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전략 세운 중소기업 15% 뿐
경제계, 정부에 속도조절 촉구
그린플레이션 선진국서 확산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전기사용 많은 뿌리기업 한숨
중소제조 전용 요금제도 시급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올해 안으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하고 탄소중립을 향한 중간 목표로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NDC 상향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831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통과했다. 이 법은 NDC의 최저한도를 35%로 정했다. 탄소중립이 더는 선언적 의미가 아닌 실천해야 할 의무가 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 NDC40%로 설정되면서 법으로 정한 최저한도를 훌쩍 넘겼다. 최저한도를 넘길 것이라는 분위기는 지난달부터 감지됐다. 지난달 15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문 대통령은 ‘(35% 정도로는) 국제사회에 제출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최소 40% 이상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지난 8일 대통령 직속의 ‘2050 탄소중립위원회“NDC40%로 설정하고, 산업부문은 2030년까지 14.5% 감축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산업계 정부가 현실 도외시지적

산업계는 한목소리로 정부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한다고 지적한다.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탄소중립을 인식하고는 있으나 실제로 대응 전략을 수립한 기업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한, 경기도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조사를 보면 경기도 내 수출 중소기업 중 73%현재 탄소중립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38%는 앞으로도 탄소중립을 준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탄소중립의 방향은 맞지만 충격을 고려해 속도조절을 검토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전경련 주도의 ESG 연합회의체인 `K-ESG 얼라이언스`를 이끄는 김윤 의장(삼양그룹 회장)은 지난 7일 열린 `3K-ESG 얼라이언스 회의`에서 최근 유럽 등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그린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전하며 시장에 지나친 충격을 주는 부작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속도는 이대로 괜찮은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그린플레이션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천연가스의 Mwh(메가와트시)당 가격은 올해 들어 411%나 올랐다. 재생에너지 발전과 전기차에 필수적인 원자재 가격들도 급등했다.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등에 쓰이는 알루미늄과 구리는 지난해 말에 비해 각각 44%, 17% 올랐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고스란히 제조원가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상황이 이렇지만, 산업계는 탄소중립에 대해 의견을 내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산업계는 정부 뿐 아니라 시민단체와도 싸우는 중이다.

특히, 지난달 31일에는 시민단체의 기습적인 현장 시위로 탄소중립위원회는 업계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한 간담회를 취소하기도 했다. 이날 시민단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이 행사장을 무단 점거하면서 대부분의 참석자가 입장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현장 점거는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결국 간담회는 무산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를 비롯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LG화학 등 국내 주요 기업 임원들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탄소중립, 대세지만 비용이 문제

이대로면 산업계는 정부가 제시할 `탄소중립 목표`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이행계획 없이 목표에만 집착한다고 비판한다. 산업계가 우려하는 가장 큰 문제는 천문학적인 재원이다.

국책연구원인 산업연구원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3개 업종의 탄소중립 비용만 최소 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협회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을 적용하는 데만도 109조원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낮은 중소기업계는 시름이 가득하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 `탄소중립이 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인식은 퍼지고 있으나, 문제는 비용이라며 오늘 하루 버티는 게 우선인 상황에서 탄소배출 절감을 위해 시설 투자나 전담 인력을 두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말했다.

또한, 탄소중립으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도 큰 걱정거리다. 윤순진 탄소중립위원장은 지난 7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부담을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 부문에서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머지않아 탄소중립 실현 비용이 업계와 소비자에게 청구될 전망이다.

특히, 전기사용량이 많은 뿌리 중소기업계의 걱정은 날로 깊어진다.

강동한 한국단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뿌리 업계에서는 탄소 저감에 따라 필연적으로 인상될 전기요금에 대해 우려가 많다중소제조업 전용 전기요금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 또한 탄소중립으로 인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전망에 산업계 전반의 위기의식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의 탄소중립 드라이브로 인한 발전단가 상승 압박이 이어지는 만큼, ‘중소기업 전용요금제’, 납품단가연동제를 도입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고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과 물가가 상승한다는 뜻인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그린플레이션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물가를 압박하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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