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상황서 부품공급 유지
전기차 투자확대, 주도권 확보

일본 도요타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외국 완성차 업체로는 사상 처음으로 판매 1위 자리에 올랐다. 미국 시장에서 외국계 자동차 기업이 판매량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1965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도요타는 1988년 켄터키주에 첫 공장을 짓고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모두 2332000대를 팔았다. 전년보다 10.4% 증가한 수치다. 승용차와 트럭 등 주요 차종의 판매량이 고르게 늘었다.

반면 GM은 지난해 전년 대비 12.9% 급감한 2218000대를 파는데 그쳤다. GM1931년 포드 자동차를 제치고 미국 시장 1위에 올라선 이후 계속 그 자리를 지켜오다 90년 만에 도요타에 1위를 내줬다.

외신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거진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한 대응 차이가 이런 변화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GM은 핵심 부품인 반도체 확보에 실패해 여러 공장이 수차례 가동을 멈췄다.

반면 도요타는 차량용 반도체 칩 공급난에 대비해 부품을 수개월 치 미리 확보해 놓으면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일본 도요타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외국 완성차 업체로는 사상 처음으로 판매 1위 자리에 올랐다.
일본 도요타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외국 완성차 업체로는 사상 처음으로 판매 1위 자리에 올랐다.

도요타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을 계기로 트레이드마크였던 저스트 인 타임(JIT·Just In Time·차량을 필요한 만큼만 만들어 필요한 재고를 최대한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생산 방식)’ 생산 방식을 과감히 포기하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부품과 재고를 상시 확보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이후 도요타가 새로 꺼낸 카드는 업무연속계획(Business Con tinuity Plan)’이었다. 공급 업체에 1200개 이상의 자동차 부품 중 핵심 부품 500개에 대해 최소 2개월에서 최대 6개월의 생산 분량을 확보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모든 부품 데이터를 관리하는 공급망 정보 시스템 레스큐도 개발했다.

도요타가 미국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한발 먼저 내다본 것도 주효했다. 다른 기업들은 2020년 봄 코로나19 펜데믹으로 판매량이 감소하자 반도체 등 부품 주문을 줄였다. 하지만 도요타는 조만간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부품 공급을 최대한 유지했다.

그 결과 도요타는 지난해 상반기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반도체 공급망 위기로 큰 피해를 볼 때 공장 가동률을 90% 이상 유지할 수 있었다.

놀라운 점은 도요타의 반응이다. 미국 시장에서 역사적인 1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요타는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잭 홀리스 수석부사장(도요타 미국 판매 책임자)“1위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 목표도 아니고, 우선순위도 아니다라며 지난해 판매 성과를 어떤 형태의 광고로도 활용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GM 측은 올해 반도체 공급난이 잦아들면 판매량이 다시 늘어날 것이라며 1위 탈환의 의지를 보였다.

물론 도요타 또한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1위 자리를 언제든 다시 내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 기업의 저력이 강하며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목격했다.

도요타는 타이틀을 지키기보다 전기자동차 투자 확대를 통해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도요타는 지난해 말 총 8조엔(826304억원)을 투입해 오는 2030년까지 배터리 전기차 30종의을 출시하고 연간 350만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특히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2035년부터 전 세계에 배터리 전기차만 판매할 계획이다. 끝없는 혁신과 도전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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