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영승계원활화법 타산지석 삼아야

지난달 27일 부산에서 개최된 ‘2021 장수기업 희망포럼에서는 기업승계지원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과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2008년부터 시작한 장수기업 희망포럼은 1·2세대가 한자리에 모여 기업의 지속 성장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정책 수요자 관점에서 성공적 기업승계를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큰 행사다.

이 날 어묵 3대가 말하는 삼진어묵의 성장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삼진식품 3세 경영인인 박용준 대표는 아버지 시절 경영방식은 단순히 그날 만든 어묵을 다 파는 것이 목표였는데, 고객은 옆 매장에서 50원만 더 싸게 팔아도 떠났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생존이 불투명했다승계 이후 기존 방식의 답습이 아닌 제조와 판매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추구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어묵은 반찬`이라는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해 제과점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어묵 베이커리를 도입했다. 이는 1000억원대의 매출이라는 성장으로 이어졌고 나아가 어묵 업계 전반의 혁신을 유발하는 계기가 됐다.

기업승계를 통해 사업을 재해석해 혁신하고 성장한 삼진식품의 사례가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기업을 매각하거나 폐업하는 것이 개인 입장에서 현명할 수 있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기업을 유지하고 경영하는 일이 녹록치 않을뿐더러 우리의 기업승계 지원제도 또한 열악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수도권 소재 전통 제조업의 경우 더욱 승계를 기피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양극화가 심한 우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인식이 지속되면 비수도권 기업과 전통제조업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고 고사하고 말 것이다.

조속히 기업승계 지원제도를 현실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베이비붐 세대가 매년 90만 명씩 노인이 되고 있고, 대표자가 70대 이상인 중소법인이 만 개사가 넘은 지 수년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겪은 일본은 기업을 포기하고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2008년도부터 지역경제와 고용을 지탱하는 중소기업의 사업 활동 지속을 위해 경영승계원활화법을 시행했다. 그럼에도 승계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2018년부터는 이 법을 기반으로 10년간 개인이나 법인기업의 상속세 및 증여세를 납세 유예해주는 사업승계특례세제와 주식평가액을 고정하는 민법상의 특례를 도입하는 등의 대책이 시행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중소기업성장촉진법을 시행해 경영자 보증해제 계획과 제3자에 대한 승계지원책을 수립함으로써 승계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 세원의 단 1.6%에 불과한 상속세, 그중에서도 일부에 불과한 기업승계를 가지고 일자리 문제에 직면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소모적인 부의 대물림논쟁으로 허비할 시간은 없다. 나아가 연일 지면을 채우는 메타버스, AI, ESG 등 기업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70, 80대가 된 1세대가 사업을 재설계하고 기민하게 대응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원활한 기업승계를 통해 변화에 적응하고 혁신해야만 성장을 꿈꿀 수 있다. 혁신과 성장의 마중물로 기업승계를 재인식하고, 지역경제와 일자리를 지탱하는 100년 기업을 만들 수 있는 종합적인 승계지원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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