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앱으로 빨랫감 수거 신청
다음날 깨끗한 세탁물 문앞 배달

청소 구독서비스도 가파른 성장
홈술 정착에 주류 정기배송 인기

‘제철 꽃 배송’ 트렌드로 자리매김
제약업계도 건강구독 본격 가세

직장인 황민지씨(34)의 하루는 구독으로 시작해 구독으로 끝난다. 매일 아침마다 정기배송되는 샐러드를 챙겨 집을 나서는 민지씨는 출근길 지하철에 앉자마자 월 9900원에 이용 중인 전자책 어플을 켠다. 업무 시간에는 구매형에서 구독형으로 바뀐 어도비 프로그램을 활용해 작업을 하고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는 매주 한번씩 수거해가는 전용 빨래수거함에 빨랫감을 담아 현관 밖으로 내놓는다. 저녁 식사는 정기배송 받는 반찬으로 해결하고, 식사할 땐 꼭 매월 자동결제되는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 접속해 영화 한편을 틀어놓는다.

식사부터 집안일, 취미생활까지 모두 구독으로 해결하는 자칭 프로 구독러민지씨는 구독 서비스를 통해 여가 시간이 한결 넉넉해졌는데 여유로워진 여가 시간에 취미활동까지 구독 서비스로 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필요한 구독 서비스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야흐로 구독경제의 시대다. 구독경제는 과거 신문이나 우유와 같이 일정 기간마다 구독료를 내고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부터 시작한 구독경제 서비스는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우리 삶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6259000억원에서 지난해 401000억원으로 54.8% 늘었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요즘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2025년에는 1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구독경제 시장의 규모가 커지자 자연스럽게 구독 서비스 종류 역시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모바일 비대면 세탁서비스 ‘런드리고’의 전용 수거함	※사진=런드리고
모바일 비대면 세탁서비스 ‘런드리고’의 전용 수거함 ※사진=런드리고

빨래부터 청소까지, 집안일도 구독해

민지씨는 집에 세탁기를 두지 않는 대신 매달 4번씩 수거하러 오는 모바일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이용 중이다. 드라이클리닝과 생활빨래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옵션을 선택해 출퇴근 복으로 즐겨 입는 블라우스나 정장부터 수건과 같은 생활빨래까지 모두 업체에 맡긴다. 번거롭게 세탁소에 가지 않아도 될 뿐더러 소요시간 또한 짧다.

모바일 어플로 세탁물 수거 신청을 한 뒤, 이동식 수거함에 세탁물을 담아 현관문 앞에 놔두면 다음날 밤 깨끗하게 세탁된 세탁물이 문 앞으로 배달된다. 수거함 안에는 옷걸이, 이불 빨래용 봉투, 운동화 빨래용 봉투 등이 들어 있어서 여러 종류의 세탁물을 담아도 섞일 염려가 없다. 또한 이용자의 스마트폰으로만 해제할 수 있는 전용 잠금장치로 수거함을 잠그기 때문에 세탁물 분실 걱정이 없고, 요금은 3만원 대에서 10만원 대까지 다양해 생활 패턴에 적합한 서비스를 골라 이용할 수 있다.

혼자 살거나 맞벌이하는 부부를 중심으로 집안 청소를 해주는 서비스도 인기다. 가사 도우미 청소 업체 미소는 가사 청소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거실과 침실, 설거지, 주방 청소, 욕실 및 베란다 물청소, 세탁기 빨래, 정리정돈 등 다양한 청소 서비스를 일주일 단위로 요일을 정해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청소 정기구독 시 1회 청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2시간부터 8시간까지 시간 별로 29200~937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청소 신청은 모바일 어플로 간단히 이뤄지며, 이용 하루 전날 신청도 가능하다.

