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안전’이 글로벌 대세
수출기업들 방관하단 직격탄
비용 상승 아닌 미래위한 투자
공급망 ESG 선제대응 바람직

김영우(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김영우(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지난 6월 독일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법안이 만들어졌다. 공급망 실사(due diligence)법에 따르면 종업원 3000명 이상 대기업은 공급망에 있는 협력사의 리스크 관리 공급업체 인권, 환경에 대한 리스크 분석 공급업체에 대한 인권침해 및 환경 규정 위반 방지를 위한 점검을 의무화했다. 게다가 강력한 처벌도 규정돼 있어 독일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수출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독일 대기업은 회계연도가 끝나면 4개월 내 공급망 실사 연례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 자체 사업장뿐만 아니라 모든 공급망 내의 강제 노역, 아동 노동 등 인권과 환경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고 보고하는 것이다.

독일의 종업원 3000명 이상의 기업은 현재 약 900개 사이지만 2024년부터는 1000명 이상으로 적용이 확대되기 때문에, 4800개 사가 이 법의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독일의 주요 기업과 거래하는 한국의 협력사는 공개된 기업만 163개인데, 실제로는 더 많고 중견·중소기업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원래 공급망 실사법은 2011년 유엔 인권 이사회에서 승인한 `비즈니스와 인권에 관한 지도 원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인권 보호를 위한 국가의 보호 인권 존중을 위한 기업의 책임 인권침해로부터 구제를 세 가지 축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권 존중의 구체적 방법으로서 인권 실사 제도가 미국 캘리포니아주(2012), 영국(2015), 프랑스(2017), 네덜란드(2020) 등 여러 국가에서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공급망 실사 등 환경변화에 맞추어 공급망 ESG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대·중소기업 193개 사를 대상으로 10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기업 10곳 중 8곳은 개별기업 차원을 넘어 납품·협력업체까지 아우르는 `공급망 ESG`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공급망 ESG 협력이 중요하다고 답변한 기업은 78.8%였으며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9.7%에 불과했다.

공급망 ESG 협력이 필요한 이유(14점 척도)`제품·서비스 경쟁력 강화`(3.51)`거래관계 유지 및 매출·이익 증대`(3.50)를 꼽았다. 이어 `기업 브랜드 및 평판 제고`(3.46), `사업 리스크 예방 및 관리`(3.46) 등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ESG 관련 분야별 중요도를 묻는 말에는 `산업안전 및 보건`(3.63), 준법 및 투명경영`(3.61), `친환경 생산공정`(3.49)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했다.

최근 공급망 실사법이 EU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것은 종전 기업의 자율에 맡기던 인권과 환경 개선을 구속력이 있는 규제로 전환을 의미한다.

이것은 아동 노동, 비윤리적 고용은 물론이거니와 작업환경의 안전성을 개선하는 데에 큰 의미와 효과가 있다. 문제는 기업들에 비용 증가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좋은 제도이지만 단기적으로 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다. 여기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급망 실사가 강화되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탈락하는 기업이 개도국을 중심으로 수없이 생길 것이다. 독일만 하더라도 대기업의 협력사는 수 만개가 있는데 환경과 안전 문제가 강화되면 공급망 재편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 중소기업도 공급망 실사를 다른 세상이야기처럼 봐서는 안 된다. 특히 유럽과 거래관계가 있는 기업이라면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ESG보다 오래된 이슈이기에 규제가 더욱 촘촘하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법. 공급망 실사를 대비해 우리나라 기업은 공급망 ESG를 강화하고 선도적으로 자체 점검에 나서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를 비용 상승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춘 기업의 도약을 위해 공급망 ESG에 대한 기업의 노력과 정부의 투자가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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