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
글로벌 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
밑거름은 중소기업·소상공인

김광훈 칼럼니스트
김광훈 칼럼니스트

오래전 가수 박상민의 공연에 갔다가 다소 돌발적인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선글라스는 왜 쓰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대뜸 설정이죠라고 했다.

지금 와서 보니 그게 본인만의 콘텐츠 중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한류 콘텐츠의 쾌거는 이제는 문화 현상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듯하다.

영어 공부한다고 사전 찾아가며 읽던 미국 유명 시사 주간지의 커버에 `‘한국인이 몰려온다’`라는 표제가 떠오른다. 젊은 그때 덩달아 힘이 솟는 걸 느꼈었다. 신발과 의류제품이 미국 시장을 석권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오징어게임’`으로 다시 촉발된 한국인이 몰려온다는 세계 주요 국가들의 엄살이 예사롭지 않다. 이젠 침공 수준이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세계인을 사로잡은 한류 콘텐츠의 비결을 말하기엔 조심스럽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문화도 산업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이 단계를 거친다고 생각한다. 마치 우리나라 산업이 목재, 가발, 전자제품(반도체) 조립, 자동차, 반도체를 거쳐 문화산업에 이른 것과 같다.

우리가 힘들게 생산해 수출한 자동차 몇만대의 수익이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블록버스터 영화 하나만도 못하다는 자조가 많았다.

하지만 월반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문화산업이라는 걸 절감한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BTS, 기생충, 오징어게임으로 이어지는 계보와 초석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다고 본다. 세계에 내로라하는 제작자와 예능인이 얼마나 많은가. 이들 콘텐츠의 성공 이면에는 오락을 넘어 우리 사회와 세계에 던지는 화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회 전반에 걸친 급속한 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조명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인 것 같다.

지난 반세기 동안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유일한 국가인 한국에서만 가능한 콘텐츠이기도 하다. 인류의 노력으로 지난 한세기 동안 절대 빈곤은 매우 감소했지만, 이번 백신 접종을 통해 보듯 국가 간의 격차는 오히려 심화했다. 연평균 강수량이 250mm 이하를 통상 사막이라고 하는데, 사실 사막은 도시에도 있다.

소위 식품 사막(food desert)이 그곳이다. 저소득 가구가 밀집돼있고 교통도 불편하며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한 농산물과 건강에 좋은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부동산 문제가 초미의 일이라고 여야 모두 동네 축구를 하고 있지만, 통계가 여실히 보여주듯 이런 기본적인 문제도 해결되지 못한 빈곤 가구가 아직도 적지 않다. 그들에겐 딴 세상의 이야기이다.

문화도 제품과 같다고 생각한다. 소비 경험을 통해 믿고 쓰고, 먹는 제품이 있듯이 믿고 감상하는 콘텐츠도 있기 마련이다. 한류 문화가 그런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하지만 제품이 그러하듯이 지속적인 품질관리와 제품의 혁신이 없이는 수성이 더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 약소국임에도 불구하고 외침이 있을 때마다 산성에서 대부분 잘 버텨낸 저력으로 이 한류를 잘 지켜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물론 이는 의지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문화에 대한 깊은 안목과 이해를 가진 투자자와 투자 환경이 선행되지 않고는 이루기 어려운 분야다.

힘든 것은 대부분 할 수 있지만, 어려운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그 어려운 일을 가능케 하는 뒷배에는 한 나라의 적정한 경제력이 자리하고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 문화산업이 꽃피기 시작하는데 밑거름이 된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위시한 모든 경제 주체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 김광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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