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대한 ESG 경영 압박이 날로 속도를 더하며 공고해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이 ESG 공시기준의 국제표준 제정을 위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설립했고, 대내적으로는 코스피 상장사 874개 중 110개 기업이 ESG 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법무법인, 회계법인, 신용평가사 등 다양한 곳에서 ESG 전문성을 내세우며 평가·컨설팅 서비스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지만, 동일 기업에 대한 ESG 평가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등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도 노력하고 있지만 여의찮아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3중소기업형 ESG 체크리스트를 발표했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도 연내 ‘K-ESG 가이드환경성(E) 평가체계의 발표를 예정하는 등 부처마다 새로운 지표를 만들어내고 있다.

정부는 지표 개발과 더불어 ESG 평가 결과를 향후 정부 지원 사업을 비롯한 공공조달·금융과 연계해 우수기업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의 ESG 경영을 유도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이렇게 여러 부처가 동시다발적으로 발표하는 정책들에 중소기업들은 혼란스러움과 함께 또 다른 규제화를 우려하고 있다. 다만, 중기부가 중소기업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최소한의 ESG 기준을 제시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중소기업중앙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중소기업 ESG 민관협의회를 설치해 업계와 적극 소통과 협력을 시도하는 모습은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 정부에서 12월 발표 예정인 대기업용 ESG 지표인 ‘K-ESG 가이드에 중소기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협력사에 대한 적정단가 지급을 유도하는 지표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공정과 상생을 원칙으로 하는 경제구조의 재편은 우리 중소기업계의 가장 큰 염원이다. ESG 경영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받아든 우리 산업계가 이를 건강한 방식으로 소화해내려면 초기부터 -중기 상생을 전제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가 필요하다.

또한, 까다로운 환경 규제로 인해 현재도 중소기업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환경(E) 분야는 앞으로 전 세계적 탈 탄소 기조까지 더해져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이러한 변화를 우리 중소기업들이 단독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또한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활용해 자동차·전자·섬유 등 산업별로 점차 세분화 되고 있는 ESG 평가를 위한 맞춤형 교육과 컨설팅을 실시하고, 공통적으로 필요한 탄소저감 설비를 일괄 공급·교체할 수도 있다. 중소기업들이 ESG경영을 규제처럼 느끼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현재의 일부 기업을 우대하는 방식의 견인정책보다 이처럼 다수의 중소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실질적인 지원방안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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