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제안한 주요 대선 과제] 중소기업 납품단가 제값받기

‘조정협의제’만으론 실효성 한계
중기중앙회, 조속한 법제화 촉구

불합리한 공공조달 손질도 시급
저가관행에 따른 기업손실 막대

낙찰하한율 상향 조정 서둘러야
예정가격 사전검토제 도입 필요

지난 5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정해지면서 20대 대선을 향한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다. 한편 8,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를 비롯한 중소기업단체협의회(중단협)20대 대선을 위한 중소기업계 제언을 발표하면서 대통령 후보들에게 중소기업 성장시대로 대전환을 이룰 때라고 강조한다. 중단협이 발표한 제언은 5대 아젠다, 56개 실행과제로 구성돼있다. 본지는 20대 대선을 위한 중소기업계 제언을 상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 민간분야에서 제값 받기

작년에 1kg 1500원이었던 규소철이 지금 4900원이에요. 3배나 올랐어요. 근데 납품가는 그대로여서 납품할수록 손해입니다.” 충남의 A 제조업체 대표의 하소연이다.

3D프린터장비, 기관차 엔진 등을 만드는 A사 대표인 그는 “50년 가까이 사업을 해왔지만 이렇게 원자잿값이 올라간 적은 처음이라며 올라버린 원자재 가격이 내려올 생각을 안하지만, 납품가격은 몇년째 물가상승률 수준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원자재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문을 닫은 원자재 채굴 기업이 많아졌지만, 글로벌 경제가 차츰 회복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월 5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대·중소기업 납품단가 조정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노력한 만큼 합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납품단가 제값받기가 보편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월 5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대·중소기업 납품단가 조정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노력한 만큼 합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납품단가 제값받기가 보편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방용품, 전자기기 등에 필수 원재료인 니켈은 1년사이 5000달러나 올랐다. 철광석 가격도 지난 9일 기준으로 톤당 60만원을 기록했는데, 5개월 전인 6월 가격과 비교해 톤 당 10만원(20%)이 올랐다.

중소기업은 원자잿값 상승으로 시름이 더욱 깊어졌다. 원자잿값은 급등해도 납품가는 그대로라 납품할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수시로 원자재를 구입하기에 구입 당시의 가격이 중요하지만, 대기업 등에 납품단가는 연간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손해를 보고 있지만, 가격 인상을 요구하기에는 많은 난관들이 있다. 납품 단가가 계약으로 정해져 있기에 제도적으로 올리기 어려울 뿐더러, 가격 인상을 요청했을때 거래 단절 등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상 요구를 하더라도 발주처가 응하지 않는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비용 상승의 고통을 고스란히 흡수하고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간 수직적 관계 및 불공정거래로 인해 원자재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전적으로 중소기업이 부담하고 있다납품단가 연동제 등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해 9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6.2%는 공급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전부 반영한 기업은 6%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보다 공급원가가 상승했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이 96.9%였다.

대안으로 중소기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연동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조사에서 납품단가 연동제도입에 대해 필요하다는 응답이 78.5%에 달했다. ‘불필요하다3.9%에 불과했다.

◈ 연동제 발동조건 구체적 명시

정부도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를 만들어 중소기업에게 가격 협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조정협의를 위한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거래단절 등의 보복조치 우려로 인해 인상요청도 쉽지 않아 제도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지적에 지난해 4월 상생협력법 개정으로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대신해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협동조합이 대기업과 납품대금 조정협의를 대신할 수 있도록 개선됐지만, 여전히 중소기업이 활용하기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중기중앙회 등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계약기간 중 주요 원재료 가격 지수가 상승했을 경우 계약종료 시 대금을 의무적으로 조정하도록 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계약서에 납품단가 연동방법을 포함 연동제 발동조건 명시 추가금액 미지급 시 과태료 등을 제안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과거에는 협력업체마다 거래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연동제 방식을 도입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현재는 대·중소기업 간 거래 관계 등이 많이 변했다면서 중소 제조업의 42%가 하도급 업체이며 이들 매출의 83%가 위탁기업에 달려 있는 만큼 거래관계 종속성을 고려해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2008년과 2010년에도 국회에 법안이 발의됐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적 계약 침해를 이유로 반대해 수용되지 않았다면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중소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공공조달에서 제값 받기

중소기업중앙회는 올해 2월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거래의 불공정, 시장의 불균형, 제도의 불합리를 바로 잡는 신() 경제3불 해소를 제안했다. 특히, ‘제도의 불합리에서는 정부조달 등 불합리한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공공조달 규모는 135조원에 달한다.

중소기업 제품이 공공조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8%105조원 가량이다.

중소기업 판로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있으며, 지원 효과 또한 높다. 하지만, 최근 KBIZ중소기업연구소에 따르면 공공조달 시장에서 저가 계약 관행으로 인해 발행하는 기업 손실이 연평균 132000억원에 달한다. 저가 계약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계약법상 최저가 조항을 삭제하고, 낙찰하한율 상향 등 이익공유형 조달시장으로 전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김은하 KBIZ중소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발주담당자가 시장을 충분히 조사해서 예정가격을 정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한것이 현실이라면서 낙찰자 결정제도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적격심사제의 경우는 낙찰하한율이 정해져 있다보니, 공급처인 중소기업은 시장가격보다 낮게 납품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런 현실은 조달 규정에 명시된 최고우대가격조항 때문이다. 조달청은 국고에 부담되는 계약할때는 기업쪽에서 가장 좋은 가격을 제시해야한다는 것으로,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시장가격보다 높으면 안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낙찰하한율까지 있으니 예정가격보다 더 낮은가격에 공급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공공조달 시장에서는 적격심사제 협상에 의한 계약 종합낙찰제 2단계 경쟁입찰 등 4가지 제도가 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중 적격심사제가 절대 다수인 79.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적격심사제는 낙찰하한율을 80.5% 또는 84.2%로 정하고 있어 저가 투찰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종합낙찰제와 2단계 경쟁입찰은 낙찰하한율 자체가 없어 낮은 가격으로 낙찰된 사례가 빈번하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는 적격심사제의 낙찰하한율을 88%, ‘협상에 의한 계약의 낙찰하한율을 80%로 상향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낙찰하한율이 없는 종합낙찰제와 2단계 경쟁입찰에도 낙찰하한율 80%’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예정가격 결정시 기업참여 필요

한편, 중소기업계는 공공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제품의 단가보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계약요소인 예정가격의 결정방식에 다양한 문제점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중소기업계가 지적하는 사항은 예정가격 결정에 기업참여가 배제되는 점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견적가격65.6%만 인정되는 점 기관에서 비정상적 수준의 낮은 실거래가를 적용한다는 점 등이다. 중소기업계는 대안으로 기업이 예정가격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 예정가격 사전검토 제도 도입 등을 제안한다.

김은하 연구위원은 발주처가 기업이 제시한 시장가격을 신뢰해야하며, 그 가격을 예정가격의 기준으로 활용해야 한다혁신 조달을 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데, 정부의 노력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