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는 2021년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2021년엔 2000만 리터 생산 설비까지 갖췄다. 제주맥주는 국내 수제맥주 1위다.
제주맥주는 2021년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2021년엔 2000만 리터 생산 설비까지 갖췄다. 제주맥주는 국내 수제맥주 1위다.

리오프닝주*엔 맥주다. 코로나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바뀌고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면서 맥주 시장의 경쟁도 시원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맥주 시장이 집에서 혼술을 하던 싱글 이코노미 시장에서 술집에서 회식을 하든 엔터테인먼트 이코노미 시장으로 재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흥 맥주 시장이 재점화될 참이란 말이다.

그런데 이 시장에 제주맥주가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주맥주는 2015년에 창업한 수제맥주 스타트업이다. 2017년 제주시 한림읍에 300만 리터 규모의 제주맥주 양조장을 만들여서 맥주 시장에 명함을 내밀었다. 20178월엔 제주도스러운 특성을 강조한 감귤형 맥주인 제주위트에일을 출시했다.

때마침 새로운 맥주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감성이 눈을 뜨던 시기였다. 늘 식당에서 익숙한 맥주만 마시던 소비자들이 일본 같은 다양한 맥주 맛을 한국 맥주에도 기대하게 됐던 것이다. 이런 트렌드 변화는 특히 MZ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MZ세대에게 먹고 마시는 건 단순한 음식과 음료 이상이다. 남다른 내 인생을 위한 선물이고 의무다. 제주맥주는 MZ세대 소비자들한텐 한국 맥주한테 기대했던 그 맛이었다.

 

수제맥주시장 90% 점유

제주맥주는 2021년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2021년엔 2000만 리터 생산 설비까지 갖췄다. 제주맥주는 국내 수제맥주 1위다. 수제맥주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제주맥주는 한국 수제맥주의 대명사가 됐다. 문제는 수제맥주 시장 크기의 한계다. 제주맥주가 생산하는 수제맥주는 에일 맥주다. 에일 맥주는 색이 짙고 알콜 도수가 높고 바디감이 묵직하다. 10~25도 상온에서 상면 발효시키기 때문이다.

그만큼 효모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이런 에일맥주는 유흥용이라기보단 혼술용이다. 많이 안 마셔도 적당히 취해서 부담이 없다. 적당한 가격도 부담이 더 없다. 퇴근길에 편의점에서 4캔에 1만원 하는 제주맥주를 사다가 넷플릭스를 보면서 혼자 마시는 1인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돼 있다.

이런 가정용 수제 맥주 시장은 분명 성장하는 추세다. 한국 수제 맥주 시장의 규모는 2019880억원에서 20212100억원으로 성장했다. 아직 유흥 맥주 시장을 넘어서기엔 작다. 수제 맥주 시장은 국내 전체 맥주 시장의 5% 수준이다. 국내 전체 맥주 시장은 35000억원 규모다. 비교가 안 된다.

게다가 팬데믹이 끝나면서 수제 맥주도 넷플릭스처럼 트렌드에서 밀려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22년 들어서 연달아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증시 폭락을 이끌고 있다. 넷플릭스는 대안으로 유튜브 같은 광고가 있는 요금제를 제시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제주맥주 역시 마찬가지다.

비좁은 수제맥주 시장에만 머물러선 가정에서 다시 유흥으로 트렌드가 바뀐 맥주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제주맥주가 지난 516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브루잉데이2022 행사를 열고 라거 맥주 시장 진출을 전격 선언한 이유다. 제주맥주는 라거 계열 맥주인 제주라거 프로젝트 001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라거 맥주는 에일 맥주와 여러모로 다르다. 라거 맥주는 하면발효 맥주다. 10도 이하의 저온에서 가라앉는 효모를 이용해서 발효시킨다. 풍미는 가볍다. 청량하다. 목넘김도 부드럽다. 에일 맥주에 비해 알콜 도수도 낮은 편이다. 쉽게 말해 소맥에 적합하다. 한국 음주 문화에 최적화돼 있는 맥주가 라거 맥주라는 말이다. 맥주 트렌드가 다시 가정에서 유흥으로 바뀌는 시기엔 라거 맥주 시장이 기지개를 켤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내 라거 맥주 시장은 사실상 과점 시장이다. 1등은 카스를 앞세운 오비맥주다. 시장점유율이 52%에 달한다. 2위는 테라를 내세운 하이트진로다. 시장점유율은 26%. 2의 시장점유율만 더해도 80%에 달한다. 여기에 클라우드를 내세운 롯데칠성도 있다. 롯데칠성의 시장점유율은 5% 남짓이다. 롯데라는 대기업이 라거 맥주 시장에 도전했는데도 수년째 이렇게 고전하고 있다. 라거 맥주 시장은 습관성 소비 시장이기 때문이다.

유흥 시장은 B2B 시장에 가깝다. 소비자들은 식당이나 주점이 제공하는 맥주를 수동적으로 소비한다. 2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오랜 세월 탄탄하게 다져놓은 B2B 유통망이 있다. 대리점에서 소매점으로 이어지는 유통 경로를 꽉 잡고 있다. 게다가 소비자들도 다른 맥주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시장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여기에 제주맥주가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물류운송비 부담이 태생적 약점

사실 제주맥주는 지금이 무조건 진격해야만 하는 시기다. 제주맥주는 20215월 테슬라 요건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테슬라 요건이란 이익이 미실현된 기업이라도 상장을 시켜주는 특례 제도다. 테슬라도 불과 5년 전만 해도 전기차 시장을 꿈꾸는 적자 스타트업일 뿐이었다. 문제는 특혜 요건이다.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된 기업이라도 4년 연속 적자를 내면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다.

