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무재해 사업장인데도 요즘 중대재해처벌법만 생각하면 잠이 안온다. 아무리 충실히 준비한다해도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인데,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모르겠다어느 뿌리중소기업 대표의 하소연이다. 이처럼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인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법을 적용할 중소기업들의 준비상황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중소제조업체의 53.7%가 법 시행일까지 의무사항 준수가 어렵다고 답했다. 특히 50~99인 기업의 60.7%가 준수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가 어려운 주된 이유는 의무사항 이해에 대한 어려움’(40.2%)전담인력의 부족’(35.0%) 등이다.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중대재해 적용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 수는 57000여개에 달한다. 이중 절반이상이 준비를 못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안전보건 컨설팅 등의 지원이 필요한 사업장은 적어도 28000개 이상이다. 더구나 중대재해처벌법 의무사항의 핵심인 사업장내 안전보건체계 구축은 한번의 컨설팅으로 단시간내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느긋하게만 느껴진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와 안전보건 가이드북 등을 내놓았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 현장지원단을 구성해 3,500여곳에 컨설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짧은 기간내 추진한 정부의 노력은 나름 평가받아야 겠지만, 실제 중소기업 현장의 정책수요에 비하면 너무 미흡한 수준이다.

지금은 여론을 살피고 노동계 눈치를 볼 때가 아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중소기업에 한해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마련하고, 준비가 부족한 현장을 위해 대대적인 컨설팅 지원에 나서야 한다. 중소기업들의 보다 적극적인 컨설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참여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방안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 대표들이 안심하고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기업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미래 불확실성이다. 사업주가 아무리 의무사항 준수 노력을 다한다 해도 근로자의 부주의 등과 같은 불가피한 사고는 막을 길이 없다. 따라서 사업주가 의무사항을 충실히 수행했고 고의나 중과실이 없을 경우 면책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최소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이를 법 해석으로라도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는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지난 2년간 계속된 코로나19로 사업 부진과 함께 투자여력까지 바닥난 상황이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과감하고 획기적으로 안전보건 설비투자 지원에 나서야 한다. 특히 소규모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사항들을 이해하고 적용할 전문인력 조차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들 안전보건 전문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인건비 보조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국회에서 법적인 형평성을 고려한 보완입법 노력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사망사고시 1년 이상의 징역형은 형법상 영리목적의 인신매매 같은 고의범과 동일 수준이다. 형량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최소한 징역 하한규정을 상한으로 바꿔야 마땅하다. 중대재해사고의 성립 요건도 1년 이내 2회이상 반복 사망시에만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그간 정부와 국회는 한결같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처벌이 아닌 예방이라고 강조해왔다. 이같은 법의 취지가 맞다면 중소기업들이 처벌을 걱정하기 보다 안전예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현실에 맞게 법과 지원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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