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제가 50인 미만 중소기업까지 전면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준수가 어렵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정상 경영이 힘든 와중에도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고, 그나마 보탬이 됐던 외국인력 도입마저 끊긴 지 오래다. 다행히 위드코로나시행과 함께 이달 말부터 외국인력 도입 제한이 완화된다고는 하나,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고 있는 중소기업으로서는 당장 오늘이 걱정이다.

특히, 만성적 인력난을 겪고 있는 뿌리산업과 조선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조선업의 경우 그간 억눌렸던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부족한 인력 때문에 납기를 맞추기 어려워 막대한 지연배상금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급기야 정부가 지난주 특별연장근로의 한도를 90일에서 올해 한시적으로 60일 추가 연장해 150일까지 가능하지만, 사후약방문식의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번 기회에 주52시간제를 근본 손질해 선진화된 근로시간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의 장시간 근로 문화는 노동·인력 관련 경직된 법과 제도, 금전 보상 위주의 초과근로 관행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형성됐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장시간 근로를 통해 대기업 대비 낮은 임금과 생산성, 그리고 부족한 인력을 보완해온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오랜 기간 기업문화로 뿌리내린 근로시간 제도를 다른 대안도 없이 단기간 내 바꾼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과거 주5일근무제 도입에 7년 이상 기간이 걸렸던 점을 고려하면, 52시간제도 최소한 그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54.1%가 여전히 주52시간제 시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중소조선업체 근로자는 그보다 높은 수치인 76%가 주52시간제 시행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52시간제 강행으로 사업주도 힘들지만, 근로자들도 그 이상으로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중소조선업계 근로자의 91.8%가 주52시간제 시행 전 대비 임금이 감소했으며,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절반 가까이(40.8%)투잡을 뛰고 있다고 응답했다. , 많은 근로자가 주52시간제 시행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지만, 가산 수당은 받지 못해 도리어 삶의 질은 더 낮아지고 있다. 이는 주52시간제 도입의 취지 및 목적과는 정반대의 결과이다.

52시간제 시행에 대해 중소기업 노사 상당수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근로시간제도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노사 양측의 어려움을 고려해 현실에 맞게 제도를 바꿔야 한다.

최소한 노사가 모두 원할 경우 더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주당 12시간으로 제한하는 연장근로 한도를 월 단위로 변경해야 한다, 이렇게 변경하면 월 5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또한, 주문량 급증 등에 따른 특별연장근로 인가의 경우에도 현장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사후인가를 활성화하고, 인가 기간도 올해뿐만 아니라 항구적으로 연장(90180)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장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면 범법자 증가, 편법 대응 등 부작용만 양산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현행 주52시간제가 다양한 산업 현장과 근로 행태의 변화를 반영할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직시하고, 근로시간 제도의 근본적 개선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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