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헬스케어·에너지로 분할
GE는 항공사업만 집중 계획
美대표 공룡기업 ‘역사속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2024년까지 항공·헬스케어·에너지 3개 분야로 분할한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수년간 이어온 몸집 줄이기에 마침표를 찍는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다. GE는 공격적 사업 확장으로 위기에 빠진 지 수년째다. 블룸버그는 이로써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129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9(현지 시각) GE는 항공 부문을 제외한 헬스케어와 에너지 관련 사업부를 단계적으로 분사해 회사를 3개 기업으로 분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사업 부문을 떼어낸 이후에는 항공 사업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로렌스 컬프 현() GE 최고경영자(CEO)는 항공 사업만 담당하며 CEO직을 수행하게 된다.

GE헬스케어는 2023년 초까지 분사해 정밀의료사업에 집중하는 상장기업으로 키울 방침이다. 존속 법인인 항공 부문이 지분 19.9%를 가져간다. GE리뉴어블에너지, GE파워, GE디지털은 2024년까지 에너지 부문 기업으로 통합한다.

컬프 CEO는 이날 성명에서 업계는 선도하는 세 곳의 글로벌 기업을 설립하면서 각사는 더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객과 투자자, 직원을 위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GE1892년 토머스 에디슨 등이 공동 창업했다. 이후 전기소비기구 사업을 모태로 가전제품, 의료기기, 항공기, 자동차 엔진, 원자연료, 원자력 발전 설비 등 전기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 손을 대며 세계 최대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1932년에는 금융업에도 진출해 자회사로 GE캐피탈을 만들었다. 1980년대 잭 웰치 CEO의 지휘 아래전성기를 누렸다. 금융서비스업에 진출하고 NBC를 인수해 방송업에도 뛰어든 GE2000년대 초까지 시가총액 기준 미 최대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어발식 확장 전략을 기반으로 사세를 키웠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잘 나가던 GE의 발목을 잡았다. 이 사태로 금융부문 사업이 회복 불능의 손실을 입고 2018년부터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1896년에 처음 만들어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의 원년 멤버였던 GE2018년 다우 지수에서 퇴출당하는 굴욕까지 맛봤다.

2018년 로렌스 컬프 현 GE CEO가 소방수로 투입됐다. 생명과학기업 다나허를 이끌던 컬프는 GE 역사상 최초의 외부 출신 CEO였다. 컬프는 취임 직후 2023년까지 부채총계를 950억달러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는 여러 영업부문을 매각하거나 분사시키며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에너지 등 주요 사업부가 계속해서 영업손실을 내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20081800억달러가 넘었던 GE의 매출액은 2020796억달러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주가도 2009년 이후 연평균 2%씩 하락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지수가 같은 기간 연평균 9%씩 상승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9GE가 발표한 기업분할 소식에 주가는 급등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2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5.25% 오른 주당 114.1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웰스파고의 조셉 오데아 애널리스트는 이번 결정은 비용을 수반할 것이라면서도 세 회사가 갖게 될 사업적인 민첩성은 새로운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 기회로 여겨질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부채를 이유로 GE의 앞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기업분할 결정은 사실상 그룹 해체에 가까운 결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를 호령하던 공룡 기업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는 뜻이다. 전 세계 최고 기업으로 벤치마크되던 GE였다. 기업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다. 우리는 기업을 일으키고 유지하며 발전시키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목격한 것이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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