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인력난에 빠진 중소기업] 일자리 ‘3대 양극화’ 빨간불 켜졌다
자동화가 중숙련 생산직 위협
임금격차로 대기업 취업 쏠림↑
수도권에 기업 밀집 ‘해결과제’

일자리 지형도가 급격한 양극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빠른 산업구조 변화로 생산직 일자리인 중숙련 일자리가 줄고 있고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크게 위축됐다. ·중소기업 임금 격차 심화와 수도권의 인구·기업 등의 과밀화도 심각한 문제다.


·저숙련 vs 중숙련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이 내놓은 코로나19 이후 고용 재조정 및 거시경제적 영향보고서가 국내 노동시장의 숙련직 양극화현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3분기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3분기 취업자수 증감률을 비교한 결과 택배·배달 등 저숙련 일자리는 3.9% 늘어나고 조립·생산·사무·판매 등 중숙련 일자리는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전문직 등 고숙련 일자리는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반복 업무를 하는 생산직 일자리가 로봇·자동화 등으로 대체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배달원 등 단순 노무 일자리가 증가한 영향이다. ‘화이트 칼라전문직군인 고숙련 일자리도 저숙련 일자리와 함께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 노동시장이 걸어온 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대다수 선진국은 숙련도에 따른 일자리 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많은 사람(중소기업)에게 임금을 제공했던 중숙련의 일자리가 시들어가고 있다.

결정적인 배경에는 기술의 진보가 조립·생산 등의 중숙련 일자리의 업무를 다른 일자리(고숙련·저숙련)와 비교해 로봇과 자동화로 대체하기 훨씬 쉽기 때문이었다. 이때 최저임금 인상이 수많은 중숙련 일자리를 자동화로 대체하는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

영국의 조세재정연구원은 최저임금이 올라가게 되면 상대비용(인건비·에너지비용) 때문에 인간이 일하는 비용 보다 자동화로 대체할 때의 효율성이 올라가게 돼 자동화 위험도가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대기업 vs 중소기업

최근 10년 사이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지는 형국이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평균임금 비중은 201064%였지만, 2020년은 59%5%나 더 감소했다.

지난해 주52시간제 확대 시행으로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급여가 상대적으로 더 줄어드는 임금격차 가속화도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중소기업계 염려다.

이는 신규 채용시장에서 일자리 미스매치에 악영향을 끼친다.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이지만 청년층은 지원할 기업이 없다고 외면하는 취업난 속 인력난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장기화 이후 경제 저성장 기조가 예상되면서 대기업으로의 일자리 쏠림은 취업시장의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첨단 산업인 IT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취업시장 양극화가 극단적인 곳이 바로 IT분야다. 달콤한 연봉과 스톡옵션으로 스타트업들의 개발자를 대기업에서 싹쓸이하면서 신규 개발자는 물론 유망한 중소기업의 숙련 개발자 유출까지 역풍을 맞는 중이다.

대기업 SW 납품 업체의 A대표는 요즘 중소기업이 괜찮은 개발자를 구하는 거 자체가 불가능하다채용공고를 내도 단 한명도 지원하지 않는 상황인데 정부가 업계 현실에 맞는 개발자 육성 대책을 빨리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도권 vs 지방

도시 양극화도 일자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촉발시킨다. 수도권의 인구 비중은 지난 196020.8%에서 202050.1%까지 올라섰다. 인구 과밀화에 따라 일자리 과밀화도 현재 진행형이다. 전체 사업체수의 약 50%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서울 147만개, 경기 170만개, 인천 35만개로 대다수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양질의 인력이 필요로 하는 지방의 중소기업들이 인력난을 겪는 이유가 단지 지방에 입주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판가름 난다.

갓 졸업한 예비 취업자들도 수도권으로 달려간다. 지난해 수도권 대학 졸업생의 88%, 지방대생의 40%이 수도권에 취직했다.

수도권에 유독 지식서비스업(ICT·의료 등) 일자리가 몰렸던 점도 졸업생의 수도권 러시에 한몫했다. 지식서비스업의 일자리 증가는 최근 들어 71%에 달한다.

제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한상의가 최근 발표한 지역 일자리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비수도권의 제조업 고용시장은 2010~2019년 동안 수도권 보다 더 하락추세다. 2016~2018년은 3년 연속 마이너스 순증가율을 나타냈다.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선 인구와 기업을 지방으로 분산해야 한다. 여기에 낙후지역 소재 기업의 법인세 감면이나 자녀 교육여건(··) 투자도 강화하는 등의 유인책도 필요하다.

일각에선 광역시를 거점으로 인력·기업이 한데 모여야 일자리도 늘고 기업의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지방을 큰 권역으로 묶고 광역시와 기초단체를 연결하거나 광역시와 도()를 통합해 거점 지역을 형성하자는 논리다. 최근 지자체별로 협의 중인 메가시티도시전략도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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