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객관성이 최고 덕목이지만
융통성·현장이해·관대함도 필요
‘들쭉날쭉한 잣대’가 경계 1순위

감사(監査)는 조직 내의 업무를 살펴보고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는 일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공직유관단체로 공공기관의 감사규정을 준용한다. 중앙회 감사실은 내부뿐만 아니라 회원인 600여개 협동조합의 민원을 처리하고 갈등을 조정하기도 한다.

다양한 업종의 조합들이 모이다 보니 갈등이 잦은 편이다. 조합 간에 이해가 얽혀 발생하는 분쟁도 있고, 조합운영이나 특정인의 전횡(專橫)에 대한 내부의 감사요청도 있다.

특히 요새는 투명성과 청렴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사소해 보이는 것들도 민원 형식으로 조사를 요청한다.

감사(監事)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최고의 가치로 두면서도 융통성과 현장에 대한 이해 그리고 사람에 대한 관대함도 필요하다. 어느 조직이나 감사(監査)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있다. 큰 틀에서 전체를 보고 살피기보다는 단편적인 문제나 결과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동하거나 소극적으로 일하는 것을 감사의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감사절차가 관성적인 업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귀찮고 불편한 통과의례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감사 결과 부당한 부분은 경고를 하거나 사안이 심각하면 징계를 요청하기도 한다. 감사에는 다양한 객관적 가이드라인이 있다. 규정과 정관을 살피고, 관례 등 과거의 처리 결과를 참고한다. 감사원의 감사 사례나 다른 공공기관의 처분 방식도 주요 잣대로 쓴다. 여기에 더해 당시 상황이나 당사자의 입장 같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내용도 충분히 고려한다.

예컨대 실무자들은 재량의 여지가 없이 조직의 의사결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억울함이 없도록 정황을 최대한 고려한다. 특히 감사를 진행하면서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한다. 소소한 것들은 실무차원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중요한 사안도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서 결정한다.

나름 객관성과 시스템에 의한 결정을 하려해도 일관성을 잃은 감사와 처분은 직원들의 자율성을 떨어뜨려 조직 활력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관대함이 지나치면 감사 본연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조직의 활력을 손상하지 않되 엄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감사의 역할이다.

민원은 통상 업무에 대한 부당함을 제기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불만이 시작이다. 공금 부당 사용, 자산의 사적 이용, 업무추진비의 불투명한 사용 등 다양하지만, 사람들에 의한 조합의 돈과 자산의 이용과 분배 과정에서 파생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앙회 직원에 대한 불만도 있다.

불친절하다, 화를 낸다와 같은 태도에 대한 것이 많다. 필자에 대한 불만도 있다. 감사를 제대로 안 해 직원들 태도가 엉망이다. 감사 업무를 제대로 안하니 중소벤처기업부나 청와대에 연락하겠다 등이 그렇다. 달리 해결할 길이 없어 듣고 끝난다.

민원에 대한 처리가 좀 더 세심해야하는 이유는 사람에 대한 것이라서 그렇다. 또한 우리 사회 정서상 뚜렷이 잘잘못을 판단하기 어려운 회색지대 내용인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조합의 법인카드에 발생한 몇 만원 상당의 포인트 사용이라든지 법인 승용차의 이용, 업무추진비의 사용 등이 그렇다.

물론 원칙이 있으나 재량적 행위로 이뤄지는 다양한 행동에 대해 일일이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에 대한 회의가 가끔 든다. 다른 사람 눈의 티끌은 보면서 정작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것이 보통의 사람이다.

내로남불·아시타비(我是他非)·Pot calling the kettle black. 업무는 업무인지라 준엄한 잣대를 들이대려고 노력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며 감사와 판단의 칼날이 무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인 듯하다.

 

 

장경순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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