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3년도 최저임금 동결 대국민 호소’에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이 피켓을 들며 최저임금 동결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6월 2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3년도 최저임금 동결 대국민 호소’에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이 피켓을 들며 최저임금 동결을 호소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지난 5일 오전 9시 고용노동부가 시간급 9620원으로 전자 관보에 게시하면서 최종 확정됐다.

올해 최저임금(9160)보다 460(5.0%) 높은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201580원이다.

업종별 구분 없이 전 사업장에 같은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이 같은 내용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올해 629일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그대로다.

고용부는 지난달 8일까지 내년 적용 최저임금안을 고시한 뒤 같은 달 18일까지 이의 신청을 받았다. 이 기간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노동계)과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이상 경영계)에서 총 4건의 이의를 제기했다.

노동계는 인상률이 너무 낮다고, 경영계는 너무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최저임금법 규정 내용·취지,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의결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저임금위 결정 그대로 확정

국내 최저임금 제도 역사상 재심의가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어 이의 신청 제도가 형식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대내외 경제 여건과 고용 상황, 저임금 근로자 및 영세 소상공인의 어려운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으로, 이는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이 저임금 근로자의 처우 개선과 생활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노사도 현장에서 최저임금이 준수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용부 관계자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의 권고에 따라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방법, 생계비 적용 방법 등과 관련한 기초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현행 통계 현황, 해외 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관계기관 협의, 노사 의견 수렴 등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신청이 무산돼자 소상공인단체는 크게 반발하며, 집회 등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같은날 보도자료를 내고 고용부로부터 연합회가 낸 ‘2023년 적용 최저임금안에 대한 이의제기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답변을 받았다의례적이고 원론적인 답변에 강한 유감을 밝힌다. 이는 극한 상황에 놓인 소상공인의 생존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연합회는 이어 “(정부는) 가장 약한 경제주체인 소상공인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최저임금안을 결정하고 재심의까지 거부했다면서 연합회는 최저임금법 전면 개정 및 최저임금제도 개선 운동에 돌입한다고 덧붙였다.

제도 개선 운동은 집회 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집단행동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연합회는 설명했다.

연합회는 주휴수당 의무규정 폐지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결정기준에 지불능력 명시 업종·규모별 최저임금 구분적용 연구용역 근거 마련 최저임금법 위반 처벌 규정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계 역시 이의제기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데 의견을 같아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번도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이의제기가 수용될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면서도 “(최저임금에 대한 이의제기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감당하지 못하는 인상폭으로 고용축소, 폐업, 범법 중 선택을 강요받게 된 상황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부터 이의제기, 최종 확정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에서의 논란과 의견충돌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29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공익위원 단일안에 경영계가 반발해 퇴장한 가운데 공익위원과 일부 근로자위원이 찬성해 5.0% 인상된 9620원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됐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한 근거로는 경제성장률 전망치(2.7%) +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4.5%) - 취업자증가율 전망치(2.2%)’이다. 이 산식은 국민경제 생산성에 근거한 적정임금 상승률을 구하는 것으로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방식은 아니다.

다만, 산식의 활용에 있어 이미 높은 최저임금의 수준과 예년과 다른 경제상황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지적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최근 5년간 41.6%나 급격하게 인상돼 9160원이고 법적 의무인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992원에 달한다. 중위임금 대비해서는 60%를 초과해 OECD 상위권으로 높은 수준이다.

현실 외면한 의례적 결정 반복

사용자 지불능력도 고려 안해


코로나·고물가·고금리에도

작년과 똑같은 방식으로 심의


중기중앙회 고용충격 불가피

업종별 구분적용 시행 재촉구

이에 반해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와 경총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근로자의 15.3%에 달하는 3215000명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용자측의 지불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무작정 올린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 탓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결정근거가 작년 심의와 동일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장기화 및 고물가, 고금리 등 변화한 경제상황이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작년에는 코로나만 끝나면 다시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한국경제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복합위기 앞에 놓여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더 심각하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5월 생산자물가는 9.7%에 달해 역대 최고치이고, 코로나 시기를 버티기 위해 받았던 대출이 치솟는 금리로 인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인건비만 오르는 게 아니라 4대 보험료 덩달아 뛴다매출도 오르지 않는데 아르바이트생 2명 급여 주고 나면 손에 남는 건 결국 아르바이트생 급여랑 비슷한 200만원 남짓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A씨가 공개한 지난달 소득 내역을 살펴보면 월 매출은 약 4100만원이지만 제품 원가와 편의점 본사 수수료를 뺀 점포이익은 대략 80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아르바이트생 인건비(2·300만원) 공과금(70만원) 임대료(120만원) 관리비 등 기타 잡비(80만원) 등을 제외하면 점주인 A씨가 순수하게 가져가는 소득은 고작 230만원 정도에 그친다.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는 점주와 주휴·야근 수당까지 받는 아르바이트생의 소득차이가 별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A씨는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는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도 답이 나오지 않아 본사 계약해지까지 알아봤는데 포기하고 말았다만만치 않은 위약금을 낼 자금이 없어 일단 올해 하반기까지 버텨보기로 했다고 하소연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해야

최근 전국 소상공인 7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매출의 30% 이상을 인건비로 지출하는 소상공인 비중이 4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영등포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장사는 인건비 싸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인데 최저임금이 무턱대고 올라버리면 사장 혼자 장사를 하든지, 아니면 문을 닫으라는 소리라며 물가가 올라서 재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현장에서 겪는 최저임금 인상의 애로가 극심한 가운데 일각에선 아예 나 홀로 장사를 위해 무인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에서 무인점포 편의점을 운영하는 C씨는 이번이 두 번째 편의점을 창업하면서 아예 무인점포로 셋팅을 해버렸다이전에 운영했던 편의점은 알바생들 인건비가 감당이 안돼 문을 닫고 새롭게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님이 몰리는 피크 타임 시간대에 점주나 아르바이트생을 두고, 늦은 심야 시간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편의점도 있었지만, 최근 24시간 무인점포가 화두가 된 배경에는 결국 인건비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이유가 가장 크다.

C씨는 “24시간 매장을 무인으로 돌리면서 키오스크 렌탈 비용이나 CCTV 관리비 등 기존에 생각지 못한 큰 금액이 나가고 있지만 인건비 부담을 덜어서 한결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현장은 장기간의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됐고 연이은 고물가, 고금리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다시는 이처럼 과도한 최저임금이 결정되지 않도록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 반영과 업종별 구분 적용의 조속한 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5.0% 인상된 9620원으로 결정되자 현실을 외면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충격은 불가피하다고용축소의 고통은 중소기업과 저숙련 취약계층 근로자가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이 처한 경영상황과 동떨어진 최저임금 수준을 주장한 노동계와 공익위원은 향후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한계기업으로 내몰릴 중소기업 지원과 일자리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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