 형사 처벌 규정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재단법인 경청과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이 공동으로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이디어 및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 구제를 위한 피해기업 국회 간담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앞줄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 장태관 재단법인 경청 이사장과 피해기업 대표들이 기술 아이디어 탈취 형사 처벌 규정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최근 들어 중소⋅벤처기업의 아이디어 및 기술 탈취 논란이 커지면서, 관련 부처들이 공조 체계를 구축해 이달 중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재단법인 경청과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은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아이디어 및 기술 탈취 구제를 위한 피해 중소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피해기업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등 관련 부처 담당자들도 참석해 부처별 지원정책과 연계한 피해 구제방안과 향후 분쟁 해결을 위한 정책적 논의도 함께 이뤄져 의미를 더했다.

특허청의 ‘2021년 부정경쟁행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부정경쟁행위로 기업이 입은 피해는 39만여건, 44조원으로 나타났다. 부정경쟁행위를 겪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경우는 47.7%에 달해 기업들의 절반 가까이가 속수무책이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아이디어 탈취 사례가 더욱 빈번해짐에 따라 실질적 피해구제책을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자 마련됐다.

간담회를 주최한 김경만 의원은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기타성과 도용과 같은 부정경쟁행위는 행정조사, 시정권고, 형사벌 적용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현실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는 피해기업의 손해를 감안하면 기타 부정경쟁행위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최소한 동등하게 시합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와 국회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허청, 행정조사 등 도입 추진

지난 2021년 김경만 의원이 대표발의한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은 기타성과 도용이라는 부정경쟁행위 등 특허청장에 한해 행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위반행위 적발 시에는 시정권고와 형사처벌까지 가능케 했다.

이에 대해 양재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정책과장은 “행정조사 및 시정명령을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서 의원실과 협의해 긍정적으로 검토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디어 및 기술 침해와 관련한 분쟁 발생 시 신고기관은 크게 세 곳이다. 하도급법상 기술유용 신고는 공정위이고, 상생협력법 및 중소기업기술보호법상 기술침해 신고는 중기부이다. 그리고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또는 아이디어 침해 신고는 특허청이다. 기술자료·아이디어 침해·영업비밀은 증거를 명확히 확보하기 전까지는 법적 경계가 모호해 관련 부처 간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간담회에는 각 부처 관련 담당자들이 참석해 아이디어 및 기술 탈취 행위와 관련한 현황 및 추진 계획을 브리핑했다.

앞서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의 문제점에 대해 양재석 과장은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아이디어 탈취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입법화했으며, 성과 도용 행위 또한 2013년에 미국과 일본에 앞서 선제적으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대응에 대해서 “형사처벌 확대는 아이디어 탈취 행위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기에 조심스럽다”며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중기부 기술보호과장은 “중기부에서는 조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쌍방 기업이 아니라 피해 기업만 신청해도 가능하며 조정 절차에 들어가면 변호사 비용이 지급된다”며 “공정위·특허청·경찰청·국정원 등과 범부처 협의체를 설치하기 위해 협조하고 있으며, 5월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현록 공정위 기술거래정책과 사무관은 “21년도 하도급법 개정으로 기술자료요구서와 비밀유지계약체결서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했으며, 올해 1월에는 기술유용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며 “지난달에는 이 서류들을 작성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배포했는데, 하반기에 가이드라인과 기술자료 비밀보호 컨설팅 홍보 및 교육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추진계획을 설명했다.

아이디어 침해 증거수집 개선 필요

한편, 재단법인 경청의 박희경 변호사는 ‘아이디어·성과물 침해 관련 현행법상 입법과제’에 대해 주제발표를 진행했으며, 현행법상 입법과제로 △부정경쟁방지법상 형사처벌 규정 신설 △행정조사 범위 확대 △범부처협의체 및 아이디어 객관적 가치평가기관 마련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행정조사기록 확보 방안 마련 등을 들었다.

디스커버리 제도란 재판 전에 양측이 확보한 증거를 함께 공개하는 것이다. 아이디어·성과물 침해의 경우 침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대부분 침해자에게 편재돼 있어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기업이 승소하기 어려운데,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증거 수집 방안을 개선할 수 있다. 미국 특허 기술소송의 경우 이 제도를 통해 분쟁의 90% 이상이 정식 재판 전에 해결된다고 한다.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양측이 충분한 증거를 공유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미국형 제도의 경우 절차 과정에서 변호사 비용 등 부담이 크기에, 법원이 전문가를 지정해 절차에 참여하도록 하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논의되고 있다.

장태관 재단법인 경청 이사장은 “아이디어와 기술 탈취는 상생협력이라는 자율을 맡기는 데 한계가 명확해졌다”며 “피해기업들이 호소하는 제도 개선에 귀기울여, 국회와 정부가 관련 입법안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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