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택(예술의전당 사장)
유인택(예술의전당 사장)

지난해 91, 예술의전당과 중소기업중앙회 두 기관이 만나 악수를 나눴다. 언뜻 보면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두 기관은 손을 맞잡고 코로나19로 지친 소기업, 소상공인들을 위한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만들고 제공했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의 노란우산 고객들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개관 10주년 기념 페스티벌, 연극 <리어왕>, 콘서트오페라 <가면무도회> 등 예술의전당의 기획 공연들을 직접 관람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예술의전당이 이렇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소기업·소상공인들이 겪은 어려움을 문화예술계 또한 똑같이 겪고 있다는 공통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2020년 벽두부터 불어 닥친 코로나19의 폭풍으로 얼어붙은 골목상권과 마찬가지로 예술가와 문화예술기업들의 일터인 무대또한 혹한의 시간을 보냈다. 예술의전당 또한 소기업이 대부분인 민간 예술단체들의 고초를 그 누구보다도 가깝게 목격했다.

작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25백여 명의 인원이 같은 시간에 폐쇄된 공간(극장)에 모여 관람하는 공연을 하는 예술의전당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초기, 가장 먼저 중단해야 하는 다중이용시설로 지목받았다. 걷잡을 수 없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였으나, 갑작스럽게 생활의 수단을 놓아야 하는 예술인과 예술단체들에게도 너무 가혹한 시간이었다.

예술의전당은 이에 취소되는 공연의 대관료를 전액 환불하고, 한편으로 마스크를 벗지 않는 공연장 특성에 착안해, ‘띄어 앉기방안을 제시해 세계최초로 공연장 문을 열었다. 그러나 객석 띄어 앉기로 50% 이하의 수입만을 예상해야하는 상황은 민간예술단체에게 공연 재개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이에 예술의전당은 20209월부터 12월까지 개관 이래 최초로 대관료 면제 정책을 시행했다. 공연 재개가 가능해졌지만 객석 띄어앉기로 인한 수입저하로 여전히 공연 진행을 포기하는 민간단체를 위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대관료 면제를 선언한 것이다.

벼랑 끝에 선 문화예술계를 이끌어가는 국가 대표 예술기관인 예술의전당이 책임감을 갖고 민간예술계의 고충을 분담하기 위한 이러한 여러 정책을 진행하면서, 예술의전당 또한 피해가 컸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고 난 후 약 6개월 간 공연 취소로 인한 적자만 약 100억 원에 달했지만,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한 규모의 중소기업들인 민간기획사, 민간예술단체의 고사는 막아야한다는 의지로 여러 정책들을 추진했다.

예술인들을 위해서는 생업인 공연 무대를 만들어주기 위해 예술기부캠페인을 20205월부터 시작해, 2년여에 걸쳐 예술인들에게는 일자리를, 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에게는 무료 공연을 제공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 3년 차로 접어드는 요즘,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한가하게 예술이나 즐길 시간과 여유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술계에 오랫동안 몸담아 왔던 사람으로서, 모두가 가장 힘들어 하는 이때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것 또한 문화예술이리라 감히 자부한다.

철학자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견딜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그래도 우리를 견디게 하는 것은 예술뿐.” 실은 굳이 이렇게 오래전 철학자의 말을 거창하게 인용할 필요도 없다.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노래에 눈물 흘려본 적 있는가. TV나 영화, 극 한 편을 보고 공감해본 적이 있는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사진이나 그림에 먹먹해져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을 알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일상에 지친 당신을 위로할 문화예술을 통해, 다시 한 번 재도약할 수 있는 힘과 아이디어를 얻고, 이 기나긴 터널을 함께 헤쳐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