제주맥주는 2015년 창립 이후 내내 적자였다. 201750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손실은 2021년엔 72억원까지 늘어났다. 사실 쿠팡이나 제주맥주 같은 스타트업의 초창기 영업적자는 피할 수 없다. 대신 영업적자를 감수하고 현금을 태우더라도 시장점유율을 늘려야 한다. 시장점유율을 늘려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면 그때부턴 얼마든지 수익 창출 모델을 찾을 수 있다. 이게 아마존 성공 모델이다.

수제 에일맥주만으론 한계, 라거시장 진출 전격선언

2B2B 유통 장악시장점유율 확대 바늘구멍
 

스파클링·한정판 내세워 맥주계 나이키·애플꿈꿔

CJ제일제당과 전략적 제휴로 K-맥주 세계화 정조준

제주맥주 역시 마케팅비를 태워서 수제맥주 시장 점유율 1등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수제맥주 시장에서 1등을 해도 전체 맥주 시장에서 1등을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게 함정이었다. 에일 시장에서 1등은 지역구 1등이라면 라거 시장에서 1등은 전국구 1등이다. 게다가 수제맥주 시장에서도 점점 경쟁이 치열해졌다. 특히 브랜드 맥주를 내세운 마케팅 전쟁이 벌어지면서 제주맥주의 현금을 갉아먹었다.

대표적인 브랜드 맥주가 곰표 맥주다. 곰표는 맥주 맛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마케팅 요소일 뿐이다. MZ세대는 여러모로 브랜드에 열광한다. 사진 브랜드인 코닥 로고가 붙은 티셔츠에 열광한다. 명품인 구찌나 샤넬에 오픈런을 한다. 수제 맥주 시장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반영됐다. 곰표 맥주가 일종의 굿즈 상품처럼 판매됐다. 자연히 마케팅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제주맥주처럼 맛으로 승부하려는 수제 맥주 브랜드한텐 불리한 조건이다. 제주맥주 역시 이런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사이먼 도미닉과 협업한 AOMG 아워에일로 대박을 쳤다. 맥주 캔 표면에 QR코드를 심어서 음악까지 들어볼 수 있는 맥주를 만들었다. 2주만에 42만캔이나 팔았다. 덕분에 매출은 커졌다. 남는 건 없었다.

제주맥주는 맥주를 제주에서 운반해와야 한다. 다른 맥주 브랜드에 비해 물류운송비 부담이 크다. 2021년 제주맥주가 지출한 물류운반비는 36억원에 달한다. 같은 해 마케팅비가 26억원이었다. 곰표 맥주와 경쟁하고 있는 와중에도 마케팅비보다 물류비를 더 써야만 했단 뜻이다. 제주맥주의 태생적인 약점이다. 지난 516일 브루잉데이2022 행사에서 제주맥주 문혁기 대표가 노골적으로 브랜드 맥주를 굿즈 맥주라고 비판한 배경이다.

문혁기 대표는 맥주의 본질은 사라지고 굿즈만 남아 어떠한 새로움과 지속성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제주맥주한테 물류비는 맥주 맛을 지키기 위한 투자비다. 반면 마케팅비는 포장비다. 정작 시장의 흐름은 에일 맥주에서 브랜드 맥주로 다시 라거 맥주로 순환되는 분위기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돌파구

제주맥주의 라거 시장 진출에 대해 시장은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전은 있는데 전략이 없다는 우려다. 라거 맥주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비전은 당위다. 라거 맥주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지는 미지수다. 제주맥주가 선보일 제주라거 001은 알콜 도수 5도 정도다. 네덜란드와 독일산 보리맥아를 쓰고 여기에 미국산 호프펠렛을 더해서 부드러우면서도 청량한 맛을 내려고 한다. 제주맥주 특유의 맛에 대한 집착이 느껴지는 제품이다.

그런데 유통전략에 대한 해결책이 아직 없다. 라거 시장은 결국 유통 전쟁터다. 만년 2위였던 오비 맥주가 하이트진로를 누르고 역전할 수 있었던 것도 유통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이었다. 특히 라거 맥주는 신선도가 맛을 결정한다. 유통망을 뚫어내는 것만큼이나 유통 속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제주맥주처럼 제주도에서 운송해야만 하는 라거 맥주라면 신선도 문제도 해결해야만 한다. 대리점을 뚫어내고 유통 속도를 높이는 물류망 문제는 돈과 사람 그리고 전문가가 필요한 영역이다.

제주맥주는 프리미엄 전략과 해외 진출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4캔에 1만원하는 편의점 맥주가 아니라 병당 2만원에도 팔리는 고급 맥주를 팔 수만 있다면 제주맥주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과일향이 가미된 스파클링 맥주나 오크통에서 숙성한 한정판 맥주가 제주맥주의 신병기다.

지난 512일에는 CJ제일제당과 K맥주 세계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제주맥주는 2019년부터 이미 동남아를 비롯한 중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제주맥주의 비전을 수제맥주계의 나이키나 애플로 제시한다. 나이키와 애플 모두 레드오션에서 제품력과 마케팅력으로 해자를 만들고 아성을 구축한 기업들이다.

제주맥주는 수제맥주 시장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라거 시장은 경쟁으로 시장을 쟁탈해야와야 하는 제로섬 시장이다. 제주맥주가 라거 시장에서 카스와 테라를 시원하게 목넘길 수 있을까.


리오프닝주reopening: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경제활동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대에 재개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의 주식을 말한다. 여기서 리오프닝(reopening)경제활동 재개를 뜻한다.

 

- 신기주 (더 밀크 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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