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김태완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춘추전국시대 노나라 정공(定公)은 공자를 등용해 부흥했고 노나라와 경합하던 제나라 경공(景公)은 이를 크게 우려를 했다. 제나라의 대부 여미는 경공에게 공자를 제거하지 않으면 장차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충언하며 미녀들을 보내 정사를 소홀케 하면 공자는 그 모습을 참지 못하고 노나라를 떠날 것입니다라고 방책을 냈다.

이 말을 들은 경공은 전국에서 80명의 미녀를 선발해 노나라에 보낸다. 이후 차츰 미녀에 빠진 노나라 정공은 초심을 잃어 정사를 돌보지 않았고 공자마저 찾지 않았다.

공자는 결국 관직을 버린 채 노나라를 떠났고 주색에 빠진 왕과 신하들로 인해 노나라의 국력은 점점 쇠약해져 갔다. 병법서 손자병법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계책 36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그중 19계는 솥단지 밑의 땔나무를 꺼낸다부저추신(釜底抽薪)의 계이다. 부저추신은 강한 적을 만나 정면으로 공격하지 않고 가장 약한 곳을 찾아내 공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무리하게 가마솥을 옮기려다 손을 데이거나 물을 엎지르는 대신 장작 몇 개를 빼내 물을 진정시키는 것이다. 제나라는 무리하게 군사력을 동원하는 대신 부흥의 핵심이었던 공자가 스스로 노나라를 떠나게 하는 부저추신의 계를 사용한 것이다.

공공조달에서도 입찰, 계약이행, 하자보수 등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이견과 분쟁이 발생한다. 끓는 물을 이러한 분쟁에 비유하자면 여전히 많은 기업은 끓는 물을 진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 소송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송은 오랜 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이 들 수 있고 자칫 상황에 맞지 않는 무리한 소의 제기는 효용이 없을 수도 있다. 이제는 공공조달에서 발생하는 분쟁의 해결 수단으로, 전통적인 소송 외에도 국가계약 분쟁조정위원회 조정, 국민권익위원회 고충 민원, 공정거래조정원 조정, 중재, 감사원 민원 등 다양한 기관의 구제 수단이 마련돼있고, 이를 잘만 활용하면 소송보다 유용하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우선 국가계약법에는 부당한 계약조건, 입찰참가자격, 계약보증금 몰수, 계약금액 조정, 지체상금 등 빈번하게 발생하는 다툼에 대해 간이(簡易)한 조정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분쟁조정위원회 제도를 두고 있다. 입찰, 계약 과정에서 발주기관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기업은 그 행위를 취소하거나 시정을 구하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이에 발주기관이 응하지 않는 경우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청구할 수 있다. 청구인이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위원회는 발주기관의 행위를 취소하거나 손해배상을 하도록 조정할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는 고충민원제도가 있다. 행정기관이 부당한 처분을 하거나 불합리한 규정, 제도로 조달기업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국민권익위원회가 사실을 조사하고 수요기관에 시정을 권고하는 제도이다. 조달 분쟁도 그 대상이 됨은 물론이다. 시정 권고를 받은 수요기관은 30일 이내에 그 처리결과를 위원회에 통보해야 하고, 권고에 따르지 않을 때에는 그 이유를 소명해야 하므로 사실상 구속력을 가진다. 실제로 조달청 등은 위원회의 시정 권고를 수용해 조달기업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취소하거나 내부규정을 개정한 여러 사례가 있다.

공정거래 제도를 통한 구제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기업 역시 불공정거래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사업자의 지위를 가진다. 이들 수요기관이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거래 조건을 요구하거나 부당하게 계약금액을 감액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는 경우 공정거래조정원 또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구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해결 수단들이 분쟁의 유형, 상대방 그리고 진행단계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활용된다면 가마솥의 끓는 물을 진정시킬 수 있는 부저추신의 계가 될 수 있다. 다만 어떠한 해결 방안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는 신중한 검토와 전략이 필요함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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