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소기업 돈맥경화우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중소기업뉴스가 은행연합회에서 최근 공개한 중소기업 대출금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9~11월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3.14~4.59%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결정 직전인 지난해 5~7월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2.91~3.9%인 것과 비교하면 현재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에 가감조정금리(우대금리)를 뺀 값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각각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1.00%대 수준까지 올려놓은 바 있다. 지난해 9~11월 기준 가장 높은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금리를 보이는 곳은 NH농협은행(4.59%)이며 이어 우리은행(4.42%), KB국민은행(4.33%), 신한은행(3.87%) 순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은 3.14%로 가장 낮은 평균금리를 제공했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대출금리 상승폭을 보인 곳은 우리은행이다. 지난해 5~73.71%에서 9~11월 무려 0.71%포인트 상승했다.

실제 중소기업이 겪는 은행창구의 대출금리 문턱은 상당히 높다. 서울 구로에서 IT부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의 A대표는 ·저신용자는 5%가 훌쩍 넘는 대출금리를 적용받고 있다은행지점마다 지난 14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1.25%)에 따라 앞으로 대출금리가 훨씬 오를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저신용자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용점수가 820점 이하인 사람이다. 예전 신용등급 상으로는 4등급 이하가 이에 해당한다.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가장 높은 NH농협은행의 경우 4등급 금리는 3.55%, 5등급은 4.55, 6등급은 7.13%, 7~10등급은 9.41%에 달한다.

중소기업은 필요 자금의 절반 가까이를 은행으로부터 조달하기 때문에 가파른 대출금리 인상은 심각한 경영악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측된다.

IBK기업은행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1년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신규 자금의 49.6%를 은행에서 대출받았으며, 다른 조달창구로 정책자금 30.4%, ()은행 금융기관(9.4%)로 꼽혔다. 중소기업이 은행에 대한 자금 조달 의존도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달리 은행의 대출금리는 훨씬 이전부터 상승했다는 주장도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지난해 12월 보도자료를 통해 “20218월부터 기준금리가 인상됐지만 대출금리는 202011월 이후 본격적으로 상승했다며 은행이 선제적인 금리 인상을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은행권의 대출관리 강화는 올해 더 심화될 조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7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신용위험지수(1218)6포인트나 뛰었다. 반면 대기업(30)의 경우 신용위험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됐다.

 

[기준금리와 따로 노는 은행금리]

중소기업 대출금리 비율이 기준금리 대비 폭등하는 이유가 뭘까? 이는 기업의 준거금리 역할을 하는 CD금리(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의 변동성 때문이다.

CD금리에 은행이 가산금리를 붙여 실질 대출금리를 정한다. 18일 현재 CD금리(91)1.44%.

정부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통해 시장의 금리를 정하는 것 같지만 실제는 시중은행이 CD금리로 쥐락펴락하는 건 오랜 불문율이다.

시계를 돌려 지난 20203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전격 인하하면서 한국경제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0%대 저금리 시대를 걷게 됐지만 시중의 대출금리는 0%대 기준금리와는 온도차이를 보일 정도로 높게 유지됐다. 이게 다 CD금리를 기준금리와 연동해 빠르게 내리지 않은 탓이 컸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출신의 한 관계자는 “CD는 은행이 발행하고 증권사가 대부분을 사게 되는 게 금융시장의 시스템이라며 “CD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건 결국 은행과 증권사의 수익을 올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CD금리가 각종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기준금리 변동폭과 달리 대출금리를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한 은행이 높은 이자 마진을 남기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은행권이 기준금리 변동을 무색하게 하는 CD금리의 일방적인 고공행진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가 정부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단행하면 은행은 앉은 자리에서 천문학적인 이윤을 챙길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0.1%의 금리에 은행권은 적게는 수천억원의 이윤이 왔다갔다 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은행이 선재적으로 반영하고 반대로 인하를 단행하면 늦장 적용을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따라서 은행권의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간의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기준금리는 지난해부터 계속 오르고 이에 대출금리도 가파른 상승세인 것과 달리 예금금리는 변동이 거의 없다.

바로 이러한 예대마진격차에 따라 은행권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정의연대는 지난해 10월 예대금리 차가 2.17%로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인 2010102.20%과 비교하면 11년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지고 있다면서 은행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금융권의 돈잔치는 제1금융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중은행 대비 규제가 덜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기업대출 총량도 증가추세이며 대출금리도 가파르게 오르며 예대금리 차이가 2.85%까지 벌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저축은행이 빌려준 개인사업자 기업대출보유금액을 178535억원, 상호금융의 경우 1026217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6월과 비교해 1500억원, 334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새마을금고도 같은 기간 338712억원에서 18500억원 증가했다.

한편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13일 열린 경제·금융 전문가 간담회에서 금융권이 예대마진에 기반 한 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논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향후 금융당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예대마진 :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나머지 부분. 금융기관이 대출로 받은 이자에서 예금에 지불한 이자를 뺀 나머지 부분으로 금융기관의 수입이 되는 부분이다. 대출금리가 높고 예금금리가 낮을수록 예대마진이 커지고 금융기관의 수입은 그만큼 늘어나게 되므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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