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대책 관련 당정협의…가스 등 공공요금 연말까지 동결
체감 가격 하락까지는 2주 걸려…시행 초기 혼란 가능성

24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24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최근 유가 급등에 대응해 역대 최대 규모인 유류세 20% 인하안을 내놓았다.

당정은 26일 국회에서 '물가대책 관련 당정협의'를 열어 유류세 인하 방안을 포함한 물가 안정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서 당정은 다음 달 12일부터 내년 4월30일까지 6개월 동안 휘발유·경유·LPG부탄에 대한 유류세를 20% 한시적으로 인하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렇게 되면 휘발유는 ℓ당 164원, 경유 116원, LPG부탄은 40원씩 내려간다.

현재 휘발유 1ℓ를 구매할 때는 ℓ당 529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와 138원의 주행세(교통세의 26%), 79원의 교육세(교통세의 15%) 등 약 746원의 유류세에 부가가치세(유류세의 10%)를 더해 ℓ당 820원의 세금(기타 부가세는 제외)이 붙는다.

그러나 20% 인하된 세율을 적용하면 ℓ당 세금은 656원으로 164원 내려가며, 휘발유 가격도 10월 셋째 주(10.18~22) 전국 평균 판매 가격 기준으로 1732원에서 1568원으로 9.5% 낮아지게 된다.

전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높은 지역인 서울 판매 가격도 1809원에서 1645원으로 9.1% 낮아져 다시 16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휘발유 차량을 하루 40㎞ 운행할 경우 월 2만원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경유 역시 ℓ당 116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하고, 판매 가격도 1530원에서 1414원으로 7.6% 내려간다. 

단, 이는 세율 인하가 휘발유·경유 가격에 100% 반영된다고 가정한 수치다.

같은 기간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할당 관세율은 현재 2%에서 0%로 내리기로 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직후 즉각 인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관계부처 및 소비자단체 합동 감시 체계를 가동할 방침이다.

또 가스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은 연말까지 동결 원칙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에 대해선 쌀·계란·육류 등 주요 품목 중심으로 할인행사 추진 등 안정적 관리를 도모하기로 했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정부 검토 안은 이전 역대 최대였던 15%(인하)였고 그에 준한 물가 대책을 세웠는데 오늘 아침 당정협의 과정에서 당의 20%(인하안)를 정부에서 수용했다"며 "당에서 세게 말했다"고 전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물가대책 관련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물가대책 관련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모습"이라며 "우리의 경우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긴 하나 민생과 직결하는 생활 안정이란 면에서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유류세를 유의미하게 조정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체감까지 최대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하고 소비자가 바로 체감할 수 있게 세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국제적 요인은 단기간 내 해결이 안 되고 장기적 물가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며 "해외 공급망 다각화나 가격 결정 투명성 제고 등 구조적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운데)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물가대책 관련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운데)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물가대책 관련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편, 이번 유류세 인하 방안이 실제 가계의 유류비 지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유류세가 20% 인하될 경우 휘발유 가격은 최대 10% 하락해 150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지만, 실제 소비자 가격에 유류세 인하분이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류세가 인하되더라도 주유소별 재고 소진 시기에 따라 실제 가격 반영에는 다소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석유제품이 정유공장에서 나와 저유소를 거쳐 주유소로 유통되는 과정이 통상 2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 조치가 소비자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가격 하락으로까지 이어지려면 2주는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유류세 인하 폭이 역대 최대로 커지면서 정부의 세수 감소 규모도 3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0년대 들어 총 세 차례 유류세를 인하했으며, 당시 인하율은 5·7·10·12·15%(2000년은 휘발유 5%·경유 12%)였다.

최근에는 2018년 11월 6일부터 2019년 5월 6일까지 6개월간 유류세를 15% 인하하면서 이에 따른 세수 감소 규모를 2조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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