 

‘술담화’는 매달 전통주 소믈리에가 엄선한 전통주를 정기배송 해준다 	※사진=술담화
‘술담화’는 매달 전통주 소믈리에가 엄선한 전통주를 정기배송 해준다 ※사진=술담화

주류 시장까지 손 뻗은 구독 서비스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홈술·혼술 문화가 정착한 가운데 주류 정기배송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현행법상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전통주와 와인 등의 종목을 중심으로 정기배송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018년 설립된 퍼플독은 국내 최초로 와인 정기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업체다. 단순히 매월 고객이 선택한 와인을 배송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체 개발한 와인 AI 시스템으로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매칭해 배송하는 서비스다. 39000원부터 100만원에 이르기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보디감, 산미, 타닌, 당도 등을 맞춰 매달 와인 1병을 배달한다. 첫 매칭 배송 이후 소비자가 추천받은 와인에 대한 피드백을 남기면 취향을 더욱 정교화해 나가며 소비자에게 이른바 소울 와인을 찾아주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7월에는 와인을 시음해 보고 그 자리에서 와인을 구매하거나 구독 서비스 신청을 할 수 있는 디지털 와인스토어를 론칭하기도 했다.

찾아오는 인생술이라는 문구를 내건 전통주 구독 서비스 플랫폼 술담화역시 국내 최초로 전통주 구독 서비스를 시행한 온라인 플랫폼이다. 2000여 종류의 전통주 가운데 매달 테마에 맞춰 소믈리에가 엄선한 2~4병의 술과 큐레이션 카드 등을 제공한다. 그동안 몰라서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전통주에 큐레이션과 정기배송을 결합한 결과 술담화의 정기배송 서비스 담화박스는 서비스 시작 2년 만에 구독자 13000여명을 보유하게 됐다.

 

‘핀즐’은 매달 사회적 이슈나 트렌드를 고려해 큐레이터가 선정한 작품을 제공한다 	※사진=핀즐
‘핀즐’은 매달 사회적 이슈나 트렌드를 고려해 큐레이터가 선정한 작품을 제공한다 ※사진=핀즐

의식주 넘어 취미활동도 구독하는 시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원하는 주기로 꽃이나 그림을 배달받아 취미활동과 집꾸미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 처음으로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꾸까의 경우 최근 이용자만 약 4만여명에 이르며 하루에 사용하는 꽃만 해도 평균 5만송이에 달한다. 꾸까의 꽃 정기구독 서비스는 구독자가 선택한 요일과 꽃다발 크기에 맞춰 전문 플로리스트가 만든 꽃다발을 2주에 한 번씩 배송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계절마다 그때가 가장 아름답고 싱싱한 제철 꽃을 보내는 식으로 상품을 구성해 젊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핀즐은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월 중순이면 큐레이터가 선정한 아티스트의 작품이 A1 사이즈의 대형 아트 포스터에 인쇄돼 배송된다. 작품은 전문 큐레이터가 사회적 이슈, 트렌드 등을 고려해 엄선한 것들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판화 한정판도 서비스하고 있다. 여기에 수석 큐레이터가 직접 작성한 작품의 내러티브와 작가에 대한 소개를 비롯, 그림과 함께 즐기면 좋을 음악 플레이리스트 등도 제공하며 양질의 서비스를 내보이고 있다.

 

현대약품은 간편 대용식 ‘365MEAL’을 출시하고 정기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현대약품
현대약품은 간편 대용식 ‘365MEAL’을 출시하고 정기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현대약품

정기구독으로 건강까지 관리해

먹고 마시고 즐기는 등 생활 전반에 구독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제약업계도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기에 나섰다. 현대약품은 최근 식사대용 간편식 ‘365MEAL’을 론칭하면서 정기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당 서비스는 네이버 공식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만나볼 수 있으며 총 30개로 구성된 한 달 패키지구입 시 정기구독이 가능한 방식이다. 정기구독이 거듭되면 가격 혜택까지 받아보게 되는데 정기구독 4회차부터 10회차까지, 회차에 따라 17~20% 추가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한화제약의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네츄럴라이프는 공식몰을 통해 멀티비타민 얼라이브의 정기배송 서비스 쌩쌩구독을 선보이고 있다. 제품 섭취 권장 주기에 맞춰 격월로 배송해주는 시스템으로 꾸준하게 비타민 섭취가 어려운 바쁜 현대인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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