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추억' 공간의 환골탈태… '보랏빛 향기' 내뿜는 그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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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추억' 공간의 환골탈태… '보랏빛 향기' 내뿜는 그곳에 가고 싶다
  • 중소기업뉴스
  • 승인 2021.12.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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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유명한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여행하는 데 있다고 했다.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새로운 눈으로 새롭게 발견해 재탄생한 여행지들이 많다.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은 폐정수장에서 친환경 생태 공원으로, 마포구 문화비축기지는 옛 석유비축기지가 생태 문화 공원으로 변신한 사례다. 강원 정선군 삼탄아트마인은 삼척탄좌를 문화 예술 단지로, 충북 충주시 활옥동굴은 활옥을 채굴하던 동굴을 힐링 여행지로 조성했다. 울산 북구의 세대공감창의놀이터는 음식물 처리장이었고, 제주 서귀포시 빛의벙커는 요새처럼 자리한 국가 기간 통신 시설이었다.

이들 여행지는 옛 공간의 흔적과 역사를 장식으로 사용하는데 머물지 않고 생태 환경에 해를 끼친 과거에 대한 반성과 함께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야 할 미래를 이야기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떠나는 여정이자, 자연과 도시의 공존을 가능케 하는 재생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도 있다. 지난 2021년을 돌아보며 잊고 지낸 소중한 것을 떠올리고, 새롭게 만들어 갈 2022년을 기대하며 희망을 다잡는 지금 이 시점에 더할나위 없이 어울리는 여행지로 떠나보자.

◈ 폐정수장의 기적, 영등포 선유도공원

폐정수장을 재활용한 선유도 공원, 옛 구조물을 그대로 살려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폐정수장을 재활용한 선유도 공원, 옛 구조물을 그대로 살려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서울 영등포구의 선유도는 눈부신 경제성장이라는 이름 뒤 환경 파괴의 어두운 그림자를 품은 회색빛 콘크리트의 상징이었다. 서울시는 선유도에 있던 폐정수장을 친환경 생태 공원으로 꾸며 지난 2002년 개장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선유도공원은 역사적인 산업 유산을 재생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수조에 모래와 자갈 등을 담아 불순물을 걸러내던 여과지는 관리사무소로, 물속 불순물을 가라앉혀 제거하던 약품 침전지는 수질 정화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정수지의 콘크리트 상판 지붕을 들어내고 기둥만 남긴 녹색 기둥의 정원과 옛 침전지의 구조물이 가장 온전하게 남은 시간의 정원은 선유도공원의 인기 포토스폿이다. 정수장의 농축조와 조정조를 재활용한 환경 교실’ ‘환경 놀이마당과 취수 펌프장을 리모델링한 카페 나루는 소중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 석유 대신 문화로 채운, 마포 문화비축기지

석유를 저장하던 탱크 시설에 예술 공간 및 카페와 생태 도서관 등을 꾸며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난 마포 문화비축기지
석유를 저장하던 탱크 시설에 예술 공간 및 카페와 생태 도서관 등을 꾸며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난 마포 문화비축기지

상암월드컵경기장 맞은편의 문화비축기지는 옛 마포석유비축기지를 활용한 공간이다. 마포석유비축기지는 석유파동에 대비하기 위해 1973년 지어진 산업 시설로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가 결정됨에 따라 폐쇄돼 버려진 상태로 있다가 2017문화비축기지로 재탄생했다.

문화비축기지는 T0부터 T6까지 7개 공간으로 나뉘는데 석유를 저장하던 탱크 시설(T1~T5)은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그 가운데 탱크의 원형이 그대로 남은 T3 구역을 비롯해 마포석유비축기지는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T1T2를 해체할 때 나온 철판으로 만든 T6는 카페와 강의실, 회의실, 생태 도서관 에코라운지 등을 갖춘 커뮤니티 센터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문화비축기지 실내 공간 관람 시간은 오전 10~오후 6(월요일 휴관)까지며, 야외 공원은 상시 개방한다.

◈ 예술의 향기, 정선 삼탄아트마인

종전의 시설은 그대로 살리면서 예술의 향기를 입힌 독특한 디자인 콘셉트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된 삼탄아트마인
종전의 시설은 그대로 살리면서 예술의 향기를 입힌 독특한 디자인 콘셉트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된 삼탄아트마인

한때는 기계 소리 가득했던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1964년 문을 연 뒤 수십 년 동안 광부들의 피땀으로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이곳은 정부의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다 2001년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그렇게 10여년 동안 방치된 이 폐광에 2013, 150여개국에서 수집한 예술품 10만여점이 채워지며 복합 문화 예술 단지 삼탄아트마인으로 거듭났다.

