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출범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신내각 출범이 악화된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첫 국회 연설 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고, 결론적으로 단기간 내 관계 개선을 기대하긴 어려워졌다.

한편, 정치·외교적으로 경직된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민간 경제협력은 지속되고 있다. 1965년 국교 수립 이후, 우리나라는 일본과 56년 동안 경제협력의 핵심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일본은 한국의 3위 수출 대상국이자 5위 수입 대상국이며, 한국은 일본의 5위 수출 대상국이자 3위 수입 대상국으로 양국은 서로에게 모두 제3위 교역국이다. 코로나19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양국 기업인들의 자유로운 입출국이 제한되고,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한국의 대일 수출은 전년 대비 18.8%. 수입은 19.8% 증가했다.

양국 간 투자도 유지되고 있다. 2020년 기준 일본의 대한 투자는 73000억달러, 한국의 대일 투자는 187000억달러 규모였다. 또한, 올해 일본의 대한 투자가 3분기 누적 기준 전년동기대비 33.8% 증가하기도 했다. 이렇듯 코로나 사태와 일본의 반도체 핵심품목 수출규제 등 민간 교류조차 가로막는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민간차원 교류는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풀리지 않는 한·일 관계를 정치와 경제를 분리한 투트랙 기조에 기반해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1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일본 대사관과 협력사업으로 온라인으로 개최한 ·일 중소기업 비즈니스·투자 웨비나는 민간차원에서 일본정부의 협력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행사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서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일본 투자환경, 주요 인증 취득방법, 일본시장 진출전략 실무 팁 등 일본 진출 시 반드시 알아야 할 깊이 있는 정보들을 제공했다.

일본진출을 희망하는 한국의 기업인들이 온라인 채팅을 통해 질문과 건의사항을 제시하면 전문가들이 실시간으로 답변하며 열띤 분위기를 이어갔다. 온라인 세미나에 참석한 한 기업인은 일본은 우리나라 주요 교역국이지만 실상 중소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시장정보는 매우 한정적이라며, 정치와는 별개로 현지와 국내 기업 간 교류가 보다 활발히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코로나19 위기와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 속에서, 정치 문제로 시작된 현재의 한·일 갈등은 양국 모두에게 손해다.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정치적 갈등보다는 비교적 쉽게 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는 경제협력 강화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차원에서 더 많은 교류와 소통, 그리고 협력이 이뤄져야한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정치적 이해관계 보다는 실현 가능한 경제협력 분야를 먼저 제시하고, 상호 발전을 위한 상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민간협력 확대를 통해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정치적 문제, 그리고 경색된 한-일 양국 관계가 풀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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