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오 국제관세무역자문센터 이사장
김석오 국제관세무역자문센터 이사장

동아시아지역의 무역환경을 급변시킬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빠르면 내년 1월부터 발효될 전망이다. RCEP메가 FTA’로 불린다. 얼마나 거대한 무역협정이길래 메가(MEGA)라는 수식어를 붙일까?

RCEP는 동북아의 한··3대 경제 강국과 아세안 10개국, 호주·뉴질랜드 등 15개 국가가 참가하는 지역무역협정이다. 협정 참가국의 무역 규모는 56000억달러로 전 세계 교역량의 31.9%를 차지하고,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30.8%에 달하는 26조달러다. 인구는 227000만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39.7%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전체 교역량 가운데 15개 국가와의 교역량 비중은 절반(49.4%)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RCEP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산업 발전과 글로벌가치사슬(GVC) 재편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고, 역내 국가 간 시장개방 가속화로 무역과 투자가 활성화돼 생산과 고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CEP 체결로 가장 각광을 받을 나라는 우리나라일 것이다. 원부자재 수입과 중간재 수출형 교역구조를 가진 우리 기업들에는 드넓은 동아시아 지역시장에 무관세로 원자재를 조달하고 제품을 공급할 기회가 활짝 열리기 때문이다. 특히, 섬유·기계 및 철강 산업은 어느 산업보다 수혜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RCEP15개 참가국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역내통일원산지규정과 역내국 모두를 단일 원산지영역으로 인정하는 누적 원산지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이에, 그동안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 이행과정에서 문제점으로 제기돼온 스파게티볼’(여러 나라와 FTA를 체결하면서 거래비용이 기대보다 반감되는 현상) 부작용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FTA 활용의 핵심인 원산지증명서를 수출업체가 자율적으로 발급하는 자율증명방식과 세관의 인증이 필요한 원산지인증방식이 채택됨에 따라 원산지증명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중소무역기업 입장에서 RCEP이 제공하는 새로운 무역창출 기회를 100% 누리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우선, FTA 무역시대에는 무엇보다 원산지관리 경영체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무역계약, 원재료 소싱, 생산, 포장, 수출 및 사후관리에 이르는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원산지무역관리에 대한 CEO의 정확한 인식과 FTA 활용경영 전략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경영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사내에 원산지관리업무를 총괄할 책임자(Chief Origin Officer·COO)가 필요하다. 원산지관리업무는 해외영업부서, 원자재구매부서, 생산부서 및 회계경리부서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다. 그래야만 원산지판정 및 사후 세관의 원산지검증 대응이 가능하다. COOFTA를 활용한 원자재 소싱, 생산공정 및 수출전략을 개발하는데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

원산지관리시스템(Origin Manage-ment System·OMS) 구축도 필요하다. 국제원자재 가격이 등락하거나 생산공정이 바뀌거나 원자재의 소싱이 변경될 때마다 원산지 판정이 달라질 수 있다. 관세청이 중소기업의 원산지관리 지원을 위해 무료로 보급하는 원산지관리시스템(FTA-PASS)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내 FTA 원산지관리업무 매뉴얼을 개발하고 주기적인 직원교육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직원들의 잦은 이직에 따른 업무 단절로 세관의 원산지검증 대응에 실패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는 기업경영에 치명적인 리스크를 초래한다. 2017년에서 20216월까지 관세청에서 3517개 수입업체 대상으로 원산지검증을 시행한 결과 53.9%1895개 업체가 FTA 협정위반으로 드러났다. 위반업체 대부분은 중소기업이었다.

RCEP이 가져올 거대한 무역 기회를 잘 포착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에 적합한 원산지경영전략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이를 용의주도하게 전개할 수 있는 전사적 자원배분과 사내 원산지전문가 양성 및 주기적인 원산지무역리스크 점검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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