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아젠다로 공정이 떠오르고 있다. 뉴스에서 언급되는 빈도만 보더라도 그 중요성을 실감한다. 공정은 MZ세대의 시대정신이라고 하며,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에서 앞서 있는 여야 후보 모두 출마 선언문에 공정을 기치로 걸 정도로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4일 중소기업정책공약과 비전을 발표하기 위해 중소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공정한 경제 생태계 조성이 상생의 길이라는 말로 공정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소기업 정책에서 공정이 강조되는 이유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갈수록 악화되는 대·중소기업 양극화에 원인이 있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양극화 격차는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기업의 0.3%인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 중 57.3%를 차지, 99%인 중소기업은 전체 영업이익의 25%에 불과.” 이 한 문장에 양극화의 실상이 응축돼있다. 중기중앙회가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43.8%코로나 이후 양극화가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해소방안으로는 중소기업의 45.4%불공정거래개선을 꼽았다.

땀 흘린 만큼 제값을 받고, 부당한 일에 구제받는 것’, 이것만큼 공정을 잘 나타내는 말이 있을까 싶다.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말조차도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도급법과 상생협력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한 납품단가 후려치기·거래단절·부당특약 등의 문제가 여전하고, 심지어 계약의 가장 기본이라 할 서면 발급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특히 최근 원재료 가격 폭등 상황에서도 대·중소기업 간 관계에서 공정과 상생이라는 화두를 찾아보긴 어렵다. 일부 업종의 경우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제조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4%에서 올해 1.3%로 급감한 반면, 원재료를 공급하는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약 4배나 증가한 15%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공정거래 관련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제2차 공정경제위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으로 과징금 부과율 한도가 2배로 상향되고, 단순 정보교환도 부당한 공동행위로 처벌을 받게 돼 중소기업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업계의 현실을 감안해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참석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간 중소기업의 담합은 대기업과 달리 부당이익이 아닌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행위임을 고려해 공정위의 심사단계에서 50%가량의 감액이 이뤄져 왔다. 그러나 2016년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시기,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남용할 수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그 재량권이 대폭 축소됐다. 이러한 이유로 2016년 대비 과징금 부과율 2배 상향 결정은 실제 중소기업에게 4배 수준의 인상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부당이익을 위해 악의적으로 행하는 담합에 처벌을 가하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는 전체 시장에 대한 영향력도 약할 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현실과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제재는 중소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과징금 감액 등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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