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는 도심, 이틀은 시골생활
3040중심 라이프트렌드 확산

별장같은 시골집서 로망 실현
집 구하기전 간접체험 바람직

임지혜(37) 씨는 경남 거창에 집을 마련하고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시골집을 찾는다. 매주 주말 아이들과 어디로 놀러갈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며 아이들은 특별한 장난감 없이도 곧잘 논다.
임지혜(37) 씨는 경남 거창에 집을 마련하고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시골집을 찾는다. 매주 주말 아이들과 어디로 놀러갈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며 아이들은 특별한 장난감 없이도 곧잘 논다.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임지혜(37) 씨는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두 아이들을 데리고 경남 거창의 어느 시골 마을로 향한다. 평일 닷새는 도시에서 일을 하고 주말 이틀은 촌에서 보내는 ‘52생활 중이기 때문이다.

올 봄이면 벌써 이 생활도 1년 째다. 매주 왕복 8시간의 운전길이 고될 법도 하지만 주말마다 아이들과 무엇을 해야할 지, 어디를 가야할 지 고민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해방감을 느낀다는 것이 지혜 씨의 전언.

도시에서만 생활할 땐 주말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기도 했어요. 여섯 살, 세 살 난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곳도 한정적이어서 키즈카페, 수족관, 아울렛을 전전했죠. 이제는 주말이 너무 기다려져요. 특별한 장난감 없이도 잘 노는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더라고요.”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시골집 마당은 최고의 놀이터이자 식물원, 미술관, 과학관이다. 꽃삽, 모래, 장화, 수도꼭지만 있어도 행복하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주방에 가스레인지가 있지만 부러 아궁이에 불을 떼 밥을 짓고 정성스레 가꾼 텃밭의 채소로 반찬을 만들기도 한다. 도시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지만, 일한 만큼 돌아오는 시골 생활의 자업자득 이치가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이제 결혼 3년 차가 된 이지윤(39)·김지연(37) 씨 부부도 강원도 춘천에 주말용 보금자리를 새로 마련했다. 지연 씨의 일가친척이 살지 않고 방치한 시골집을 사 지난 해 12월 중순 께 리모델링을 마쳤다. 평소 여행과 캠핑을 좋아하는 부부는 주말이면 춘천집으로 내려가 바베큐 파티를 즐긴다. 역시 마당을 쓸고 가꾸고 주중에 쌓인 집안 먼지를 털어내야 하지만 어디로 향할지 고민해야 한다거나,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자리를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만큼은 확실히 덜었다.

 

시골에서 매력 찾는 3040

최근 30~40대를 중심으로 52촌 라이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도시의 일상이 버겁지만 벌이와 편의를 제공하는 도시를 떠날 수 없는 이들에게 꽤 괜찮은 대안이다.

한때 전원 생활과 도시 일상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방법으로 서울 근교 지역, 가령 양평이나 경기 광주, 김포 외곽 등에 전원 주택을 짓고 서울의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것이 인기를 끌었다. 이때 전원주택 단지 및 타운하우스가 급증했다.

그러나 매일 아침 저녁 교통체증을 뚫고 수십 킬로미터를 오가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랴. 여기에 자녀 교육 문제, 인프라 부족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들이 부각되며 그 인기도 식었다.

52촌은 이와 같은 도시 근교 전원 생활의 문제를 대체로 해소한다. 도시에서의 경제활동과 인프라 등은 누리면서 전원의 평화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게다가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인구가 많은 30~40대에게 촌 생활은 신선한 자극이다. 주말에 한 번씩 이용하는 시골집은 별장과도 같은 개념이어서 일종의 로망 실현에도 기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매년 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는 52촌 삶을 지향하는 현상을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러스틱 라이프란 시골 특유의라는 의미를 지닌 러스틱(Rustic)생활의 뜻인 라이프(Life)의 합성어다. 도시를 떠나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고 편안함을 즐기는 시골향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한다.

책에서는 촌스러움이 힙해지고 있다때때로 평범한 일상마저 버겁게 느껴지는 도시인에게 촌은 따분함을 넘어서는 여유로움과 불편함을 무릅쓰는 경험이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온다고 설명한다.

주말 이틀 동안 취미 생활로 서핑을 즐기던 이들이 도시 생활을 접고 내려가 아예 터를 잡은 경우도 많다.
주말 이틀 동안 취미 생활로 서핑을 즐기던 이들이 도시 생활을 접고 내려가 아예 터를 잡은 경우도 많다.

윈윈하는 러스틱 라이프결정은 신중하게

이러한 3040세대의 52촌 라이프는 개인을 넘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한다. 서핑으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은 대표적인 2촌 지역이다.

주말 이틀 동안 취미 생활로 서핑을 즐기던 이들이 도시 생활을 접고 내려가 아예 터를 잡은 경우도 많다. 그렇게 내려온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위해 카페나 서핑숍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러한 인프라가 생기자 관광객의 수도 월등히 많아졌다.

서핑을 좋아해 평소 자주 양양을 찾던 이재현(38) 씨는 얼마 전 바닷가 인근의 한 아파트에 전세를 얻었다. 오며가며 서울 사람을 마주치는 일이 빈번하다는 해당 아파트는 이미 도시 사람들의 세컨 하우스로 유명하다. 52촌 인구 덕분에 양양 인근 아파트의 거래도 꾸준히 있을만큼 3040의 러스틱 라이프는 조용하던 시골 마을에 활기를 되찾아 준다.

양양의 경우 세대수, 준공일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억 초중반이면 25평 매매가 가능하고 전세는 당연히 더 저렴하다. 대도시에서는 불가능한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이렇게 52촌을 하다 시골 생활이 만족스러우면 25촌을 나아가 이촌향도까지 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한편, 알음알음 거래되는 경우가 많은 시골 마을의 집은 일가친척이나 부모가 살지 않는 이상 땅이나 집 구하기가 어려운데, 이럴 때 아파트는 좋은 해결책이다. 더욱이 도시에서만 자라 시골집 살이가 어려운 청년들에게 지방의 아파트는 익숙한 공간이면서도 도시에는 없는 시골만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텃밭과 마당을 가꾸고 전원 생활을 즐기는 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특히 여름철 텃밭과 잔디밭은 조금만 관리에 소홀해도 금방 잡풀이 무성해진다. 무턱대고 텃밭을 가꾸는 전원 생활을 꿈꿨다가 오히려 질려버릴 수 있다.

어렵게 구한 집이라고 쉽게 팔리지도 않는다. 따라서 52촌을 계획하기 전에 신중한 고민은 필수다. 시골집을 구하기 전, 촌 생활과 관련된 간접 체험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촌캉스(촌에서 즐기는 바캉스)’, 주말 농장 등이 예다. 텃밭을 잘 가꿀 자신이 없다면 대지가 작은 집 또는 아파트, 빌라를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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