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익(국립외교원장)
홍현익(국립외교원장)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복원을 위한 북미 및 남북 대화 재개의 마중물로 문재인 대통령이 세 차례나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의 조건부 동의, 중국의 긍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극적인 태도와 추가 대북 제재로 인해 실현이 쉽지 않아 보이는 현 상황에서 2022년 한반도 국제정세는 낙관하기 어렵다.

북핵문제가 해결의 돌파구를 찾느냐가 관건인데, 이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미·중 간 협력 분위기 형성이 가능할지는 상당히 비관적이다. 내년 11월 초에 미국 중간선거가 있다. 미국 내 반중 정서가 팽배하다보니 민주·공화 양당 모두 중국을 비판할수록 지지도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대중 공세는 10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3기 집권을 위해 미국의 공세에 강력히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우리 정부는 한반도 정세 개선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정세 호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는 국내 정치 요인으로 적극적이기 어려워 보인다. 북한은 트럼프에게 속았다고 생각해 바이든 대통령이 대북 적대 정책 철회를 입증하지 않으면 아예 대화에 나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 분명하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종전선언을 적극 수용하는 등 전향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아프간 철수, 이란과 협상 재개 등 바이든표 유화책이 비판받고 있는데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제스처를 단결해서 반대하고 있다. 인권을 중시하는 여러 민주당 의원들도 미국이 양보하는 형식의 북미대화는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종전선언 수용이나 조건부 제재 완화 등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때 북한은 영변 핵시설 접근권이나 핵 동결 등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세워줄 만한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이를 확신할 수 없으므로 미국이 먼저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북미는 평행선을 그어나갈 가능성이 큰데, 북한이 우방국인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2월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참을 것이고, 3월 한국 대선까지도 인내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때까지 미국이 북한을 대화로 유인하지 못한다면 김정은은 정권 강화와 핵 실전 능력 확보를 위해 중대형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이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적 계산으로나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위상 제고, 대중 봉쇄 구도 강화 등을 위해 강경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반도에 중대 안보 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우경화된 일본의 지도부는 한반도 위기 상황을 재무장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는 그들에 대한 포위망 강화로 인식하고 상황 전개를 예방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이 두 강대국은 북한이 그간 핵과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유예했으므로 대북 제재를 완화해 주자고 주장해왔다.

이처럼 2022년 한반도 정세는 낙관하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몇 가지 정책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우리 정부는 미 행정부가 북미 관계를 개선하면서 비핵화에 진전을 이루면 미국 세계 전략의 주요 과제들인 미·중 경쟁과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바이든 행정부를 계속 설득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모든 대북 채널을 동원해 미국이 전향적으로 나올 때 북한이 바로 상응 조치를 취하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셋째, 한미동맹 발전과 함께 한중관계도 반드시 우호적으로 유지해가야 한다. 2022년은 한중 수교 30주년이어서 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중장기적으로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와 국민 모두 중국에서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수입하고 있다. 교역에서 매년 수백억 달러의 흑자를 줄 뿐 아니라 북핵 해결, 평화 체제 구축, 북한 급변사태 대비, 통일 등 주요 안보 부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임을 재인식 해야한다.

끝으로 서독이 정부의 이념적 성향과 관계없이 대동독 협력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 동서독 유엔가입 이후 17년 만에 통일을 달성했듯, 2022년 한반도 위기를 예방하고 통일로 나아가는 기반을 구축해가려면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대북정책은 화해·협력 기조를 유지·발전시켜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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