종전의 산업 시설은 그대로 살리면서 예술의 향기를 입힌 독특한 디자인 콘셉트로 그 해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을 받았고,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에 들었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레일바이뮤지엄과 군부대 막사를 닮은 제2권양탑 건물은 한류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비롯한 여러 영화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 카약타고 누비는 동굴 탐험, 충주 활옥동굴

네온 빛으로 신비로움을 더한 동굴 호수에서 타는 투명 카약은 활옥동굴의 백미다.
네온 빛으로 신비로움을 더한 동굴 호수에서 타는 투명 카약은 활옥동굴의 백미다.

충주호 변의 활옥동굴은 최근 방송과 SNS에서 이른바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는 곳이다. 원래 활옥동굴은 1900년 발견돼 일제강점기에 개발을 시작한 국내 유일의 백옥·활석·백운석 광산이었다. 한때 8000여명이 일하던 이곳은 값싼 중국산 활석이 수입되면서 폐광했다. 그러다 2019, 방치된 활옥동굴이 동굴 테마파크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갱도 2.5km 구간에 각종 빛 조형물을 설치하고, 공연장과 건강테라피존 등을 마련했다. 동굴에는 활석을 채취할 때 사용하던 권양기도 그대로 있다. 마치 미래 세계를 다룬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기계장치처럼 생긴 권양기는 원통형 몸체에 쇠줄을 감아 물건을 끌어 올리는 용도로 쓰인다. 동굴 곳곳에는 네온을 이용한 조형물이 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동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암반수가 고여 생긴 호수다. 2~3인용 투명 카약을 타고 동굴을 누비는 특별한 체험이 가능하다.

◈ 모두 환영하는 공간, 울산 세대공감창의놀이터

혐오시설인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환영받는 공간인 세대공감창의놀이터로 탈바꿈했다.
혐오시설인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환영받는 공간인 세대공감창의놀이터로 탈바꿈했다.

세대공감창의놀이터는 주민 혐오 시설이던 음식물 처리장이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새롭게 태어난 곳이다. 울산 북구가 주민 의견을 수렴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꿨다. 세대공감창의놀이터는 어린이를 위한 창의적인 친환경 놀이공간,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가족 중심 공동체와 문화 예술 활동 체험공간을 지향한다.

세대공감창의놀이터의 메인 스폿은 그물놀이터와 나무놀이터로 유아부터 어린이까지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이다. 아이보다 학부모에게 더 환영받을 만큼 아이들이 편하게 놀기 좋은 곳이다. 세대공감창의놀이터의 진가는 기획 프로그램에서 드러난다. 학생들이 집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청소년 건축학교’, 지구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생존 기술을 습득하는 지구별 생존기’, 부자(父子)가 더욱 가까워지는 아빠와 함께하는 12일 놀이캠프를 비롯해 예술과 모험이 만나는 노리별 829’등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이 많다.

◈ 빛과 음악의 궁전으로, 서귀포 빛의벙커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장으로 산에 둘러싸인 요새에 들어서 더욱 이색적인 서귀포 빛의벙커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장으로 산에 둘러싸인 요새에 들어서 더욱 이색적인 서귀포 빛의벙커

빛의벙커는 1990년 해저 광케이블 관리센터로 지은 국가 기간 시설을 활용한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장이다. 센터는 보안 속에 관리되다가 2000년대 초 용도 없이 방치된 것을 2012년 민간에 불하, 2015년에 제주커피박물관 바움이 옛 사무실과 숙소동에 들어서고, 201811월 빛의벙커가 센터에 개관했다.

빛의벙커는 개관 기념 전시로 그해 <구스타프 클림트-색채의 향연>과 이듬해 2019<빈센트 반 고흐-별이 빛나는 밤>을 열었다. 모든 전시는 빔 프로젝터 90대가 벽과 바닥 등에 영상을 투사해 명화를 연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프로젝션 매핑 기술로 편집한 거장의 작품이 삼면을 장식하는 순간, ‘빛의벙커라는 이름을 실감케 한다.

현재는 르누아르와 모네, 샤갈, 클레 등의 작품을 전시 중에 있다. 빛의벙커 전시는 평면적인 회화 전시가 아니라, 거장의 작품을 몰입형 미디어 아트로 구현해 눈과 귀 모두가 즐겁다. 가장자리 의자는 벽에 등을 기댈수 있어 편하고 불멍이나 물멍하듯 작품을 감상하기에 좋다. 바닥에서 움직이는 그림을 따라 걸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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