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車부품회사 전격 인수
스마트폰 넘어 미래차에 눈독

세계 최대 통신 칩 제조사 퀄컴이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스웨덴 자동차 부품회사 베오니어 (Veoneer)’를 인수했다. 퀄컴은 이번 인수로 확보한 자율주행 기술을 자율주행 플랫폼 스냅드래곤 라이드에 통합하기로 했다.

지난 4(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 ·CNBC 등 외신은 퀄컴이 사모펀드 ‘SSW파트너스와 공동으로 스웨덴 자동차 부품업체인 베오니어를 주당 37달러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총 인수가는 45억 달러(53500억원). SSW파트너스가 베오니어 주식을 매입하고 베오니어의 자율주행플랫폼 개발 부문인 어라이버(Arriver)’를 퀄컴이 사들이는 방식이다.

지난해 퀄컴과 베오니어는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 회사 어라이버를 합작 설립한 바 있다. 어라이버는 2024년 도로 주행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인수 기업인 퀄컴은 전날보다 1.58% 떨어진 126.68달러, 피인수 기업인 베오니어는 4.75% 오른 36.19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인수는 스마트폰을 넘어 미래 새로운 수익원을 찾으려는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베오니어는 그동안 다임러·포드·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왔다. 그만큼 퀄컴이 자동차 시장 영역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퀄컴이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인 마그나를 제치고 베오니어를 인수한 것은 미래 자동차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전쟁에서 기술회사가 공급회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퀄컴은 현재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자동차 사업 부문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퀄컴은 앞선 분기에서 자동차 사업 관련 매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83%가량 성장한 25300만달러라고 밝혔다. 아직은 스마트폰 관련 부문 매출(386000만달러)에 비하면 적은 수치지만 성장세가 눈에 띈다.

원래 퀄컴은 어라이버만 인수하기를 희망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베오니어가 이를 거부해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세계 3위 자동차 부품회사인 마그나인터내셔널이 베오니어에 관심을 보였다. 마그나는 올해 7월 주당 31.25달러를 제시하며 베오니어와 기업 인수·합병(M&A) 절차를 밟았다.

퀄컴은 베오니어의 자율사업 부문을 마그나에 빼앗길 상황에 놓이자 승부수를 띄웠다. 투자회사와 손잡고 자동차 부품회사 전체를 매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퀄컴과 사모펀드 SSW파트너스는 마그나가 제시한 가격보다 주당 5.75달러 높은 값에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베오니어에 제안했다. 전체 인수가 기준으로는 마그나보다 약 8억달러(18%)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다. 이에 베오니어는 마그나와의 계약을 깨고 퀄컴의 손을 들어주었다. M&A 계약을 진행해 온 마그나에는 위약금 명목으로 11000만달러(1300억원)를 지불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퀄컴 사례와 같이 자율주행자동차 시대를 맞아서 고성능 반도체와 최신 소프트웨어 기술로 무장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미래차 시장 지배력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높은 수준의 신뢰성이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를 대부분 해외제품에 의존해 왔으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을 계기로 공급망 다변화 및 국산화를 위한 국내 생태계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는 운영체제, 인공지능 추론엔진, 병렬컴퓨팅 등 미래차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역량도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대부분 해외 솔루션을 적용 중이다. 이에 국내 업계의 해외 기술 종속을 피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개발 및 협력 생태계 구축 및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외 솔루션 의존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한 플랫폼 경쟁력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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