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한해 연구개발 예산은 약 30조원에 달한다. GDP 대비 세계 2위의 규모다.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는 민간혁신 촉진과 기술국가 전환을 촉진해 온 중요한 동력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코리아 R&D 패러독스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부정적인 면도 있다. 정부주도의 기술개발 성공률은 98%인데 반해 사업화 성공률은 50% 수준에 불과해 효율성이 떨어짐을 꼬집는 말이다. 이렇게 정부주도의 연구개발사업 효율성이 낮은 것은 기술선도형 연구개발 부진과 연구개발 주체의 역량과 협력 부족 그리고 느슨한 성과관리 등이 주요 원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개발되도록 연구과제가 선정·지원돼야 한다. 또한 업계가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독일처럼 연구개발 중간조직을 육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각 주체간 의견을 조율해 연구개발 성과를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을 연구개발 중간조직으로 육성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중소기업의 대표적 협업플랫폼으로 업계 공통의 연구과제 기획이 용이하다. 무엇보다 활발한 네트워크 활동으로 조합원인 중소기업의 유기적인 협업체계 구축에 특화돼 있어 산업계와 정부’, ‘중소기업과 연구개발 기관간의 매개자 역할 수행에 가장 적합한 조직이다.

마침 지난 14,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을 주관 연구개발기관으로 하는 성과공유형 공통기술개발사업을 공고하고 과제기획-연구개발-성과확산의 연구개발 전()주기에 걸쳐 3년간 총 387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권칠승 장관 취임 후 중소기업계와의 첫 간담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직접 건의한 것을 중소벤처기업부가 즉시 반영한 결과이다. 중소기업의 현장애로를 묵과하지 않고 정책으로 연결한 중기부의 공이 크다. 특히 의미가 있는 것은 이번 성과공유형 공통기술개발사업이 실질적인 산·연 협력사업 이라는 점과, 사상 처음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에 전()주기 R&D 주관기관 역할을 부여한 것 자체가 매우 혁신적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심의 공통기술개발 사업으로 중소기업 현장과 정부 입장에서도 커다란 성과가 기대된다. 먼저, 수요자 중심의 연구개발 지원으로 정책과 현장의 미스매칭을 해소하고 사업화 성공률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또한 기술개발 성과를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조합원사인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부담과 실패리스크를 현저하게 줄 일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속도감 있는 연구개발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개발 과정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수정과 보완도 신속히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성과공유형 공통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우리 중소기업협동조합도 독일 연구개발의 산실인 프라운호퍼 모델이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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